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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위기론? 언론, 왜 이러나... 다양한 백신 확보가 더 중요"

[스팟인터뷰]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

등록|2020.12.22 07:31 수정|2020.12.22 09:43
 

▲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원장) ⓒ 권우성


일일 신규 확진자가 천 명대가 되면서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은 이미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상황이며, EU 27개국은 이달 내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현재 미국 FDA가 긴급 승인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물량 확보만 했을뿐,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상황이다. 유일하게 정식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임상 3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신 확보량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외국은 인구의 몇 배 물량을 확보해놓은 반면, 한국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 총 물량이 4400만 명분으로, 전 국민에 접종할 수준의 양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2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책위원장)의 의견은 달랐다. 백신을 먼저 접종했다고 해서 '집단면역'이 더 빠르게 도달한다고 볼 수도 없고, 현재 접종하고 있는 화이자 백신은 운송이나 보관이 까다로워 '접종 속도'도 늦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아동과 청소년들은 임상 대상이 아니라 접종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4400만 명분은 적은 물량이 아니며, 오히려 앞으로 추후 백신 접종 계획을 잘 세우고 만약을 대비해 다양한 종류의 백신 확보에 주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특히 일부 언론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계약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기나 물량, 책임 소재 등에 대해서 면밀히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바람에 정부가 수세적으로 계약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빨리 접종 시작한다고 집단면역 되는 것 아니다"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 연합뉴스


-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과 영국보다 늦은 것 맞다. 하지만 시작을 빨리 하는 게 좋은 건가 싶다. 끝까지 봐야 한다. 지금 언론은 백신 접종에 의한 집단면역을 이야기한다. 먼저 시작을 한 나라가 먼저 집단면역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 접종 시작 시점이 중요하진 않다는 뜻인가?
"화이자 백신이 먼저 접종을 시작했지만 운송·보관·접종이 까다롭기 때문에 빠르게 접종률을 높일 수가 없다. 하루에 10만명씩 맞는다고 하면, 한국은 1000만명 맞히는데 7개월이 걸린다. 반면 화이자 제품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고, 접종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모른다 (독감백신은 6개월 효과). 먼저 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을 금방 이룰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예방접종 하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나.

그리고 코로나19는 백신으로 종식이 안 된다. 독감 예방접종을 한다고 독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예방접종을 안 맞는 그룹도 있고, 맞는 시기도 다르고, 효과도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은 고위험군의 사망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65세 이상 노인, 이들을 돌보는 기관의 종사자, 의료진 등 이들의 숫자가 1000만 명 정도 된다. 이미 이것은 코백스 퍼실리티(백신구매연합체)에서 확보한 양이다. 고위험군이 감염되지 않고, 사망자가 줄어들고 의료인 부담이 줄어들면 코로나19가 돌아도 독감처럼 큰 문제없이 버틸 수 있다."

- 한국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은데.  
"아스트라제네카가 3상 임상을 제일 먼저 시작했지만, 임상 설계에서 실수가 있어서 화이자나 모더나가 먼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빠르게 접종이 가능하다. 전국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50만 명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화이자보다 5배 빠르게 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들어오면 접종 속도가 올라갈 것이다. 언론이 너무 성급하게 '왜 당장 백신을 안 들여오냐'고 정부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안 써본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을 정부가 서두르게 도입하려고 하면 언론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거꾸로인 것 같다.

어떤 백신이나 치료제든 100% 안전하고 효과적인 건 없다.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가고, 위험이 커도 코로나19처럼 질병의 영향력이 크면 감수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나 영국과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접종 계획 잘 세우는 것이 더 중요"
 

▲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대책위원장) ⓒ 권우성


- 정부가 확보한 4400만 명 물량, 적다고 보는가.
"소아·청소년은 백신 임상대상이 아니었다.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것이므로 4400만 분이면 전국민 대상의 백신을 확보한 셈이다. 어떤 백신이 소아·청소년 대상이 될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의 백신 확보가 더 중요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또 계속 백신을 외국에서 사다 쓸 수는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임상이나 연구 등을 지원해서 국내 백신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 지금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예방 접종의 목표는 사망을 줄이는 것이다. 접종 대상자를 선별해서 효과적으로 접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3월 이전에 코백스에서 어떤 백신을 줄지 모른다. 콜드체인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는 화이자 백신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에 화이자가 일찍이 들어오면, 어떻게 접종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잘 짜야 한다.

임상만 끝난 것이지, 현장은 다르지 않나. 예방접종에 대한 외국자료만 기다릴 수도 없고, 자체적으로 면밀하게 접종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 봐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좋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 좋은지, 분석 데이터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의료인들에게 접종 안내도 중요하다. 만약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일어났을 경우엔 에피네피린을 준비하고 있다가 처방해야 하는데, 이 역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백신을 빨리 계약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시각은 곤란하다."

- 언론이 내놓는 '백신 위기론' 등은 문제가 있다고 보나.
"언론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왜 계약 안하나', '잘못 한 거 맞지 않냐' 따진다. 신중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푸시를 하고 있으니, 이는 정부가 수세적으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백신은 다른 물건의 계약하고는 다르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책임 문제가 중요하고, 시기 조절, 양의 문제 등 다양한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전국민 물량을 다 확보한 상황에서 계속 '확보 못했다'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은 후진국이다', '(외국은) 종식됐는데 우리는 쳐다만 보게 생겼다' 이런 말을 한다.

한 언론사는 일본과 한국이 비슷하게 접종을 시작하는 걸 보도하는데도 다르게 제목을 뽑았더라. 우리나라도 식약처에 아스트로제네카와 화이자가 허가신청 전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식약처가 리뷰하고 빠르게 사용승인하면 접종이 이뤄질 수 있다. 계약은 결국 한다. 서두른다고 더 좋은 백신이 빠르게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언론이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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