모든 시민은 기자다

다시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잔디조차 부끄럽다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수원 블루윙즈

등록|2020.10.05 09:26 수정|2020.10.05 09:26
지난 9월 20일 K리그 득점왕을 예약해놓은 울산 현대의 골무원 '주니오'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떠나며 남긴 쓴 소리("인천 잔디 너무 위험해요")는 결코 빈 말이 아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울산 현대와의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게임(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울산 현대) 이후 잔디 보수 공사를 시행했지만 그들의 안방 잔디는 부끄러운 민낯을 또 드러내고 말았다. 양 팀 선수들은 결정적인 역습 기회에서 원하는 대로 방향을 바꾸는 드리블을 하기 어려웠으며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뻗어나가는 수준 높은 패스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박건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가 4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오른쪽 윙백 김태환의 프로 데뷔 결승골 활약에 힘입어 1-0으로 귀중한 승리를 거두고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김민우도, 송시우도 허무하게 잔디를 쳐다볼 수밖에...
 

▲ 작전 지시 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약 2주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잔디는 임시방편으로 땜질한 흔적이 역력했다. 선수들이 역습 기회를 살리고자 순간적인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잔디를 박차고 달려나가야 했지만 깊게 파인 잔디는 곳곳에서 훌러덩 훌러덩 뒤집히기만 했다.

지난 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첫 게임을 성남 FC와 치르며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며 6-0 대승을 거두고 꼴찌 탈출 드라마를 만들었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익숙한 안방으로 돌아왔지만 손님인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다시 꼴찌로 주저앉았다.

이 결과가 모두 잔디 탓만은 아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잔디가 양팀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수원 블루윙즈의 베테랑 윙백 김민우가 후반전 역습을 시도하기 위해 뜬 공을 따라가는 순간 옆줄 바로 안쪽 잔디가 폭넓게 파이며 누런 흙바닥을 드러냈다. 거기서 김민우는 어이없게 공을 터치하지도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점골을 위해 빠른 측면 역습을 시도하던 인천 유나이티드 FC도 울통불퉁한 잔디 때문에 달려나가려던 송시우에게 급 브레이크가 걸렸다. 바로 그 자리가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 앞이었기 때문에 피치 위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벤치에서 긴박한 작전 지시를 내리는 코칭 스태프나 허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는 전반 종료 직전에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렸다. 44분, 고승범의 역습 오픈 패스를 받은 오른쪽 윙백 김태환이 침착하게 방향을 바꿔 놓고 회심의 왼발 슛을 정확하게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골키퍼 이태희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완벽한 궤적이었다. 귀중한 데뷔골을 이 중요한 시점에 터뜨린 김태환은 새로 부임한 박건하 감독의 현역 시절 옷깃 세리머니를 흉내내며 달려가 감독의 품에 안겼다. 박건하 감독은 친정 팀 감독으로 돌아와 5게임을 치르며 3승 1무 1패의 좋은 흐름을 만들어 강등권에서 비교적 멀리 달아났다.

형편없는 잔디 때문에 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몇 시간 먼저 끝난 강릉 어웨이 게임에서 강원 FC에게 1-2로 역전패한 성남 FC에게 순위표가 밀려 다시 승점 1점 차 꼴찌로 주저앉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다시 홈 게임 일정(10월 24일 26라운드, vs 부산 아이파크)으로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20일이 남았지만 이 잔디 상태로는 그들이 원하는 1부리그 생존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시즌 마지막 홈 게임이라도 인천 아시아드 스타디움, 문학월드컵 스타디움 등 뛰는 선수들 부상 걱정 없는 다른 그라운드를 찾아야 한다.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결과(4일 오후 7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유나이티드 FC 0-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김태환(44분,도움-고승범)]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 스테판 무고사
MF : 김호남(36분↔송시우), 김도혁, 문지환, 김준범(75분↔김대중), 김준엽
DF : 정동윤, 양준아, 김정호(87분↔최범경)
GK : 이태희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타가트(90+5분↔염기훈), 한석희(89분↔김건희)
MF : 이기제, 김민우, 한석종, 고승범, 김태환(82분↔헨리)
DF : 양상민, 민상기, 장호익
GK : 양형모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24라운드 순위표
7 강원 FC 30점 8승 6무 10패 31득점 37실점 -6
8 수원 블루윙즈 27점 7승 6무 11패 24득점 27실점 -3
9 FC 서울 25점 7승 4무 13패 21득점 42실점 -21
10 부산 아이파크 24점 5승 9무 10패 23득점 34실점 -11
11 성남 FC 22점 5승 7무 12패 20득점 34실점 -14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1점 5승 6무 13패 21득점 31실점 -10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그룹 남은 일정표(왼쪽이 홈 팀)
10월 16일(금) 강원 FC - 인천 유나이티드 FC(춘천 송암)
10월 17일(토) 성남 FC - FC 서울(탄천종합)
10월 18일(일) 부산 아이파크 - 수원 블루윙즈(부산 구덕) / 이상 25라운드

10월 23일(금) 수원 블루윙즈 - 성남 FC(수원 빅버드)
10월 24일(토) FC 서울 - 강원 FC(서울 월드컵)
10월 24일(토) 인천 유나이티드 FC - 부산 아이파크(인천축구전용) / 이상 26라운드

10월 31일(토)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서울 월드컵)
10월 31일(토) 강원 FC - 수원 블루윙즈(춘천 송암)
10월 31일(토) 성남 FC - 부산 아이파크(탄천종합) / 이상 27라운드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