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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볼걸?" 프로그램 실패 장담한 '운동뚱' 김민경의 한 방

[인터뷰]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코미디언 김민경

등록|2020.11.19 14:35 수정|2020.12.19 11:11

▲ 코미디언 김민경 인터뷰 사진 ⓒ JDB엔터테인먼트


"시키는 대로 운동만 할 거다. 하나도 재미없을 걸?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운동만 할 거야. 아무도 안 볼 걸."

지난 1월 시작된 유튜브 웹예능 <시켜서 한다!-오늘부터 운동뚱>(아래 <운동뚱>)을 통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김민경은 촬영 전 이영식 PD에게 프로그램의 흥행 실패를 장담하며 이렇게 말했단다. 그러나 김민경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사람들은 말 그대로 열심히 운동만 하는 김민경에게 열광했다. 첫 회가 공개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겼으며, 김민경은 운동신경을 타고났다는 의미로 '금수저'에 빗댄 '근수저'(근육수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코미디언 김민경을 만났다.

<운동뚱>을 통해 김민경은 헬스를 시작으로 필라테스, 골프, 축구, 종합격투기, 야구에 이르기까지 끊임 없이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도전하는 종목마다 선생님들이 "하루 만에 이렇게 잘하는 사람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두른다는 것. 최근 공개된 야구 편에서 김민경은 금세 날아오는 공을 잡아내는가 하면, 던지는 공을 타격까지 해냈다. 역시나 강사를 맡은 양준혁은 "보통 사람들은 10시간을 가르쳐도 못한다"고 황당해 했다. 김민경과의 수업이 시작된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김민경은 "나는 '저거 잡아' 해서 잡았고, 치라고 해서 쳤을 뿐이다. 그게 그렇게 잘하는 것이었냐"며 의아해 할 뿐이다.

월등한 근력과 운동 능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이 잘하는지도 모르는 김민경의 모습은 <운동뚱>의 특별한 재미 포인트다. 팬들은 이러한 김민경을 '민경 유니버스(세계관)'라고 부르며 더욱 즐거워 한다.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했던 주인공이 점점 성장해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소년만화 세계관에 김민경을 빗댄 것.

무엇보다 김민경과 소년만화 주인공은 역경을 겪어도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는 점에서 닮았다. 김민경은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만큼 아픈 날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를 버티게 만들었던 것은 '맛둥이'들에 대한 책임감이었다고. '맛둥이'는 코미디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팬들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첫 방송이 나간 뒤 조회수가 너무 잘 나왔다. 왜 사람들이 내가 운동하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이게 재미있나? 나는 운동만 하는데?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물론 기분은 좋았고 행복했고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러면 나는 운동을 계속 해야하네'라는 생각 때문에 고민도 되게 많이 했다. 영식이 형(김민경은 이영식 PD를 형이라고 불렀다)은 '네가 열심히 하니까, 맛둥이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으니까,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좋아해주시는 것'이라고 내게 말해주더라. 그 말을 들으니까 포기할 수 없게 됐고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영식이 형과 나와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더라. 지켜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텨보자. 그래야 (포기하더라도) 할 얘기가 있지 않겠나. 나는 최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까지만 해보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틴 것이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날도 있었다. 다른 스케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그걸 숨겨가면서 열심히 운동했다."


'민경 유니버스'의 시작은 팬들의 힘

그러고 보면 '민경 유니버스'는 시작부터 팬들의 힘이었다. <운동뚱>은 애초부터 <맛있는 녀석들>의 방송 5주년을 맞아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벤트로 시작된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맛둥이'들은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멤버들을 보고 싶다"며 멤버들에게 운동을 시켜달라고 요구했고, 복불복 게임을 통해 김민경이 선정됐다. 탁자 위에 놓인 아령을 드는 복불복 미션에서 그는 탁자에 못 박힌 아령을 골랐다. 하지만 당시 김민경은 아령이 들리지 않자 탁자를 통째로 어깨에 매고 "들었다"며 저항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정말로 운동이 싫었기 때문에 (아령을) 잡고 어떻게든 들면 되겠지. 뽑히겠지. 이런 생각이었는데, 탁자가 들릴 줄은 몰랐다"며 멋쩍게 웃었다.

당초 김민경의 헬스 도전기 10회분으로 예정돼 있었던 <운동뚱>은 19일 기준 36회분까지 제작됐다. 100% 타의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현재 김민경은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부쩍 방송 활동이 늘어난 것은 물론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민경은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혈색이 좋아졌단 얘기를 진짜 많이 듣는다. 특히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제 스타일리스트는 '언니 땀이 예쁘게 나요'라고 했다. 제가 '무슨 헛소리냐'고 할 정도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체중도 9kg 이상 감량했다. (살을) 뺄려고 뺀 게 아닌데 안 하던 운동을 해서 그런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 코미디언 김민경 인터뷰 사진 ⓒ JDB엔터테인먼트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스포츠 종목은 없냐는 물음에 김민경은 "절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영식 PD가 인터뷰를 보면 그 종목을 하자고 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참 잘 맞는 사람이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다"며 웃었다. 이어 "난 그동안 누군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이건 하지마'라고 하면 안 했고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도 안 했다. 혼나는 게 무섭기도 했고. 엇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다"던 어린 시절을 고백하기도 했다.

정해진 대로, 성실하게 따르는 것에 익숙했던 김민경은 2001년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구에서 상경했다. 그의 인생 첫 반항이자 유일한 반항이었다. 개그맨 전유성이 운영하던 극단 '코미디 시장'에 입단한 김민경은 처음부터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극단에 입단하게 된 계기도 '누군가를 웃겨서' 합격한 게 아니었다는 웃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처음으로 부모님께 반항해 봤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뭔가 해보고 싶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도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 엄마는 네가 무슨 개그맨을 하냐고 하시고. 서울에 아무도 없는데 딸이 가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걱정스러우니까 반대하셨다. 울면서 고민할 때 큰 언니가 '네가 이렇게 하고싶은 게 있으면 해보라'고 응원해줬다. 그때쯤 엄마 몸이 아프셔서 '내가 가 버리면 엄마가 쓰러지거나 그러시진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언니가 '지금 불효를 해도, 잘 돼서 효도하면 되지 않냐. 언니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더라. 그러면서 서울 올라가라고 5만 원을 쥐어줬다. 기차값으로. 그 말에 힘을 얻었다.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제 꿈은 원래 연기자였는데 사실 연기를 배워 본 적도 없고 그냥 막연한 꿈이었다. 서울에 올라가서 살고 싶었고. 우연히 '코미디 시장'이라는 극단을 알게 됐는데, 선착순으로 뽑아준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오디션을 봐야 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연극 한번 해본 적이 없는데 오디션이라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재주는 없지만 성실한 건 자신 있었다. 시키는 대로 찾아갔는데, 합격했다더라. 정원보다 적게 와서. (웃음) 온 사람은 다 붙은 것이다. 그렇게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


먼저 취업해 상경한 대학교 동기들의 집에 빌붙어 살며 극단에서 일했던 김민경은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활약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올해 6월 종영한 <개그콘서트>에 그가 더욱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김민경은 "내겐 너무 특별한 프로그램이고 개그우먼으로서 친정같은 느낌이다. 밖에 나가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상처가 났어도, 집에 들어오면 내 식구들은 안아줄 수 있는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김민경은 <개콘>이 아니더라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이 꼭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겐 꿈의 무대였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개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고맙고 없어선 안 될 무대였기 때문에 폐지 소식에 서운하고 아쉬웠다. 무엇보다 걱정인 건 후배들이었다. 선배님들은 다른 방송도 하시지만 (후배들에겐) 생계가 직결되는 직장이고 일터이지 않나. 가장이 된 친구들, 엄마가 된 친구들도 많아서 나 역시 걱정을 되게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유튜브 등 다른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친구들도 많다. 내가 (고정관념에) 갇혀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개콘>이 없어질 때 저는 코미디언이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지진 않을까 걱정했다. 나중에 자식을 낳았을 때 '엄마가 예전에 개그우먼이었어'라고 말하면 이해 못하는건 아닐까 싶을 만큼 막막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점점 깨닫게 됐다. 다 돌아오더라. 저는 세상에 코미디와 개그가 없어지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개콘>이라는 무대가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 맞는 포맷의 개그가 또 생길 것이다.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코미디가 사라질 수는 없다. 예능에서의 웃음과 코미디에서의 웃음은 분명히 다르다. 다른 방식의 코미디가 꼭 생길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꼭 생겨야 하고."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행복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김민경에겐 아직 이루고 싶은 게 많이 남아있다. 그는 목표나 꿈이 있냐는 질문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오나미, 김경아, 정경미, 홍인규 등 코미디언 동료들을 언급하며, 이들과 약속한 '착한 예능 만들기' 프로젝트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변함 없는 꿈이 있는데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제 주변에 착한 사람이 너무 많다. 우리끼리 모이면 늘 이런 얘기를 한다. '잘 되면 착한 예능을 만들자, 착한 프로그램을 하자. 그러려면 착해야 돼. 착하게 살아야 해.' 목표가 같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이들이 때때로 나를 꾸짖어준다. 저를 좀 채찍질하기도 하고.

'착하게 살아야 돼, 나쁜 짓 하면 안 돼.' 이런 말들이 어떨 때는 저를 구속하기도 한다. 뭘 하든 멈칫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래도 그런 말 덕분에 더 열심히 살게 된다.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자제해야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웬만하면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따뜻한 예능을 만들고 싶다. 예전에 있었던, 일반인 몰래 찾아가서 이벤트 해주는 프로그램같은 걸 상상한다. 우리끼리 하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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