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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구의역 김군 향해 "걔만 신경 썼으면 아무일도"

2016년 SH공사 사장 재직 당시 "업체직원 실수"라며 사고책임 전가

등록|2020.12.18 12:30 수정|2020.12.18 12:30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은 지난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위탁 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구의역 참사'의 원인을 사망한 김군 본인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돼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국민일보>는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측을 통해 입수한 SH서울도시주택공사 간부 회의록을 공개했다. 회의 시점은 2016년 6월 말로 당시 변창흠 후보자는 SH공사 사장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들었다"라며 "마치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당시 서울특별시장이었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구의역 사고의 책임을 물어 비판받는 게 부당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어 그는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었다"라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라고 말했다. "업체 직원이 실수"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등의 표현에서, 구의역 사고의 책임이 사망한 김군 개인에게 있다는 견해로 보인다.

그러나 변 후보자의 인식과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현장에서는 '2인 1조' 작업 등의 안전 매뉴얼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아무개 당시 은성PSD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고,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대표 역시 벌금 1000만 원 형을 확정 받았다. 재판부는 김군을 고용한 정비용역업체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 역시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구의역 참사가 발생한 건 2016년 5월 28일이었다. 용역업체 은성PSD 직원 김아무개군은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열차와 9-4 승강장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1997년생인 김군은 당시 만 19세였다. 김군에 대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고,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사고가 난 지 한 달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변 후보자는 이를 개인의 실수로 치부한 셈이다.

18일 낮 현재까지 변 후보자 측으로부터 별다른 해명이나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 서울 지하철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도중 사망한 19살 김아무개씨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2016년 6월 2일 오후 사고현장인 구의역 9-4승강장에 모여 추모행사를 연 뒤 고인의 분향소가 차려진 인근 건국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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