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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진주 이장 때문에, 항암치료 못 받은 주민

[단독] 이·통장 제주연수발 감염 도미노 피해... 보건소 "방제복 입고 앰뷸런스 이동도 방법"

등록|2020.11.27 22:54 수정|2020.11.27 22:54

▲ 5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진주지역 도심 도로가 한산하다 ⓒ 연합뉴스


경남 진주에서 '이·통장 제주 연수'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가운데, 암 투병 중인 주민이 확진자인 마을 이장과 접촉해 자가격리되면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27일 진주에 거주 중인 ㄱ씨는 <오마이뉴스>에 "'이장단 연수'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못 받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ㄱ씨 어머니 ㄴ씨는 진주 소재 병원에서 주중에 항암주사를 맞을 예정이었다.

ㄴ씨가 사는 마을의 ㄷ이장은 '이·통장 회장단' 제주 연수를 다녀왔고, 다른 마을 이장이 지난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같은 날 진단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날 ㄷ이장이 ㄴ씨와 접촉한 것이다. ㄴ씨는 ㄷ이장에게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ㄷ이장은 24일 오후 1시 50분경 진단검사를 받았고, 25일 0시 20분경 양성 판정을 받았다. ㄷ이장과 ㄴ씨는 24일 점심 무렵 접촉했다.

ㄴ씨는 ㄷ이장의 접촉자로 분류돼 보건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25일 진단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26일 음성으로 나왔지만 2주간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앞서 ㄴ씨는 24일 항암주사를 맞으려고 병원에 갔다가 병실이 나오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인 25일 병원으로부터 '병실이 났으니 오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진단검사 후 2주간 자가격리 조치로 항암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갈 수 없게 됐다.

ㄱ씨는 "몸속에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암세포가 커져간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는 사람에게 2주는 2개월, 2년의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시골집에서 격리돼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주시가 이 시국에 이·통장 회장단 연수를 강행한 것도 문제다. 특히 경남도에서 10월 말 이·통장 대상 관외 연수 자제를 통지했는데, 제주도 연수가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ㄱ씨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ㄷ이장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인 25일 오전 6시 30분경 전화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며 "이장도 힘들겠지만, 자가격리돼 항암치료를 제때 못 받게 된 어머니는 더 불안해하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보건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경우, 자가격리자가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사례가 있어 응급조치를 했던 적이 있다"며 "마찬가지로 항암주사도 병원 측과 협의해 일반 환자들의 진료가 끝난 뒤인 야간에 방제복을 입고 앰뷸런스를 타고 가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주시 이·통장 회장단은 지난 16~18일, 성북동 통장협의회는 20~22일 사이 제주도에서 직무연수와 워크숍을 벌였다. 이후 연수·워크숍에 참석했던 이·통장뿐만 아니라 공무원, 가족 등 접촉자를 포함해 27일 오전까지 모두 5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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