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남편 식당 일 도와줘도, 고용보험 가입 못 하는 이유

등록|2020.10.06 15:06 수정|2020.10.06 15:06
박고용 앵커 :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9시 뉴스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자영업도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임대료 밀리는 것은 기본이고,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이보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보험 기자 : 저는 지금 삼겹살집 앞에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식사 시간인데요, 손님들로 붐벼야 하는 시간에 보시는 바와 같이 가게 안은 한 테이블의 손님만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손님들로 붐볐는데, 앞으로 어떡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합니다.

신사장 : 막막하죠. 20년 동안 장사하는데 이랬던 적은 없었어요. 임대료도 밀리고 있고, 장사 접어야 하나 진짜 고민이 됩니다.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직장 잘리면 실업급여라도 받지만, 저희 같은 자영업자는 폐업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문을 닫고 싶어도 닫을 수가 없습니다.

이보험 기자 : 부부가 함께 일하시는데…

신사장 : 우리 가게는 직원이 없고, 아내가 서빙하면서 카운터를 봐주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죠. 애 낳은 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바로 가게 나와 일해서 그나마 여기까지 버틴 겁니다.

이보험 기자 : 앞으로도 코로나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을 텐데요,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입니다. 이보험 기자였습니다.


'특고'라는 사각지대
 

▲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운동 본부 발족식이 8월 28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리고 있다. ⓒ 진보당


식당 사장님, 단기로 일하는 노동자, 여러 업체에서 일하는 대리운전 노동자, 공연이 있을 때만 수입이 있는 예술인, 일하는 사람이라면 실업과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고용보험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고용보험법은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18년에 발표한 고용안전망 확충사업 분석을 보면 취업자 2691만 명 중 고용보험 적용률은 48.2%밖에 안 된다. 취업자 중 51.2%인 1392만 명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의 고용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 다행히 정부도 전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이 남는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용보험을 적용해야 하지만 정부 계획은 허점이 적지 않다.

가장 문제 되는 사각지대는 특수고용노동자이다. 자신의 노동을 제공해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노동자와 다르지 않지만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있다. 정부는 이들 특수고용노동자 중 14개 업종에 대해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형태가 워낙 다양해 사각지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방과후강사는 코로나 사태로 수입이 거의 없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정부가 정한 14개 업종에 포함되지 못했다. 특수고용이라는 기준 자체가 불분명한데 여기서 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니 사각지대는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동자로 보고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바꿔야 한다.

중소 영세 자영업자는 임금노동자보다도 못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숙박, 음식점은 1년 생존율이 61%, 2년 생존율이 42.9%, 5년 생존율은 18.9%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음식점 간판이 바뀌고 주인이 바뀐다. 사정이 어려워 폐업하면 대부분 임시직, 일용직으로 옮기게 되어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지속하게 된다. 중소영세 자영업자도 임의가입에서 당연가입으로 바꾸고, 보험료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에 따라 부과하면 된다. 영세한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용자 역할을 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통제 아래 영업하는 가맹점주는 가맹본부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앞서 예로 든 무급가족종사자는 그야말로 아무 대책이 없다. 부부가 자영업을 같이 하면 남편 명의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아내는 무급가족종사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기 이름으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현행법상 고용보험에 가입할 방법 자체가 없다. 무급가족종사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기혼여성인 무급가족종사자는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여성 노동에 대한 최소한 대가다.

취업준비, 학업, 육아와 돌봄으로 인해 경제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운 초단시간 노동자들도 재직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 65세 이상의 1/3가량이 일하는 현실을 반영해 65세 이상 취업자도 고용보험 가입 대상으로 해야 한다.

투잡(여러 직장)이더라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하여 그중 한 곳의 실업으로 인한 위험도 보호해야 한다. 임시직, 일용직, 저임금 노동자가 임금이 충분하지 못해 투잡하는 경우가 많고,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투잡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대부분의 투잡은 생계를 위해서인데, 이 중 한 곳이라도 실업이 된다면 실업으로 인한 위험을 보호하기 위해 부분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와 같이 천재지변이나 재난 사태로 인해 소득이 감소할 경우를 대비해 소득지원급여도 보장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버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고용안전망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하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몇 개의 직종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일하는 사람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제대로 된 전국민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진보당은 작년부터 전국민 고용보험을 제안했고 운동본부를 구성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사각지대 없는 고용보험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용보험이 절실하지만, 여기서조차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회에 걸쳐 싣는다.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명실상부한 전국민 고용보험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