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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 포장'은 왜 김경수 재판에 영향 못 줬나

[항소심 판결문 보니] 김 지사 "닭갈비 먹었다"... 재판부 "그건 9월"...경공모 회원 진술에 무게

등록|2020.11.09 18:18 수정|2020.11.09 18:20

▲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댓글 순위 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결국 가공의 25번 테이블은 포장해간 것 맞고요. 저희 가게에 왔던 경공모 이분들은 자주 오신 분들이라 VIP로 등록돼있습니다. (영수증에 적힌) 포장 15인분은 2+1이라 총 23인분 정도 포장해드렸습니다." - 6월 22일 18차 공판, 파주 닭갈비식당 사장 홍아무개씨 증언.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사건 항소심 18차 공판에서 나온 홍씨의 증언은 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닭갈비를 포장한 사실이 김경수 지사가 댓글 순위 조작에 관여했다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었던 걸까.

이 사건의 쟁점은 김경수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경기도 파주 경공모 사무실에서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을 참관했는지 여부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경수 지사가 참관한 사실을 들어,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 공범으로 김 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 김 지사가 시연을 참관한 것으로 인정된 결정적인 증거는 네이버 접속 로그 기록이다. 드루킹 일당이 오후 8시 7~23분 네이버 아이디 3개로 접속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이때 시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지사는 오후 7시부터 40분 동안 공진화 모임 회원들과 저녁을 함께했고, 오후 7시 50분부터 9시까지 브리핑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로그기록이 남은 때는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닭갈비식당 사장 홍씨의 증언은 저녁을 함께 먹었다는 김 지사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었다. 김경수 지사 변호인단에서는 실형이 나온 1심 결과가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6일 판결문에서 "피고인(김 지사)은 (11월 9일)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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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김경수 지사 주장을 물리친 이유

재판부는 김 지사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들은 있다고 밝혔다. ▲경공모 텔레그램 대화방에 '18:00부터 전략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18:30부터 식사 예정'이라고 공지돼있고, ▲ '드루킹' 김아무개씨도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고 인정하고 있고, ▲특검의 수사 초기 드루킹 일당은 김 지사와 저녁을 먹었다고 진술한 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11월 9일 저녁 식사를 함께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은 것만 기억한다고 밝혔다. 같은해 9월 28일 경공모 쪽의 한우 구입 결제 내역이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김 지사가 식사한 날은 9월 28일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또한 특검이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에게 11월 9일 닭갈비식당 결제 내역을 제시하자, 이들은 경공모 회원들끼리 먼저 식사를 했고 김 지사와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술이 수사 초기에 비해 바뀌었지만,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적어도 각 그 진술 당시에는 당일 피고인의 식사 여부가 쟁점이 되지는 않았고, 특검 주장 시연 로그도 아직 확정되기 전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인의 식사 여부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였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신빙할만하고, 그에 의하면 피고인은 두 번째 경공모 사무실 방문 당시(11월 9일)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재판부는 경공모 회원 2명이 오후 8시 13분과 19분에 휴대전화로 네이버 접속해 기사 좋아요와 댓글 공감을 여러 차례 클릭한 사실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브리핑 도중 휴대전화로 댓글 활동을 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늦어도 오후 8시 13분경에는 피고인과 (경공모) 전략회의 멤버들이 참석한 브리핑이 이미 끝났음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저녁을 함께 먹은 뒤 오후 7시 50분부터 9시까지 브리핑을 들었다는 김 지사의 주장을 물리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의 동선과 관련해, 아래와 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시점에서 참석자들이 당일 일정과 동선 등을 분 단위로 세세하게 기억하기도 어려운 점, 앞서 피고인이 특검 주장 시연 로그와 같이 구동되는 킹크랩 프로토타입의 시연을 참관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되었다고 판단한 이상 그 이후 피고인의 행적까지 일일이 특별검사가 증명하여야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보면, 킹크랩 브리핑과 시연을 마치고 난 이후 피고인의 행적을 들어 위 증명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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