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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부구청장 차량운행일지 비공개... "일관성 없다" 비판

지난 8월까지는 공개해놓고... 은평구청 "재판 중인 사안,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

등록|2020.12.22 17:17 수정|2020.12.22 17:18

▲ 은평구청이 공개했던 지난 7월 부구청장 전용차량 운행일지. ⓒ 은평시민신문


서울 은평구청이 '부구청장 전용차량 운행일지' 정보공개를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행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공개해 오던 '부구청장 전용차량 운행일지'임에도 본지가 '부구청장 과잉의전' 보도를 통해 행정의 과잉의전 문제를 지적한 이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은평구청이 언론의 비판을 피하려는 '꼼수 행정'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 10월 '부구청장 위해 새벽 출근하는 공무원…과잉 의전 논란'이라는 기사를 통해 행정의 과잉 의전을 비판했다. 강남에 거주하는 부구청장 출근을 위해 운전직 공무원이 새벽 5시 30분에 은평구청을 출발하는 것은 과잉 의전에 해당하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 운전직 공무원이 과잉 노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은평구청은 해당 공무원이 과잉 노동을 하고 있지 않다며 언론중재위에 본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지만 언론중재위에서는 반론보도 이외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지는 전용차량 운행관련 추가취재를 위해 지난 10월 23일 은평구청에 '부구청장 전용차량 운행일지'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은평구청은 11월 6일 "코로나19 관련 현안업무 처리로 인한 업무량 폭주 등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공개 기한을 연장했다. 11월 19일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중인 사항으로 비공개 대상"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처음엔 정보를 공개할 것처럼 공개 기한을 연장했지만 결국엔 언론중재위 제소 중인 사항이라며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정보공개법 상으로도 언론중재위 제소된 경우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규정은 없었지만 은평구청 관계자는 "언론중재위를 재판 중인 사안으로 판단해 비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4에 따르면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한해 비공개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언론중재위원회는 재판이 아닌 조정·중재 기관임에도 은평구청은 이를 재판중인 사안이라 해석하며 공개를 거부했다.

은평구청의 '부구청장 운행일지' 비공개 결정 이후 본지는 11월 23일 구청에 정보공개 이의신청을 했고 12월 4일 열린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는 안건의 공개 여부를 가름하지 못했다. 총 4명의 심의위원이 참석했는데 행정공무원 심의위원 2명은 비공개, 민간 심의위원 2명은 공개해야 할 정보라는 의견을 냈고 결국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며 심의회가 끝났다.

이후 관련 사항은 담당부서인 구청 행정지원과로 넘어왔다. 하지만 12월 14일 은평구청은 "정보공개 청구 취지인 감시 등의 목적이 아닌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등의 사유로 비공개 결정을 한다"고 알려왔다.

이 같은 비공개 결정과 관련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은 "언론중재위 제소는 재판이라고 할 수 없는데 재판중인 사안으로 해석해 비공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이전에 공개해왔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건 일관성 있는 정보공개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진임 소장은 "이번 경우는 은평구청이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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