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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의 '관계자외 출입금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

[정미경의 어떤 인생 1-2] 장례지도사의 삶

등록|2020.10.11 12:07 수정|2020.11.27 23:38
 

▲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의 관계자가 염습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3.6.26 ⓒ 정민규


[1편] 호출번호 4444... 대기업 때려치고 '저승사자' 된 사람(http://omn.kr/1p4ck)에서 이어집니다.

"어르신, 잠깐 입 좀 벌릴게요. 입 모양도 예쁘게 해갖고 가셔야죠. 안에다 이 솜 좀 넣게 조금만 아, 해보세요."

'관계자 외 출입금지' 안내가 붙은 지하 안치실 안에서 갓 안착한 고인의 수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런두런 작업자들 말소리가 들린다. 장례지도사들이 고인의 몸을 움직이며 고인에게 양해를 구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살아 있는 어르신을 대하듯 진지한 말투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요양병원 병상에서 힘들게 사투를 벌이던 한 인간이 이승의 호흡을 멈추고 가의(수의를 입기 전 임시 옷)가 입혀져 안치실 칸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급박하게 도착한 고인이 알고 보니 지인인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지인이나 지인가족을 갑자기 고인으로 만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닙니다. 그런 경우 저는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염습을 합니다."

지인을 고인으로 마주하는 경험은 이 일을 업으로 삼는 한 피할 수 없는 우연이다. 그러나 안치대(염습 작업대)의 수시포(시신 덮개용 흰 천)를 벗기고 보니 지인이 누워 있는 충격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업체에 이송해 오는 고인의 신상정보는 즉각 전 직원에게 공유되기 때문이다. 불의의 사고로 돌연사한 친구를 직접 염습하려다 격한 심리적 동요로 포기한 사례 외에 거의 모든 지인의 시신을 그는 손수 염습했다.

망자들이 택일을 하여 죽지 않기 때문에 장례지도사들에게는 휴일이 없다. 주말과 공휴일은 물론 장례 업에 종사한 후 명절을 쇠 본적이 없다. 근무일정표에 의한 휴일이 순번대로 주어질 뿐이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는 환절기는 특히 상가 발생률이 높고 덩달아 장례지도사들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다.

장례지도사들은 항상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감 속에 산다. 사소한 실책이나 오류도 재연이나 만회가 불가능하다. 작은 실수나 허점도 상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남는다.

아이러니
 

▲ 염습실 내부 ⓒ 정미경


일부 장례지도사들은 극한 업무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도박이나 유흥으로 해소하기도 한다. 타 업종에 비해 자살률이 높은 것도 아이러니다. 날마다 죽음을 마주함으로써 죽음에 대한 공포감과 두려움이 희박하다. 죽음에 무감각한 직업적 특성이 자신의 자살충동을 심각한 오류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에는 제도교육의 부재와 전문성 결여로 장례지도사들과 상가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일부 장례지도사들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부적절한 행위로 불미스런 사례가 빈번했다. 이는 장례지도사들의 자질에 관한 문제제기와 업계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주요인이었다. 금전적 이익에 집착한 장례지도사들의 노골적인 금품요구가 그렇잖아도 실의와 슬픔에 빠진 상주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일명, 노잣돈 명목의 봉사료 출연은 상주들에게는 고인의 원만한 장례를 위해 치러야 하는 피치 못할 단계였다.

지금은 장례문화도 발전하고 있다. 과거의 폐단과 악습도 사라져가고 있다. 현장 봉사료에 상당부분 의존했던 장례지도사들의 수입도 합리적인 임금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핵가족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고인 한 분에서 발생하는 유족의 숫자도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다. 더 이상 노잣돈 개념의 부차적인 수입에 의존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도 장례업종 개선방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정 장례지도사는 장례식장의 위생환경개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 고인의 신체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업무의 성격상 장례지도사들은 늘 취약한 위생여건에 노출되어 있다. 한 번은 고인의 염습을 다 마치고 난후에야 그 고인이 에이즈 환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인의 에이즈감염 사실을 모른 채 염습을 했던 동료들의 충격과 불안감은 심각했다. 에이즈처럼 예민한 병명조차 고인의 신상정보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병원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에서조차 누락되어 있었다. 그만큼 시신에 직접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장례지도사들의 안전을 배려한 체계가 부실했던 것이다.

장례지도사들이 감당하는 복합적인 업무의 성격도 장례식장 위생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장례지도사는 장례식 전반을 총괄하다보니 접객음식점검, 상주 접촉, 염습 등의 업무에 동시에 관여한다. 그러므로 장례지도사 스스로 위생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정 장례지도사는 아무리 단순한 작업이라도 고인의 신체에 접촉할 시 반드시 위생복, 마스크, 장갑 착용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염습작업이 2인1조 이상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는 점은 상호 감시와 점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도이다.

정 장례지도사는 기독교 신자다. 하지만 동료 장례지도사들 사이에서 제사전문가로 통한다. 상가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장례지도사의 본분이라 여기는 그는 장례식에서 요구되는 제사의식을 기꺼이 집전한다. 기왕이면 정통예법에 맞는 제사를 올리기 위해 관련 분야를 열심히 연구하고 습득했다.

현재 우리가 지키고 있는 제례에 의외로 일제잔재가 많이 배어 있는 점을 안타깝게 여긴 그는 일본까지 건너가 잘못 전파된 현지의 제사 유래를 시찰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터득한 제례에 관한 내용을 자료로 정리중이다. 은퇴에 대비하여 후배들에게 계승케 하려는 목적이다.

장례지도사는 죽음이라는 불행을 전제로 상거래 하는 직종이다. 유능한 장례 인력과의 만남은 가족을 여읜 상가에 큰 위안이 된다. 한 장례지도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한 감동은 사후에도 상가에 긴 여운을 남긴다. 정 장례지도사는 오늘도 명부로 떠나는 칠성판 위의 고인을 향해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정성과 노력을 진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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