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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국 일본' 고발한 일본 거장... 아오이 유우도 빛난다

[여기는 BIFF]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상영작 <스파이의 아내>

등록|2020.10.22 12:01 수정|2020.10.22 12:02

▲ 영화 <스파이의 아내>의 한 장면. ⓒ C&I entertainment


2차 세계대전의 주축이던 일본은 여전히 자국의 전쟁범죄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75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피해국에 공식 사과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역사에서 오히려 전범국 이미지를 지워오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일본 스스로 고백하고 바라보는 전쟁 가해자의 속살을 담고 있다. 우리에겐 공포 및 스릴러 등 장르 영화로 더 알려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이며, 스타 배우 아오이 유우가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태평양전쟁 직전과 직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의 아내>는 무역회사 대표인 유사쿠(다카하시 이세이)와 그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의 심경 변화를 동력삼아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만주에서 전쟁의 참상, 그중에서도 일본의 생체실험과 갖가지 전범을 목격한 유사쿠는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으로 대의를 도모한다. 명민하면서 사랑이 넘치는 사토코는 그런 그를 걱정하면서 동시에 자신 또한 방관만 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남편은 나라를 팔아넘기려는 매국노일까, 아니면 평화를 지키려는 영웅일까. 사토코는 자신들을 주시하는 옛친구이자 현재는 경찰이 된 야스하루(히가시데 마사히로)의 감시망을 느끼며 복잡한 내적 갈등을 경험한다.

애국하라는 옛친구, 그리고 사랑하고 있지만 위험한 선택을 하려는 남편을 바라보는 사토코의 관점이 곧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이 될 것이다. 근현대기에 순종하는 아내,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모습이지만 동시에 남편과는 별개로 스스로 현실을 깨닫고 모종의 선택을 하려는 여성의 모습이 혼재한다.
 

▲ 영화 <스파이의 아내>의 한 장면. ⓒ C&I entertainment


<스파이의 아내>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장르적 특기를 기대했다면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직접 각본까지 쓴 감독은 최근작에서 그랬듯 진중한 분위기로 무거운 주제의식을 느린 호흡으로 전달한다.

영화적 성취보다 일본 영화인 스스로 내밀하게 고백한 자국의 아픈 역사라는 점이 <스파이의 아내>가 가진 미덕이다. 731부대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전쟁범죄 가해자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 배우와 거장 감독의 만남 자체로도 이 영화는 올해 부산에서 꼭 봐야할 작품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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