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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학교 선생님들의 '작당모의', 이렇게 좋을 수가

1년 동안 마을학교 해보니... 모든 곳이 놀이터이고, 모두가 스승이다

등록|2020.12.24 14:28 수정|2020.12.24 14:39

팝업놀이터주제가 기후변화로 투발루섬이 잠기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는 주제로 여러가지 재활용 료로 만들고 있는 과정입니다. 한 아이가 구름사다리위에 집을 지었어요 ⓒ 고수미


우리 마을은 군산의 동쪽 끝에 있으며 청암산을 뒤로 하고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어르신들부터 어린 아이들까지 아름다운 회현마을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마을 주민과 회현초, 회현중 선생님들과 마을 회의를 한다. 작년 말에는 여러 분과를 나눴고 올해는 작게나마 협력을 한 실험적인 한해였다.

마을 사람들과 학교가 함께 일련의 많은 일들을 하였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 동안 지금의 마을학교를 위해 땀으로 다져진 시간이 있었다. 소소한 놀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부모, 선생님, 아이들이 힘을 모아 너나들이 공부방이란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안과 밖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시작되었다.

이런 힘들이 모아져서 올해 교육청에서 학교군-지역 연계형 방과 후 마을학교 지원금을 2000만 원을 받았다. 정식으로 마을학교라는 이름을 걸고 다양한 논의와 협의를 거치는 등 여러 가지 과정을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정확한 지표와 경험의 부재가 힘든 점이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여러 번의 토의를 통하여 다양한 주제를 정하였다.

마을에서 자란다-팝업놀이터와 보드게임과 책놀이, 마음이 자란다-회현테라피, 마을이 자란다-회현크리에이터, 자연에서 자란다-회현팜과 자연미술, 같이 자란다-공유식탁 다섯 가지 주제로 정해서 마을학교의 시작을 알렸다.

마을학교는 팝업 놀이터와 매월 격주 금요일에 운영하는 보드게임 프로그램, 방학 중에만 운영하는 책놀이 수업과 자연미술놀이로 구성되었다. 테라피는 마을의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미술, 음악, 원예테라피로 구성되었다. 크레이에이터는 방학 중 프로그램으로 실용글쓰기, 마을 영화 만들기, 포토샵, 출판물제작 등을 하는 교육 과정이다.

회현공유식탁은 '같이 가치, 밥 먹자' 라는 취지로 한 달에 두 번 어른들과 함께 하는 식사 프로젝트이며, 회현팜은 회현 주변의 논이나 밭농사를 체험하고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과 함께 의미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다. 이상 5가지 주제로 마을학교가 시작되었다.

드디어 5월 13일 마을학교 강사 및 마을학교 돌봄 교사 공모를 하였고 마을에 사는 학부모와 주민들을 위주로 선정되었다. 5월 24일 위촉장도 수여하고 선정되신 분들과 함께 배움 연수를 진행하였다. 5월 31일 '내 손으로 수확'인 모내기 활동을 시작으로 마을학교 시작을 알렸다. 이후에는 회현놀이터와 공유식탁, 미술 테라피가 진행되었고 방학 중에는 회현 크레이에터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모내기는 마을 주민과 아이들 50여 명이 참여했고, 아이들이 처음 모내기를 해보았다. 이앙기랑 경운기와 트럭도 타보고 마을 주민과 하나가 되어 진행하는 모습과 함께 수고하고 노력해야 곡식이 자란다는 것을 배우는 장이 되었다.

또한 지난 달에는 벼 베기를 하였다. 수확을 통하여 마을 주민들과 어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였고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며 살아 있는 교육이 이런 것이란 걸 알게 한 중요한 시간이였다. 또한 너나들이 센터에서 열렸던 자연물을 이용한 시계 만들기에 여러 아이들이 참여하여 아름다운 작품도 만들었다.

공유식탁은 한 끼의 식사마저 가족과 함께 하기 어려운 시대에, 마을 어른들과의 식사를 통하여 아이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관심과 정을 듬뿍 주자는 취지였다. 한 달에 두 번 총 5회에 걸쳐 진행하여 100여 명 넘는 아이들과 함께 했다. 식사하러 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처음엔 쑥스러움이 가득했지만, 나갈 때는 잔잔한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모여서 식사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또 머리를 맞대고(사회적 거리들 두고) 의논을 하였다. 고심한 끝에 결정한 게 바로 도시락 배달이었다.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의 도시락 배달이었다. 이제까지 총 5번, 60여 명의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전했다.

팝업놀이터는 4시간 동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마음껏 놀기도 하고, 만들기를 하며, 사고도 확장하고, 놀이를 통해 인성과 즐거움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많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스스로 만들 거리를 생각하여 놀이터가 상시로 열리게 되는 놀라운 일이 생기게 되었다.

이게 바로 마을학교의 확장 지점이다. 놀이판을 깔아주는 것도 좋지만 이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에 매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여름방학 중에 열렸던 영화 만들기와 포토샵도 호응이 좋았다. 또, 지루한 글쓰기가 아닌 깜찍한 책도 만들고 팥빙수도 만드는 등 재밌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12월이면 프로그램이 마무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했고, 강사들도 성장했을 것이다. 일단 우리 모두가 처음이라 어떻게 할지 다소 걱정이 되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마을 강사들은 마을학교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였고 스스로 빛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강사들이 그냥 이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을학교를 통해 더 성장하여 개인의 삶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나길 바라본다.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 같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가치를 가지고, 불안의 시대에 내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이 모두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 이 시대의 마을은 필수 불가결하며, 그 안에서 마을학교가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마을학교에선 어디나 놀이터이고 모두가 스승이다. 코로나라는 전염병 때문에 마을학교를 더 이상 진행하긴 어렵지만 내년에는 언택트 마을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시대의 요구에 발맞춰 함께 성장할 마을학교가 더 기대된다. 외롭고 고립된 현 시점에서 더 협동이 필요하고, 더 함께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학교는 어둡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희망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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