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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광화문 차벽 "불가피" 56.4% - "과잉" 40.6%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진보층 대부분 '불가피한 조치'... 보수층 3분의 1도 동의

등록|2020.10.07 07:10 수정|2020.10.07 08:09
 

▲ ⓒ 오마이뉴스


한글날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 예고된 집회에 대응해 차벽을 쌓는 등 원천 차단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조치인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가. 간단치만은 않은 이 질문에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6일 하루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500명(총 통화 8142명, 응답률 6.1%)에게 경찰의 한글날 도심 집회 원천 차단 방침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질문은 아래와 같다.
 
Q. 경찰은 지난 개천절처럼 이번 한글날에도 도심 집회를 불허하고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차벽 설치 등 경찰의 도심 집회 원천 차단 방침에 대해 다음 두 주장 중 무엇에 더 공감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로테이션)
1번.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조치다
2번.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3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라는 응답이 56.4%,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과잉 조치다"라는 응답은 40.6%로 집계됐다. 두 응답의 격차는 15.8%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4.4%p)를 벗어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9%였다.

집회의 자유 중시하는 진보층 88.8% "불가피한 조치"
보수층은 "불가피" 34.4% - "과잉" 62.8%
중도층, 서울, 대구·경북 "불가피" - "과잉" 팽팽


전통적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시하는 진보층은 이번 경우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불가피한 방역조치라는 쪽으로 크게 쏠렸다. 진보층에서는 '불가피한 조치' 응답이 88.8%에 달한 반면, '과잉 조치'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반면 보수층은 3 대 6 정도로 나뉘었다. '불가피한 조치' 응답이 34.4%였고, '과잉 조치' 응답이 62.8%였다. 중도층에서는 양쪽이 팽팽했다(불가피 48.8% - 과잉 48.6%).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불가피한 조치' 응답이 40대에서 67.2%로 가장 높았고, 이후 60대(60.6%), 50대(55.0%), 30대(54.9%) 순이었다. 18·19세 포함 20대는 불가피 51.4% - 과잉 48.6%로 팽팽했다. 70세 이상 역시 불가피 46.7% - 과잉 41.7%으로 비등했지만 '잘 모름' 응답이 11.6%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 분석에선, 차벽이 설치된 광화문광장이 있는 서울 지역에선 '불가피한 조치' 48.4%, '과잉조치' 50.4%로 팽팽하게 갈렸다. 하지만 광주/전라 81.0%를 비롯해 경기/인천(59.6% - 36.2%), 대전/세종/충청(59.0% - 39.5%)에서는 불가피 응답이 높았다. 반면 부산/울산/경남(44.6% - 55.4%)에서는 과잉 응답이 우세했다. 대구/경북에서는 49.0% - 42.9%로 비등했다.

지지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이 확연히 대비됐다. 민주당 지지층의 91.9%가 '불가피한 조치'라고 응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79.7%는 '과잉 조치'라고 답했다. 무당층은 불가피 52.9% - 과잉 40.3%로 불가피한 조치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층에선 '불가피한 조치'라는 응답이 95.6%로 압도적 다수였다. 반대로 부정평가층에서는 24.4% - 71.8%로 '과잉 조치'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부정평가층 응답을 좀더 들여다보면, 소극적 부정평가층에서는 오히려 '불가피한 조치'라는 응답이 54.6%로 '과잉조치' 응답 35.6%보다 높게 나타났다. (적극적 부정평가층은 '과잉 조치' 응답이 83.7%)
 

▲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2020.10.3 ⓒ 연합뉴스


광화문 집회 경험이 만들어낸 '차벽 인정' 여론... 경찰 "접촉 차단 위해서는 차벽 말고 다른 수단 없다"

지난 3일 개천절에 경찰이 광화문 광장에 차벽으로 두르고 보수단체 집회를 원천 봉쇄하자, 야당과 보수단체에서는 위헌 판결을 받은 2009년 '명박산성'에 빗대 '재인산성'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발전은 못할망정 퇴보하는 모습"(5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문 대통령은) 불과 5년 전에 경찰 차벽은 반헌법적이라 하시지 않았던가, 그 사이 헌법은 바뀌지 않았다"(같은 날 윤희석 대변인)라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권·진보층은 거의 의견 일치를 보고 있고, 중도층의 상당수와 야권·보수층의 일부도 그렇게 생각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지난 8.15 광복절 집회로 인한 감염증 재확산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 페이스북에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민주당 정부의 일원으로서 '한글날 집회 차단이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을 매우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정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날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접촉 차단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차벽 외 다른 적정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며 오는 9일 한글날 집회에 대응해 차벽이 다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8142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의 응답을 받았다. 조사방법은 무선(80%)·유선(20%)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을 사용했다. 통계보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대,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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