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무원 5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피해자 84% 여성
부산여성단체·공무원노조 구·군 직원 2677명 조사결과, '신체평가' '접촉행위' 여전
▲ "공무원 5명 중 1명 꼴로 성희롱 당한 경험 있다"부산여성단체연합,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가 25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 "공무원 5명 중 1명 꼴로 성희롱 당한 경험 있다"부산여성단체연합,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가 25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부산시 구·군 공무원 5명 중 1명이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피해자의 84%는 여성 공무원이었다. 여성단체는 "공공조직 내 심각한 성희롱, 성폭력 상황을 이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참담한 결과'... 성희롱 대상은 여성, 평균 2~3회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성희롱을 경험한 비율은 전체의 10.3%였다. 직접 성희롱을 당한 사례가 10명 중 1명꼴로 나온 셈이다. 목격 등 간접경험까지 포함하면 비율은 18.9%에 달한다. 5명 중 1명은 성희롱을 직간접적으로 보거나 겪었다는 의미다.
성희롱 대상은 대부분 여성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 24.4%가 직접 성희롱을 당했고, 간접 비율까지 포함하면 성희롱 피해 경험은 전체의 83.8%로 파악됐다. 이들 단체는 근무처가 주민자치센터·사업소(17.7%)보다는 구·군청(19%)에서 성희롱 발생 비율이 다소 높았다고 보고했다.
성희롱을 당한 횟수는 한 번이 아니었다. 1인당 평균 성희롱 경험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간접 경험 1인당 3.25회, 직접 경험 2.41회라고 답했다. 성희롱의 가해 유형은 간접 경험에서 '신체 부위, 몸매 등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 평가'가 20.9%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이어 '회식 자리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하는 행위(15.5%), '성적인 농담, 정보, 전화 포함 음담패설(12.7%)' 순이었다.
직접 경험자 중에선 '회식 자리 술 따르는 행위(19.3%)'를 첫 번째 성희롱 유형으로 꼽았다. '신체 부위 평가(18.1%)', '머리나 어깨, 엉덩이 등 신체 일부 만지는 행위(15.2%)'의 비율도 낮지 않았다.
가해자는 주로 동료직원(45.4%)과 직속상관(36.6%)이었다. 국장·부구청장(2.8%), 구·군의원(1.5%)도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됐다. 주민에 의한 성희롱도 11.5%로 파악됐다. 이들의 연령대는 50대가 61.3%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해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으로 82.8%였다.
공무원들이 성희롱을 당한 장소는 대부분 회식 포함 행사(41.8%), 업무(39.5%) 공간이 주를 이뤘다. 시간도 대동소이했다. 행사(38.3%)나 업무(35.1%) 시간에 성희롱을 당한 경우가 많았고, 업무 외 시간은 26.6%였다.
장소와 시간을 불문한 성희롱에도 이들은 제대로 도움을 청하거나 받지 못했다. 44.1%는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했고, 그나마 소속 부서장(20.5%)이나 동료(15.%)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도 대부분 '해결하지 못했다(83.5%)'고 답했다.
2차 피해자도 10명 중 2명꼴로 나왔다. 피해자 중 2차 피해를 호소한 공무원은 20.4%로 사례는 '행위자를 두둔하거나 이해 요구(23.7%)', '나에게도 책임있다(18.1%)', '무시(16.9%)' 등이었다. 이런 문제로 이들 중에 19.5%는 '다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17.2%는 '고용·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부산시·산하기관 확대하면 비율 더 높을 것"
김순애 부산여성회 대표는 "이번 결과는 구군 공무원 대상 하위 직급만이 참여한 것으로 실제 시 본청과 산하기관, 고위직급까지 조사했을 때 성희롱을 당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고위 공직자의 성폭력 사건에도 달라지지 않은 부산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변정희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대표는 "오거돈이 1명이 아니라는 여성단체의 경고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전주희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 성평등위원장도 "달라진 게 없다. 책임있는 자세로 전면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영미 부산여연 대표는 회견문을 통해 부산시 등 공무원 사회와 정치권을 향해 '뼈아픈 성찰과 반성'을 촉구했다. 그는 "공직사회의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일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부산 동래구 동래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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