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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모르는 사람들, 옛날 이야기 아니다

[월간 옥이네] 문해교육 예산 턱없이 부족, 건강한 공동체 위한 방법 필요

등록|2020.12.29 17:14 수정|2020.12.31 13:28

▲ 충북 옥천군 안남어머니학교 ⓒ 월간 옥이네


'요즘 같은 때에 한글 모르는 사람이 있어? 그건 옛날 얘기지.'

문해교육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다. 2017년 문해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우리 국민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사람은 311만 명. 이는 전체 성인인구의 7.2%에 해당하는 수치다.

평생교육법상 성인문해교육이 중학교 수준까지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22.4%까지 늘어난다. '먹고 살기 좋아졌다'고 학령인구 모두가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여전히 글을 모르는 사람의 수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관련 지원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해교육 관련 예산은 전체 교육부 예산의 0.1%인 44억6천만 원 수준. 대학 중심의 평생학습 활성화 지원 예산이 이의 5배(241억 원가량)에 달한다는 점에서 편중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물리적 접근성 문제로 문해교육의 주요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장애인 역시 평생학습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다. 전체 장애인 중 중졸 이하 학력 소지자는 약 145만 명(전체 장애인의 54%)인데 반해 장애인 문해교육을 받은 사람은 2028명(0.14%)에 머무른다(2018년 기준). 교육부에 따르면 성인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 강좌 수는 2018년 기준 21만6천980개인 반면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은 674개(0.3%)에 그쳤다.

이런 상황은 충북 옥천도 마찬가지. 옥천군 평생학습원에 개설된 문해교육 프로그램이나 성인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그나마 2016년부터 평생학습원이 마을별 수요조사를 통해 실시하는 '청춘학교(찾아가는 문해교실, 한 해 예산 600만 원가량)'가 있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옥천의 주요 문해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는 안남어머니학교와 안내행복한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공모 사업을 통해 확보하는 700만~800만 원가량이 전부다(올해의 경우 760만원). 그나마 안남어머니학교의 경우 올해 충청북도교육청이 추경을 통해 확보한 4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받았다.

성인 장애인 문해교육을 담당하는 옥천 장애인야학 '해뜨는 학교'는 장애인교육비 예산 1700만원(군도비 대응투자사업)을 지원받는다. 그나마 사정이 나아보이지만 수요에 비하면 이 역시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안남어머니학교 송윤섭 교장은 "안남의 경우 선생님들이 별도 강사비를 받지 않고 지원 예산을 모두 운영비로 활용한다"며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가 대단위주민지원사업비로 간식비 등을 지원할 방법을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지침 등을 이유로 현재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뜨는 학교 최명호 교장은 문해교육을 비롯해 기존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장은 "통계 결과를 봐도 성인 비장애인의 38%가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성인 장애인의 경우 1.5%도 되지 않는다"며 "이동권, 편의시설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에 앞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의 경우 경증, 중증 등의 장애 정도나 장애 유형에 따라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수요를 잘 파악하고 관찰해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해에는 평생학습원에 성인 장애인 대상 프로그램이 개설돼 현재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평생교육법 개정으로 장애인 평생교육이 의무조항이 되면서 옥천군 역시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 평생학습원은 내년 3천만 원의 예산으로 한지공예, 바리스타 교육, 가죽공예 등 4~5개의 프로그램을 우선 실시하고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평생학습원 교육지원팀 민세홍 주무관은 "일단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프로그램 수요 조사를 했다"며 "향후 계속 진행할 사업으로 보고 있고, 참가자 의견을 운영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문해교육 확대와 관련해서는 "문해교육 대상자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평생학습원 차원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현재 면지역 작은도서관이 생기고 있는 만큼 이런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 충북 옥천군 안남어머니학교 ⓒ 월간 옥이네


39개 마을에서 문해교실 운영하는 예산군

문해교육은 소외된 계층을 아우르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문자 해득 교육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소모임도 어려워진 요즘, 이런 문해교육은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까.

2009년부터 11년째 성인 대상 문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충남 예산군 사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예산군은 한 해 3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39개 마을, 5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문해교실을 운영한다. 문해교실 강사는 평생학습센터가 운영하는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된 18명의 지역 주민으로 구성됐다.

6년 과정의 문해교실에서는 한글 교육뿐 아니라 디지털 정보나 금융 정보, 안전과 건강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체험학습, 특별활동 등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기도 했지만 학습꾸러미‧지역퍼즐‧식물 기르기 키트 전달을 비롯해 편지 쓰기 활동, 교사의 일대일 전화 상담 및 방문 등을 통해 이를 상쇄했다.

예산군 평생학습센터 신현미 평생교육사는 "어르신의 경우 2주만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해도 금방 침체되고 변화되는 게 느껴지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지속할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고민했다"며 "문해교실은 마을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마을 주민들과도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확인하기도 한다. 건강 복지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6년간의 문해교실 수료 후 '졸업'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다수일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배경이다.

신 평생교육사는 "요즘은 우울증이나 치매 예방 차원에서도 이런 활동을 원하는 분도 많은데, 특히 홀로 사는 고령자의 경우 일상적인 소통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마을 공동체 안에서 건강성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문해교육은 글자를 배우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살면서 필요한 다양한 필수 정보를 얻고 익힐 수 있는 차원까지 넓어졌고, 예산군은 계속 이런 종류의 문해교실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2월호(통권 42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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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옥이네 12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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