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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허락된 특별한 사진전

피란, 폭격, 학살을 담은 ‘허락되지 않은 기억’전... 11월 22일까지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서 진행

등록|2020.11.03 18:32 수정|2020.11.03 18:42

▲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10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 임재근

   

▲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에 마련된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전시실 ⓒ 임재근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맞아 특별한 기억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민주인권기념관 4층과 5층 전시실에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이 진행 중이다. 사진전 '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은 피란, 폭격, 학살이라는 주제를 통해 전쟁 지도부가 허락하지 않았던 전쟁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신재욱 상임활동가가 4층 전시실에서 전시 해설을 하고 있다.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2시에 진행된다. ⓒ 임재근

   

▲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 4층 전시실의 모습. ⓒ 임재근


4층 전시실은 크게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어떤 피란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살기 위해 떠난 사람들에게 국가가 '자유 피란민'이라 불렀던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만난 '자유'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를 물음 속에 길 위에서 만난 것은 생존과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또 다른 전쟁의 현장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또한 어떤 피란의 종착지는 죽음이었다며 피란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섹션은 '폭격'의 민낯을 고발하고 있다. '폭격, 마을과 사람을 겨누다'는 제목으로,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들의 죽음은 '부수적 피해'가 아닌 '학살'임을 들어낸다. 전후방 가리지 않고 한반도 곳곳에 떨어진 폭격지도를 통해 왜 폭격이 '학살'이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은 '국민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민간인 학살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전시가 주목한 민간인 학살은 대전지역에서 발생했던 두 개의 학살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대전에서는 군인과 경찰들이 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등을 '산내 골령골'로 끌고 가 대규모 학살을 자행했다. 대전을 점령했던 인민군들은 퇴각을 하면서 대전형무소와 그 인근에서 보복학살을 하기도 했다.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이중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고, '불러보는 이름'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였다. '불러보는 이름' 방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녹음해보는 특별한 전시실이다.
  

▲ ‘한국전쟁 70년 기억 사진전-RESTRICTED 허락되지 않은 기억’의 5층 전시실은 대공분실 조사실로 사용되었던 방 중 10개를 ‘어떤 무덤’, ‘남겨진 사람들’, ‘부역자’, ‘위안부’, ‘어떤 폭격’, ‘고지전’, ‘노무자’, ‘반란자’, ‘불러보는 이름’ 등의 제목으로 전시실로 만들어 ‘전쟁을 통하는 10개의 방’을 만들었다. ⓒ 임재근

   

▲ 5층의 13번 조사실은 ‘어떤 무덤’이란 제목의 전시실이 되었다. 전시실 ‘어떤 무덤’은 유해발굴과 관련된 진시를 담고 있다. ⓒ 임재근

   

▲ 5층의 2번 조사실에 마련된 ‘불러보는 이름’ 전시실에는 진실화해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2만명 가까운 희생자 명단을 지역별, 시간별로 나눠 정리해 출력해 벽면에 붙여져 있다. ⓒ 임재근


전시를 기획한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박석진 상임활동가는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는 어떤 평화를 만들어 낼 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가의 공식 전쟁 기억이 구현된 용산 전쟁기념관에는 군인, 영웅, 승리, 군인 중심의 기억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전쟁 피해자의 관점에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2일까지 진행되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고, 전시 해설은 평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다.

이번 전시는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국역사교사모임,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가 주관했다. 강성현(성공회대학교), 고진아(전국역사교사모임), 김득중(국사편찬위원회), 김민환(한신대학교), 박찬희(박찬희박물관연구소), 이임하(성공회대학교), 전갑생(성공회대학교)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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