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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판결문' 쓰면 권위 떨어진다? 법복 정치의 딴지

[국감-법사위] 유상범 의원, '달라진 법원'에 우려... '판사 헛소리' 재판 녹음 놓고 논쟁도

등록|2020.10.13 13:31 수정|2020.10.13 13:55

▲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대전·청주·광주·전주·제주 지법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광태 대전고등법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 "70년의 전통을 깨고..."

대전고등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이 화제의 판결문 하나를 꺼냈다. 어렵고 권위적인 형식을 벗어나, 경어체를 사용한 이인석 대전고등법원 판사의 존댓말 판결문이 그것. 유 의원의 질의 취지는 '우려'였다.

유 의원은 "사법 신뢰를 위한 판사의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는 있는데, 반대로 법원의 권위가 떨어질 거라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신속, 정확한 판결과 권리 구제를 좀 더 철저히 판결하는 것 아닌가"라며 김광태 대전고등법원장에게 존댓말 판결문 작성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김광태 법원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개별 판사가 (판단해서) 한 것"이라면서 "(유 의원과) 같은 생각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반대로 우려도 있다는 걸 안다. 지적에 감사하다"고 동조했다.

사실 존댓말 판결문은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판결 과정에서 법관 권위에 억눌리기보다, 사법 행정 서비스를 받는 주체자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법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같은 취지에 발맞춰 지난 6월 20일 개인과 기관에 통지하는 결정문을 경어체로 변경하기로 한 바 있다.

성추행 가해자에게 "유익한 경험" 판사 목소리, 녹음 공개 안 된다?
 

▲ 대한민국 법원 로고 모습 ⓒ 박정훈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번 사건이 피고인의 교직 생활에 아무쪼록 유익한 경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린 법원'에 대한 이견은 재판 단계 녹음에 대한 법조인 출신 여야 의원 간 논쟁에서도 드러났다. 변호사 출신인 김남국 의원이 지난 2019년 대전고법 판결 주문 중 11세 아동을 성추행한 피고인 교감에게 당시 재판부가 "유익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한 녹취를 국감장에서 재생한 대목에서다.

김 의원은 김광태 대전고법원장을 상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따뜻한 주문이지만, 억울함을 호소한 피해자가 부모와 한자리에 있던 법정에서 적절했는지 의문이다"라면서 "공정한 재판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판이 되지 못하면 비판받을 수 있다"고 질타했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은 김 의원의 '녹취 공개'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 의원은 질의 끝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재판부 허가 없이 녹음해선 안 된다. 국감 현장에서 이렇게 실현된다는 건, 국민들이 '이래도 되나' 하는 오해를 가질 수 있다. 법정 안 녹음은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다시 '재판 공개 대원칙'으로 맞섰다. 그는 "필요할 때만, 그리고 (재판장이) 허가할 때만 녹취된다는 건 맞지 않다. 제가 공개한 녹취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것으로, 비밀리에 제보된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다시 "(국민들이) 녹취가 되나보다 오해할까봐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녹음 의무화는 사실 공개재판주의를 강조하는 법조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이다. 역시 판사 출신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 8월 31일 입안하기도 했다.

위 재판부와 같은 재판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을 줄이고, 재판을 투명하게 기록해 공판조서에 대한 법관의 책임감을 더 강화시킨다는 취지다. 다만 사생활의 비밀 또는 신변 보호를 위해 녹화의 경우 당사자가 희망하고 상대방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허용해 사생활 침해를 방지하도록 제한 규정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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