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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그리운 이에게 드리는 연하 편지

등록|2020.12.23 15:23 수정|2020.12.23 15:23

▲ 화사한 봄 날에 핀 '자목련' ⓒ 박도


겨울이 지나면

해마다 이맘때면 '크리스마스'다 '연말연시'다 하여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요란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2020년 올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연시는 우울한 계절로, 온통 적막강산이 된 느낌이다.

벌써 여러 달째 집안에서만 지내는 내 생활이 마치 <안네의 일기>의 한 대목과도 같기도 하고, 어린 시절 6.25전쟁 당시에 피란지 토굴 속에서 폭격기 공습이 끝나기를 기다렸던 때와도 흡사하다.

이런 끔찍한, 이전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코로나 난국에는 인내력을 가지고 꿋꿋이 기다리는 사람만이 이 난세를 헤쳐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럴 때 참지 못하고 경거망동을 하면, 자신뿐 아니라 이웃까지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다.

지난날 가난했던 시절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이즈음이다. 하지만 이런 난세도 세월이 지나면 모두가 거짓말 같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는 그의 시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노래했다.

그게 대자연의 섭리다. 우리는 이 혹독한 겨울에 잘 대처하면서 이를 이겨내야만 다가오는 새봄을 찬란히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백두산에서 바라본 일출 직전의 여명 ⓒ 박도


세상은 살 만한 곳

내가 평소 애송하는 시인 김종길 선생의 연하 시 한 구절을 읊어드리면서 그리운 이들에게 우리 함께 이 혹독한 겨울을 잘 견뎌내자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 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 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
- 김종길 '설날 아침에서
 

밝은 미소전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어린이들. 이들의 밝은 미소는 희망의 상징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루는 밑바탕이었다. ⓒ NARA / 박도


그리운 이들이여, 내년 봄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우리 유쾌하게 만나 악수도, 포옹도 하고, 그리고 한 잔의 차도, 한 끼 밥도 나눕시다.

프랑스 철학자 장자크 루소의 말이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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