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3%룰' 후퇴, 여당에서도 "박근혜 법안보다 못해" 비판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각 3%씩 인정 법안 법사위 통과
▲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의원들 모습.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소위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3%룰'(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합산 최대 3% 이내 제한)을 정부 원안보다 크게 후퇴시킨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켜 9일 본회의 의결만 남겨뒀다. 재계의 요구대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가 아닌 '개별 3%'로 완화시킨 것이다.
당장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박근혜 정부 때 나왔던 법안보다도 후퇴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3%룰'은 재계가 이번 공정경제 3법 개정 중 가장 강하게 반대한 내용으로,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공개적으로 의견 충돌이 나기도 했던 사안이다.
곧장 "재벌들 이익을 대변한 3%룰 완화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라는 법안 취지 자체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사회경제1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사실상 재벌 기업의 대주주가 계열사를 동원해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무한정 늘리는 등의 뻔한 '꼼수'를 허용한 것"이라며 "정부의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을 뿐더러, 법안의 실효성 자체를 무산시켜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이어 "민주당은 그 동안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에 상법 개정을 할 수 없다고 해왔다"라며 "그러나 이번 의결에는 국민의힘이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번 후퇴의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서도 "박근혜 안보다 후퇴… 이게 무슨 공정경제법이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김종민 최고위원(왼쪽) ⓒ 공동취재사진
시민사회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번 상법 개정안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나왔던 법안보다도 한참 후퇴했다"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법안 처리 과정을 잘 아는 민주당 A 의원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함시키고 모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자던 박근혜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비해 이번 정부 원안은 집중투표제도 없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1명만 강제였다"라며 "그런데도 당은 그 정부 원안보다도 한참 후퇴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B 의원 역시 "우리 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수준이 형편없다는 걸 보여줬다"며 "공정경제 3법의 핵심이 3%룰인데 그걸 안 하겠다면서 무슨 '공정경제' 법이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관계자 C도 "개혁을 하겠다면서 왜 일부 재벌 총수 일가의 뜻에 부합하는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라며 "정부에서 냈던 원안보다 후퇴시킨 건 결과적으로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떼쓰듯 반발하는 일부 재벌들에 밀려버린 모양새 밖에 안 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공정경제 3법 내용 중에서도 '3%룰' 도입에 가장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 표출됐고, 특히 민주당 원내와 정책위원회 쪽에서 재계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지난 10월 민주당 지도부에선 3%룰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양향자 최고위원과 이에 맞선 박홍배 최고위원이 공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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