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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3%룰' 후퇴, 여당에서도 "박근혜 법안보다 못해" 비판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 각 3%씩 인정 법안 법사위 통과

등록|2020.12.08 20:38 수정|2020.12.08 20:38

▲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간사와 의원들 모습.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소위 '공정경제 3법(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최대 쟁점이었던 '3%룰'(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 합산 최대 3% 이내 제한)을 정부 원안보다 크게 후퇴시킨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8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켜 9일 본회의 의결만 남겨뒀다. 재계의 요구대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가 아닌 '개별 3%'로 완화시킨 것이다.

당장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박근혜 정부 때 나왔던 법안보다도 후퇴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3%룰'은 재계가 이번 공정경제 3법 개정 중 가장 강하게 반대한 내용으로,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공개적으로 의견 충돌이 나기도 했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이어 열고 상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기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유지하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개별적으로 각 3%씩 인정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8월 정부가 제출한 원안 즉 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모두 합해 3%까지만 허용하는 내용보다 후퇴한 것이다.

곧장 "재벌들 이익을 대변한 3%룰 완화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라는 법안 취지 자체가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사회경제1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사실상 재벌 기업의 대주주가 계열사를 동원해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무한정 늘리는 등의 뻔한 '꼼수'를 허용한 것"이라며 "정부의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을 뿐더러, 법안의 실효성 자체를 무산시켜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이어 "민주당은 그 동안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에 상법 개정을 할 수 없다고 해왔다"라며 "그러나 이번 의결에는 국민의힘이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이번 후퇴의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에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서도 "박근혜 안보다 후퇴… 이게 무슨 공정경제법이냐"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김종민 최고위원(왼쪽) ⓒ 공동취재사진


시민사회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번 상법 개정안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나왔던 법안보다도 한참 후퇴했다"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법안 처리 과정을 잘 아는 민주당 A 의원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함시키고 모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자던 박근혜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비해 이번 정부 원안은 집중투표제도 없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1명만 강제였다"라며 "그런데도 당은 그 정부 원안보다도 한참 후퇴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B 의원 역시 "우리 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수준이 형편없다는 걸 보여줬다"며 "공정경제 3법의 핵심이 3%룰인데 그걸 안 하겠다면서 무슨 '공정경제' 법이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관계자 C도 "개혁을 하겠다면서 왜 일부 재벌 총수 일가의 뜻에 부합하는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라며 "정부에서 냈던 원안보다 후퇴시킨 건 결과적으로 '경영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떼쓰듯 반발하는 일부 재벌들에 밀려버린 모양새 밖에 안 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공정경제 3법 내용 중에서도 '3%룰' 도입에 가장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 표출됐고, 특히 민주당 원내와 정책위원회 쪽에서 재계의 의견에 상당부분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지난 10월 민주당 지도부에선 3%룰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양향자 최고위원과 이에 맞선 박홍배 최고위원이 공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양향자와 '충돌' 박홍배 "공정경제3법 때문에 기술유출? 말도 안 돼" http://omn.kr/1pq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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