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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기억하고 희망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권리"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 번째 희망나누기…민주화유자녀·인사에게 1억1천만원 전달

등록|2020.11.23 16:45 수정|2020.11.23 19:48
유신부터 5공시절, 그리고 9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동지들'의 유자녀들과 병마와 싸우고 있는 민주화 인사들에게 기금이 전달되었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 번째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는 21일 토요일 오후 4시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자녀들과 현재 투병중인 민주화운동 인사들에게 1억 1천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사업은 2019년 한 독지가의 뜻깊은 기부로 시작되었다. 자신도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투옥된 바 있는 이 독지가는 1억원을 쾌척하며 민주화운동 유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를 희망했다.

이에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사)6월민주항쟁계승사업회(이사장 문국주 주권자전국회의 집행위원장)와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운영위원회측은 전국의 민주화운동관련 단체들의 추천을 받아 15가족을 선정, 2020년 1월 첫 번 기금을 전달한 바 있다.
 

▲ 지난 11월 21일 오후 4시 종로구 수운회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번째 희망나누기' 기금전달식이 진행됐다 ⓒ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번째 희망나누기 운영

이날 행사 경과보고에서 우영옥 전 연세민주동문회 회장은 "1차 희망나누기에 기부한 독지가와 함께 70년대 초반 학번의 독지가가 1천만원을, 70년대 후반 학번 독지가가 퇴직금 중 4천만원을 기부했다"면서 총 1억1천만원을 기부한 세 명의 독지가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한 두 번째 희망 나누기 집행금액을 1억 1천만원으로 결정한 이후 70년대 후반 학번 기업가가 올해와 내년에 각각 500만원씩을 기부하시겠다고 약정하여 이 분의 기부금은 내년에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 전 회장은 "2차 사업에서는 유자녀뿐만 아니라 병마로 고생하고 있는 민주화 인사들까지 대상자에 포함하였으며, 9월 1일부터 10월 15까지 신청을 받아 유자녀 7명, 민주화 인사 7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성만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 번째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그에 헌신한 '동지'들을 기억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사업에 임했던 중요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먼저 가신 동지와 유자녀들에게 정말 정중한 자세로 이 일을 진행하자. 둘째, 추천단체들이 자녀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하자."

연성만 운영위원장은 "지원대상자 중에서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을 지원해 달라면서 극구 거절하신 분들도 있었다"면서 "이 사업은 어렵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가신 동지들, 아픈 동지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이다. 이제야 작으나마 모두의 마음을 모을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며 사업의 뜻을 밝혔다.

끝으로 연성만 운영위원장은 "이 지원사업은 말 그대로 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 그 희망을 나누는 것으로 민주화운동 유자녀와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당연한 권리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1차 사업에 이어 이번에도 함세웅 신부가 참석, 기금 전달식의 의의를 더욱 빛나게 했다.

함세웅 신부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선조들을 기억할 때 차례를 지내며, 차례를 지내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고 마음을 정화한다. 지금 우리는 정화된 마음으로 먼저 가신 동지들을 모시면서 후손들의 아픔을 함께 보듬고 아름다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게 모인 것"이라고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또한 조성우 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는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함께 해 정말 뿌듯하다"고 전제하고 "여기 계신 가족분들이야 우리와 동시대지만, 유자녀분들은 다음 세대 아닌가. 이 자리는 젊은 벗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자리이고 희망을 나누는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출발이야 작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믿는다"며 유자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유자녀 7명, 병마와 싸우고 있는 7명의 민주화인사들에게 기금을 전달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명의 민주화인사들은 본인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어 부득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고 가족이나 대리인이 기금 전달에 참석하기도 했다.

특히 1차 사업 때 기금을 전달받은 고 김병곤, 박문숙 동지의 딸 김희진씨가 참석해 뜻깊은 인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희진씨는 "아홉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솔직히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엄마 혼자만 우리를 키운 게 아니었다. 아빠의 선후배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가 바르게 클 수 있었던 거다. 1차 사업에 참석해 보니 나는 운이 좋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어린 친구들이 많고 부모님의 삶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정말 훌륭한 분들이고 우리를 보살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인사를 건넸다.

기금을 전달받은 유자녀들은 한결같이 "부모님과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조해영 '동지'의 아들 조하민) "어렸을 때부터 엄마 삶이 궁금해 엄마랑 이야기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엄마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고 김형주 '동지'의 딸 김태림) "뜻깊은 자리에 초대받아 기쁘다. 어머님이 자랑스럽고 나도 여러분들처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김영미 '동지'의 딸 홍자영)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잘 몰랐는데 아버지가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신 멋진 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자리에 오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민병오 '동지'의 딸 민병은)는 인사와 결심을 밝혔다.
 

▲ 지난 11월 21일 오후 4시 종로구 수운회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번째 희망나누기' 기금전달식이 진행됐다 ⓒ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

   

▲ 지난 11월 21일 오후 4시 종로구 수운회관에서는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두번째 희망나누기' 기금전달식이 진행됐다 ⓒ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 운영위원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자리에 참석한 이을호 '동지'의 아들은 "사랑하던 아버지가 병마에 고통받으며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도 아프고 화도 난다. 아버지는 무언가 하려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어 버리셨다. 아버지가 지키려 했던 그 가치를 우리가 함께 기억하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아름다웠던 가치와 기억을 잊지 않고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며 감사의 인사와 결의의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운영위원회측은 내년에도 민주화운동 유자녀들과 민주화 인사들에게 '민주화운동, 그 기억과 희망나누기'는 진행되며 사업의 뜻에 동감하는 많은 이들의 동참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다른 언론사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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