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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어디나 있지만 BHC에 집중해 다룬 이유는..."

[이영광의 '온에어' 72] < PD수첩 > '치킨 전쟁 BBQ VS BHC'편 연출한 김영원 PD

등록|2020.12.15 13:47 수정|2020.12.15 15:09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간식을 꼽으라면 치킨을 빼놓을 수 없다. 치킨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덩달아 치킨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래서일까? 치킨업계 상위권에 있는 BBQ와 BHC는 현재 20개가 넘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MBC < PD수첩 >은 BBQ와 BHC의 갈등 양상을 취재했다. 지난 1일과 8일 2부에 걸쳐 방송된 '치킨 전쟁 BBQ VS BHC'편은 2018년 11월 KBS의 보도가 발단이었다.

당시 KBS는 BBQ 윤홍근 회장의 자녀 유학비 의혹을 다뤘다. 윤 회장이 BBQ 미국법인의 직원 급여를 빼돌려 아들의 유학비로 썼다는 것. 당시 이 보도는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일보>는 새로운 사실을 보도한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윤홍근 회장 의혹을 제보한 A씨는 과거 자신의 제보가 거짓이며 그 배후에 BHC 박현종 회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HC 측은 제보자A씨의 양심선언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공익제보차원이었다는 입장이다.

< PD 수첩 >은 문제의 시초가 된 제보자 A씨를 통해 사건에 접근한다. 또한 BBQ와 BHC 사이에 20건이 넘는 소송전이 오가고 있다는 것과 함께 가맹점에 대한 BHC의 갑질 의혹도 함께 다뤘다. 하지만 BHC 측은 < PD수첩 >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갑질 의혹'은 일부 가맹점주들의 개인적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천 가맹점을 대표하는 객관적 의견이 아니라는 것.

지난 9일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치킨 전쟁 BBQ VS BHC'편을 취재·연출한 김영원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PD수첩>의 한장면 ⓒ MBC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 1일과 8일 2부에 걸쳐 방송된 < PD수첩 > '치킨 전쟁 BBQ VS BHC' 편을 취재하셨는데, 방송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정말 제대로 팩트체크해서 근거를 확실히 보여주는 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그 부분에 있어서 충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이고요. 사실 저희는 BHC 측에서 정식으로 인터뷰를 해 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BHC 측에서 서면으로 답변을 하겠다고 입장을 돌연 바꿔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 BHC 측에서 1일 방송 전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고 하던데.
"BHC 측에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임금옥 대표 본인이 직접 와서 (방송이 나가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걱정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어요. 그러나 저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많은 BHC 가맹점주분들은 '본사에서 이렇게 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혹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고 원가를 많이 올려서 받는다거나 본사에서 이익을 많이 취하고 있어서 힘들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된다는 (BHC측) 이야기를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죠. 또 실제로 가맹점주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 BHC는 방송 내용과 관련, "허위사실이고 한층 더 왜곡되고 편향적인 내용으로 공정 보도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는데.
"BHC 측의 서면 답변을 충실히 방송에 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법원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라는 부분도 저희가 방송에 내보냈고요. 팩트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BHC 측에서 '허위사실'이라고 하는 부분이 오히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 방송 후 가맹주분들에게 연락이 좀 왔나요?
"네. 연락이 오셔서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해 주셨고요. 예를 들면 현재 본사와 10억 소송 중이고 계약 해지까지 되신 진정호 가맹점주 같은 경우에도 또 '국회에서 이런 얘기를 직접 하려고 한다'라고 하시면서 계속 가맹점주로서 권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 BBQ와 BHC의 싸움을 취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BBQ 윤홍근 회장 자녀 유학비 의혹을 제기했던 제보자A씨가 사실은 BHC로부터 사주를 받은 사람이었다는 내용이 최근 <한국일보>에 났었는데요. 그 기사를 보고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BBQ와 BHC 간의 소송전이 있었던 것도 알게 된 거죠. 사실 BHC가 BBQ의 자회사였는데 사모펀드에 팔리고 이후에 BBQ와 소송전을 하고 있는 거예요. 이로 인해 가맹점주나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방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했나요. 
"일단 가장 핵심 인물은 2018년 당시 KBS에 BBQ 윤 회장 아들 유학비 의혹을 제보했던 제보자A씨(BBQ 전 직원)이었어요. 그분이 미국에 사시는데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어요. 그분과 연락이 닿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요. 동시에 국내에서 당시 미행당했던 BBQ 직원 등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어요. 취재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윤홍근 회장 본인의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윤 회장 인터뷰도 했죠."
 

▲ <PD수첩> '치킨 전쟁 BBQ VS BHC'편 방송 장면. ⓒ MBC


- 1부는 BBQ의 문제를 제기한 배후가 알고 보니 BHC라는 것이고, 2부는 BBQ와 BHC가 왜 싸움을 벌이는지 다루는데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저희 취재 순서대로 구성한 것 같아요. 저희가 처음 궁금증이 들었던 이유 자체가 제보자 때문이었으니까 그 이야기로 시작했죠. 그런데 윤홍근 회장의 자녀 유학비 횡령 이야기를 하고 나니, 왜 이 두 회사는 서로 경쟁을 하면서 싸움을 할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부분을 이야기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2부에 담았습니다."

- 1부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KBS의 BBQ 보도로 시작된 건데 제보자A씨가 한국에 와서 BHC 만났을 때 KBS 기자가 옆방에 있었다고 해요. BHC가 기자와 제보자A씨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KBS 입장은 뭔가요. 
"KBS에 확인했었는데요. KBS 측에서는 BHC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제보자와 KBS 기자가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어요. 당시에 BHC 홍보팀장이 있었던 것도 인정했고요. 다만 옆방에 바로 박현종 BHC회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이야기해요. 물론 KBS 기자는 모르고 그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제보자를 만난 것일 수도 있죠."

- 제보자A씨가 KBS에 처음 BBQ관련 의혹을 제보할 때 제시한 서류가 있어요. 윤홍근 회장이 회삿돈으로 아들의 유학비를 댔다는 문건인데요. BBQ 측은 그 문건은 집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고, 제보자A씨 추후에 본인이 허위로 만든 것이라고 고백하죠. 애초에 KBS는 서류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은 걸까요?
"KBS 측은 그 문건에 있는 사인은 윤홍근 회장 본인의 사인이 맞다는 거예요. 그런데 영수증 증빙 내역 등을 하나하나 검토했다면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긴 해요."

- 2부에선 BBQ와 BHC의 관계를 다루셨어요. BHC는 원래 BBQ 자회사였는데 2013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됐고, 이걸 주도한 사람이 현재 박현종 BHC 회장이죠. 
"사실 저희가 박현종 회장과 사모펀드 간에 어떤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근거를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박현종 회장이 BBQ에 입사하고 1년도 안 돼서 윤 회장에게 BHC 매각 제안을 했고 그 후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돼요. 그런 다음에 BHC에 대표로 가게 되는 부분에 있어 전문가들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이야기해요."

- BBQ와 BHC 사이의 소송전 문제뿐만 아니라 BHC의 가맹점 문제도 다루셨는데요. 이게 BHC만의 문제일까 싶기도 해요.
"그 말씀도 사실 맞아요.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 대부분이 가맹점에 원자재를 보내 주고 가맹점이 내는 돈으로 이익을 남기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죠. 근데 저희가 BHC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BHC가 특히 심한 케이스이기 때문이죠. BHC 본사는 영업이익률은 큰데 그에 비해 가맹점주들은 많은 이익을 많이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그 이면에는 BHC라는 회사의 급 성장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어가야 했던 사모펀드가 있고요. 또 BHC 박현종 회장이 오너가 된 이후에는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들였던 막대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엄청난 수익을 남겨야 하는 상황들이 있는거죠."

- 프랜차이즈는 한 달에 2회만 문을 닫아야 하고, 하루 12시간 매장을 오픈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사실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을 했어도 이분들은 자영업자들이에요. 각자 일하는 상권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죠. 어떤 곳은 실제로 낮 12시에서 밤 12시까지 열면 장사가 잘 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잖아요. 일괄적으로 같은 기준을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특히 그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때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걸 기준으로 해서 계약을 해제시켜 버리는 등 본사의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방송을 하면서 딜레마가 있었어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얼마나 갑질을 하고 있으며, 외국계 사모펀드가 이익을 남기려고 얼마나 많은 소송전을 펼치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고요. 동시에 가맹점주분들에게는 피해가 가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공존했어요. 취재를 진행하면서 저희가 가맹점주분들과 인터뷰를 한 뒤에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그러면 '이런 부분도 취재해 주면 좋겠다. 이런 자료도 있다'며 끊임없이 연락을 주셨거든요. 그런 걸 접하면서 가맹점주분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이 싸움을 해 가고 계신지 느껴지더라고요. 이 문제가 이슈화가 돼서 문제점들이 고쳐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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