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발언 논란' 김웅 "민주당 같은 무리에 빌미 줘 화나"
민주당 "충격적" 정의당 "막말" 지적에... "본의와 달리 전달, 죄송하게 생각"
▲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도중 '성범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본의와 달리 전달된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무리(더불어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것 같아 스스로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김 의원은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범죄 피해자 지원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던 중 "성폭력 범죄는 충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그 충동이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그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피해자지원기금 자체가 극히 소수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피해자들 같은 경우 심리적으로 정말 불안정하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도 보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나온 사람에 대해 규제를 많이 하고 발찌를 더 강화해서 채우고 CCTV를 달고 이러면 재발이 방지될 거라고 보통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다. 성폭력 범죄는 충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그 충동이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그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실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불필요한 침해 같은 게 있는 경우 오히려 성폭력 전과자들의 재범을 더 높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데 항상 우리는 형량을 높이고 이런 사람들에 대해 각종 제한을 주고 불이익을 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굶주린 맹수를 계속 옆에서 콕콕 찌르는 거나 똑같다. 그런데 맹수는 언제든지 그 창을 깨고 나올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들 같은 경우 성폭력 범죄자들의 기본적인 충동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에서 나온 것인지 많이 의심스러웠다. 또 지역사회 피해와 관련해 과연 보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는지 많이 의심스러웠다."
민주당 "조두순 출소 하루 앞두고... 충격적"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김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김 의원의 성범죄 인식이 참으로 충격적이고 참담하다"라며 "성범죄는 피해자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려 황폐화시키는 잔인한 폭력으로 일종의 인격살인이다. 그런 성범죄를 한낱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두순 출소가 내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공포가 크다. 그런데 김 의원의 말대로라면 조두순의 재범을 막기 위해 조두순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인다"라며 "김 의원은 지금 즉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하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자세로 곧장 징계절차를 밝아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과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의 발언("대한민국은 아녀자들이 밤거리를 걸을 수 있는 우수한 치안 시스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잘생기고 감성적이어서 지지했던 여성들이 요즘은 고개를 돌린다")을 거론하며 "필리버스터가 아닌 막말버스터"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김 의원은 사실상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아녀자'라는 비하와 함께 여성의 현실을 단 1도 모르는 몰지각한 발언을 쏟아 냈다"라며 "필리버스터는 다수파의 독단 행동을 막기 위한 합법적 방해 행위이지 여성 비하 발언과 성범죄자 옹호 등 막말을 무제한으로 허용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준법지원센터 도착한 조두순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법무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김웅 "전체 주제 중 극히 짧은 이야기"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글을 통해 "전체 주제 중에 극히 짧은 이야기였다"라며 "이야기의 전후를 들으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조두순 같은 특정 부류의 범죄자에 대한 지금의 대책이 오히려 재범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얼마 전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그 피해자를 지원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눴다. 조두순의 심리상태와 수형기간 중의 교정 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 조두순 같은 유형은 통상적인 판단능력과 인지능력이 없기에 현재 말하는 재범 방지책이 오히려 재범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 부류는 각종 제한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충동을 발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제가 실무에서 경험한 내용도 유사한 사례가 많았다. 발찌 같은 것은 그냥 끊고 오히려 흉폭해지는 부작용도 봤다. 그래서 심리치료와 피해자 및 지역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완전 관심 밖인 것에 대해 문제 제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성폭력피해자 지원 이야기를 하다 조두순 사례를 이야기한 것인데, 본의와 달리 전달된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평소 산재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민주당에서 그걸 호도하는 것은 참 어이가 없고 그런 무리에 빌미를 제공한 것 같아 스스로 화가 난다"라며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이런 범죄의 재범을 막는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과학적이고 냉철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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