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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인구주택총조사, 10여 년 전 그때가 떠올랐다

등록|2020.11.10 10:47 수정|2020.11.10 11:00

인구주택총조사인구주택종조사에 관련된 사진 ⓒ 통계청


며칠 전에 가을향기와 함께 우편물에 꽂혀 있던 한 장의 안내문. 바로 통계청에서 보내온 우편물이었다. 연인의 설레는 편지가 아니여서 살짝 실망했지만, 인구주택총조사를 한다는 안내문이었고 그 안에는 인터넷 접속 방법과 참여 번호가 나와 있었다. 시간도 없었고 얼핏 보니 기간도 남아서 한쪽 구석에 놓은 뒤 한참이나 잊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함께 아침 산책을 하는 멤버 중 한 명이 나오지 않아 물어보았더니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으로 뽑혀서 일을 하고 있는 소식을 들었다. 인터넷조사를 하지 않으면 집으로 직접 방문하다는 말 한마디에 서둘러 집에 와서 조사원이 오기 전에 마무리를 하려고 앉았다.

스마트폰을 열어서 QR코드를 스캔하니 바로 연결이 되었다. 정말 편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였다.  항목이 많아서 천천히 하니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했지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문항을 채웠다. 어느새 마지막 문항이 나왔을때에는 끝났다는 안도의 숨을 쉬었고 별 어려움이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나도 십여년 전에 조사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사이 짬짬히 조사했었는데 끝나고 목돈이 들어오니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조사에 불응하는 것이였다. 왜 이런 조사를 하느냐며 내심 선물을 기대하셨고 끝까지 응답을 안 하시는 분들은 관리자가 직접 전화를 하거나 함께 동행해서 도와주셨다. 관리자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 민망하기는 했지만 그럴 이유가 있었거니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다음으로 힘든 건 바로 개이다. 집 앞에 크게 '개조심'이라고 적혀 있으면 들어가기 힘들었고 몇 번이나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해다. 나중에는 이장님의 찬스를 쓰기도 해서 무사히 조사를 마무리했고 집 앞에 개를 만나면 식겁하여 눈물부터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인정 많으신 어르신들을 만나면 젊은 사람이 고생한다며 감이며 사탕, 과자 등도 주셨다.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은 하염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꺼내놓으시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머물렀던 적도 있었다.

자식 이야기, 남편 바람피웠던 이야기. 옆집 누구 할머니 뒷담화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셨고 자신의 형편을 이야기하실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시기도 해 마음이 아픈 적도 있었다.

그때를 기억하면 재미있고 보람 있었지만 하루종일 걸어 다니며 기안 안에 조사를 끝내야 했던 것이 긴장도 되고 지치기도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눈물과 회한이 더 슬프고 가슴 아프게 아직도 내 마음이 남아 있다. 그 어르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저녁이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너무 중요한 자료이다. 조사원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고 귀하게 쓰이면 좋겠고 국민의 많은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 가장 중요한 건, 조사원들을 존중하는 일이다. 그분들은 단지 일을 하는 것이며 만나는 분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다. 또한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열심히 참여해주신 분들에게는 어려운 일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올해는 인구조사원이 아닌 조사 대상자로 참여했지만 쉽고 간편해서 좋았다. 나의 조사 결과가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니, 보람 있었다. 조사원을 하는 분들에게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다. "힘내세요. 여러분의 수고로 세상의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나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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