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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민단체 "정부는 떠보는 중... 오염수 방류 꼭 막겠다"

[인터뷰] 후쿠시마지역 시민단체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등록|2020.11.05 07:39 수정|2020.11.05 07:39

▲ 구호가 이름이 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지난 10월 19일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제공


123만 3985㎥(약 123만톤).

일본 정부가 11월 이후 태평양 해양에 방류할 계획을 밝힌 방사성 오염수의 양(10월 30일 기준)이다. 도쿄전력이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된 이런 방사성 오염수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저장돼 있다. 1천만 서울 인구가 사용하는 1일 수돗물양(약 320만톤)의 1/3을 넘는 양이다.

지난 10월 한국 사회는 약 123만톤의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검토한다는 일본 정부의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곳곳에서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민단체가 잇따라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미온적인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만 들썩인 건 아니다. 일본에서도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이들이 거리로 나왔다. 후쿠시마현에서도 지역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민단체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これ以上海を汚すな!市民会議, 이하 시민회의)'도 이 중 하나다.

구호가 단체 이름이 됐다. 시민회의 이야기다. 지난 2013년 여름,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오염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후쿠시마현에서 열렸다. 이때 시위에 참석했던 몇몇 사람이 모여 시민회의를 설립하면서 구호를 단체명으로 채택했다.

시민회의는 이름만 특별한 건 아니다. 지난 10월 19일 시민회의는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더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유출이 없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라고 외치며 피켓을 들었다. 과거 일본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누군가는 이게 뭐가 대단한 일이냐고 되물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한국과 달리 피켓과 시위를 든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가라타미 고진(柄谷行人)는 책 <일본은 왜 데모하지 않는가>에서 "일본에서 데모(시위)하는 것은 유치하다거나 촌스럽고 좋지 않다는 풍조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회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제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10월 말~11월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으며, 인터뷰 도움과 번역은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이 맡았다. 이 기사는 탈핵신문에도 공동 게재된다. 다음은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대다수 일본 시민,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 구호가 이름이 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가 지난 10월 19일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며, 후쿠시마현청과 후쿠시마역 앞에서 시위를 했다. ⓒ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제공


- 시민회의는 언제, 어떤 목적으로 출범했으며, 어떤 사람들로 구성돼 있나.


"지난 2013년 여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때 이 사고에 항의하는 집회를 후쿠시마현에서 열었고, 이날 시위에 참석했던 몇몇 사람들이 모여 출범하게 됐다.

핵발전소 사고로 방대한 양의 방사성물질이 바다를 오염시켰다. 더는 방사성물질의 해양 유출이 없도록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생명의 근원인 바다와 시민들의 건강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회의에는 현재 약 30명의 후쿠시마 현지 주민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고, 후쿠시마현 밖의 시민들도 여러 명 함께 하고 있다.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약 5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 지금까지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된 강연회나 심포지엄을 지역의 단체들과 공동으로 개최해 왔으며,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 지자체 의회 등에 각종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와 관련해 진행하는 공청회에 참여하거나 정부가 시민에게 의견을 묻는 제도인 '퍼블릭코멘트'에 많은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에도 힘써왔다. 각지에서 1인 시위나 피케팅도 진행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홍보자료를 만들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알렸다. 특히 매년 바다의 날에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오나하마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퍼블릭 코멘트'는 일본 정부가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로 일종의 '의견 공모 제도'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까지 이런 '퍼블릭 코멘트' 절차를 통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최근 그 결과가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체 4011건 중 2700건이 인체 유해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였고, 1000건은 방사능 오염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염려였다.

- 일본 정부가 11월 내에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쌓여 있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현 내 여론은 어떤가?

"수많은 시민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 특히 어업 관계자와 농림수산업 및 관광업 관계자들이 강력히 반대한다. 후쿠시마현 내 여러 기초지자체 의회에서도 해양 방류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고 무조건 해양 방류를 결정하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해양 방류가 아닌 육상 보관을 비롯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자세는 일방적이다. 처음부터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방침 이외) 다른 대안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있다."

- 시민회의가 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후쿠시마 주민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발생 이후 수많은 고생과 노력을 해왔다. 방사능에 오염된 땅을 정화하기 위한 제염작업에도 협조해 왔다. 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여름방학 등을 활용해 단기 피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했다. 농산물과 식품, 흙과 물 등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이들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해 공개하는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후쿠시마 시민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며, 추가적인 피해를 확대하는 인위적인 행위다.

지금도 방사능에 피폭되지 않으려 피난 생활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피해자 중에는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사고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해양방류 결정을 11월로 연기했다고 한다. 왜 그렇게 결정했다고 생각하나.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10월 27일에 결정하겠다'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대적으로 이를 보도한 언론기관에 대해 '오보'라고 수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추측이지만 언론이 '10월 27일 결정설'을 보도한 것을 묵인한 이유는 여론의 반응을 엿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커지고, 퍼블릭 코멘트에서 4011건 중 70%가 반대 의견을 차지한 것을 고려해 (오염수 방류 결정) 발표를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 (일본 정부의) '10월 내 결정'을 막은 건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연기만 됐을 뿐,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한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시민회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슈퍼마켓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진열... 구매 여부는 소비자 몫"
  

▲ 지난 2015년,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지역 어업조합에 보낸 답변서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한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했다. 앞서 어업조합은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요구사항을 도쿄전력에 전달했다. ⓒ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제공


-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의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후쿠시마 어민들의 입장이나 의견에 대해 알고 싶다.

"방사성 오염수가 해양 방류되면 어민들은 수출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국내(일본 내) 소비도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업으로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어민들은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어업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일관적으로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 2015년 8월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와 도쿄전력이 약속한 내용이 있다. 당시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도쿄전력에 요청서를 보내 '원자로 건물 내에 있는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에서 처리한 후에도 발전소 내 탱크에 보관해 책임 있게 엄중하게 관리해야 하며, 어업조합과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한 해양방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도쿄전력은 '관계자들의 정중한 설명과 이해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하고, 도교전력이 동의한다면 (도쿄전력은) 어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고, 어민들을 배신하는 일이 된다."

- 최근 한국 언론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어업 활동이 일부 재개되었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일본에서 일상적으로 유통되어 있는지,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일본에서의 반응이 어떤지, 혹시 불매운동은 일어나지 않는지 궁금하다.

"'후쿠시마산'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나와 있는 수산물은 사고 후부터 현재까지 '시험 조업'이라는 한정된 상황에서 어획된 것이다. 어종별로 방사능 측정을 해서 출하하고 있으며, 어획량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의 약 10%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전국에 있는) 슈퍼마켓 등에 진열되는 수산물 중에는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잡힌 것도 있다. 그 수산물을 구매할지 여부는 소비자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이 기사를 읽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약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이 일본 정부의 정책으로 방사성 오염수가 해양 방류되는 것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사성 오염수가 해양 방류된다면, 당연히 인근 국가에도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이상 해양에 오염수를 방류하지 마라 시민회의'는 많은 사람과 함께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겠다. (한국 국민과 함께) 방사능 피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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