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거부 의대생 구제, 여전히 "반대한다" 52.2%
[오마이뉴스 주간 현안 여론조사] 한달 전 조사와 반대 응답 거의 동일... 찬성은 37.5%
▲ ⓒ 오마이뉴스
의사 파업이 마무리된지 한달 가량 지났고 최근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의사 국가고시(국시) 응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을 구제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우리 국민 절반 가량은 여전히 미응시 의대생 구제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파업 직후 실시했던 여론조사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13일(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0명(총 통화 8273명, 응답률 6.0%)을 대상으로 국시 미응시 의대생 구제에 대한 찬반 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문항은 다음과 같다.
Q. 최근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나서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전공의 단체는 의대생들의 재응시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다시 단체행동에 나설 뜻을 밝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자 구제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선택지 1~2번 로테이션)
1번. 찬성한다
2번. 반대한다
3번. 잘 모르겠다
조사 결과, 미응시 의대생 구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2%로 절반을 넘겼다.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37.5%였다. 두 응답의 격차는 14.7%p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p)를 벗어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3%였다.
"구제 반대" 9월 52.4% → 10월 52.2% 지속
"찬성" 32.3% → 37.5%... "잘 모름" 15.3% → 10.3%
여전히 거의 모든 지역과 연령대에서 "구제 반대" 우세
이번 조사에서도 대부분 지역과 성별, 연령대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충청(반대 63.3% - 찬성 33.9%) 지역에서 의대생 구제 반대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광주·전라(58.9% - 33.7%), 경기·인천(52.6% - 37.8%), 부산·울산·경남(46.2% - 35.4%) 순이었다. 서울(46.9% - 41.2%)과 대구·경북(48.3% - 43.6%)은 비등한 가운데 반대 의견이 살짝 앞섰다.
연령대별로는 40대(반대 63.3% - 찬성 29.5%)에서 반대 여론이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58.4% - 31.1%), 20대(52.9% - 41.8%), 50대(52.3% - 38.5%) 순이었다. 반면 60대(42.5% - 46.1%)에서는 찬성 응답 비율이 좀 더 높았다. 70세 이상(39.6% - 37.8%)은 양쪽 응답이 팽팽한 가운데 '잘 모름' 응답이 22.6%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반대 53.2% - 찬성 38.7%)과 여성(51.2% - 36.3%) 모두 반대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진영별로는 극명히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 응답이 81.9%로 압도적이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찬성 응답이 62.4%로 다수였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층은 반대가 82.6%로 압도적이었고, 부정 평가층에서는 거꾸로 찬성 응답이 59.2%로 다수였다. 이념적 진보층의 69.1%는 반대를, 보수층의 52.3%는 찬성을 선택한 가운데, 가장 표집수가 많은 중도층은 반대 52.9% - 찬성 40.6%로 반대가 많았다.
아직 화 풀리지 않은 국민들... 엇갈리는 의료계 메시지
▲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본과 4학년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미응시 문제와 관련해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병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 의료원장. ⓒ 공동취재사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지난 의사 파업에 대해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난 8일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인하대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달라며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을 달래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턴수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단체행동을 고려하겠다"(12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에 저항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자 한 의로운 취지의 행동이었으므로 의대생들이 사과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13일 의사협회) 등 뒤이어 나오는 의사 단체의 메시지가 대학병원장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뿐 아니라 국민 여론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 쪽은 계속 원칙적인 입장이다. 김원이 민주당 원내부대표(국회 보건복지위)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사 시험 뿐 아니라 모든 국가시험은 국가에서 운영하고 인증하고 책임지는 시험인데, 국가가 정한 원칙과 규율이 흔들리면 국가의 신뢰가 무너진다"라며 "국민도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관되고 공정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원칙보다는 현실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한희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KAMC) 이사장은 "코로나19라는 산을 넘고 한국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하도록 국민의 넓은 혜량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 국민 정서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국민 정서만 얘기하면서 재응시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건 보건의료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국시를 관리하며 중재에 나섰던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은 "의사들이 단체행동을 하면서 특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고, '전교 1등 한 사람' 같은 표현들이 국민 정서를 거스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의대생들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게 없는 학생들보다는 의협이나 전공의협의회에서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은 모두 2726명이다. 올해 응시 대상자 3172명 가운데 14%인 446명만 실기시험에 응시해 지난 9월 8일부터 11월 20일까지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집방법은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을 사용했고, 통계보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오른쪽 '자료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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