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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이슈실종, 비일관성'... 정의당 앞 세가지 과제

[제안] 전직 중앙당 당직자, 외부인 시선으로 본 정의당의 '숙제'들

등록|2020.12.29 09:44 수정|2020.12.29 10:18
 

▲ 김종철 정의당 대표와 강은미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의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 공동취재사진


바다 속에선 파도를 느낄 수 없다. 약 5년 간 근무하던 정의당을 떠나, 최근 모 컨설팅 회사로 옮긴 지 세 달여가 지났다. 정의당이란 바다를 떠난 뒤에야 그 곳에 있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됐다. 정의당의 성공을 기원하며 외부자의 시선으로 다섯 가지 제언을 던지고 싶다.

① 정의당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 어떻게 극복할 건가

'2017년 대선'과 '2018년 노회찬 대표 서거' 사이 정의당의 호감도는 40%대로 꽤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2019년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는 동안 계속해서 호감도 30% 중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다가 2020년 6월~9월 사이 20%대까지 주저앉았다(한국갤럽 지난 9월 넷째주 호감도 : 정의당 27%, 국민의힘 25%). 여기엔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나는 해당 기간 있었던 '박원순 조문'과 '국회 원피스'로 대표되는 류호정이 중심에 있다고 본다. 핵심 이슈인 부동산과 검찰개혁에 대한 메시지를 최소화하면서 존재감이 약화되는 와중에, 결국 화제는 '류호정'만 남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조문'이나 '국회 원피스'나, 사안만 놓고 봤을 때 비호감도를 주도할만한 문제는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것, 국회의원의 복장의 편견을 깬다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봤을 때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이 비호감도를 높인 이유는 그 중심에 류호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원순 조문 정국에서 똑같은 입장을 취한 장혜영의 경우, 류호정 만큼의 비판을 받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봐도 그렇다.
 

정당호감도(전국 정례조사 2020년 9월 4주)정당 호감도 분석 ⓒ 한국갤럽

 
류호정에 대한 반감과 비판의 핵심을 이해해야 한다. 류호정에 대한 반감의 핵심은 불공정한 사람이 옳고 그름을 논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이다. 불공정으로 대표되는 대리게임으로 알려진 류호정, 그에 대한 일부 2030의 비호감도는 생각보다 크다. 그럼에도 류호정에 대한 반감과 비판을 20대 '한남충'의 비판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현실을 바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지도가 높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 높은 인지도가 높은 비호감도를 담보로 한다면,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류호정 개인으로서는 이슈화 시킨 사안이 화제가 되거나(소위 '국정감사 삼성 출입' 사건), 논란을 일으키거나('조선일보 100주년 행사 참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시각이야 어떻건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의 입장에선 다르다고 본다. 정치인 개인에 대한 비호감이 당에 대한 비호감으로 연결되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통상 싫은 사람의 말은 듣지 않듯, 유권자들 또한 싫은 정당의 말 역시 듣지 않는다.

류호정이란 카드는 좋은 카드일 수 있다. 인지도 높은 스피커로서 적절한 시점에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당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엔, 당은 의원실과의 조율을 통해 류호정의 등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류호정 본인도 당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보다 정책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호감도 진작'을 고민해나가야 한다.

② 2020 핵심이슈는 부동산·검찰 개혁... 정의당, 핵심이슈 중심 '선택-집중' 필요

2020년 최대 이슈는 코로나19, 부동산, 검찰개혁이다. 정의당은 이 중 두 개의 전장에서 발을 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심상정 대표 시절 잠시 목소리를 높인 것 이외엔 사실상 메시지가 실종된 상태고, 검찰개혁은 명확한 포지션 없이 표류하고 있다. 아마 부동산과 검찰개혁 관련한 이슈에서는 얻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임대차 3법에 찬성했는데 상황이 안 좋으니 발을 빼는 그림이고, 검찰개혁은 권력다툼으로 비치기 때문에 발을 담그지 않는 그림이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오판이다.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에서 발을 빼게 되면 존재감은 점점 작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는 코로나·부동산·검찰개혁 3개 꼭지 위주로 돌아가는데 두 군데서 말을 아예 하지 않으니 주목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또 부동산과 검찰개혁 문제는 정의당이 줄곧 주장해왔던 사안들인데, 정면으로 부딪혀 승부를 보지 않으니 일관성에 대해 지적을 받을 여지도 충분하다.

부동산과 검찰개혁 사안을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문제의 경우 기존 정의당의 시각대로 '임대차 3법의 방향이 옳았다', '전세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잡힐 문제니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공급 확대와 다주택자 주택 처분을 위한 시장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며 싸워야 한다.

다음으로 검찰개혁의 경우, 나는 정의당이 12월 28일 자 <한겨레> 사설과 비슷한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윤석열 탄핵론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수사·기소 분리와 공수처 출범 등 실질적인 검찰개혁을 위해 앞장서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전부터 계속 검찰개혁을 주장해왔던 정의당 입장에서, '검찰개혁 문제는 민생과 관련이 없으니 싸움 그만하라'는 식의 메시지는 적절하지 않다.

한편, 정의당이 모든 전선에 병력을 다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김남국과의 설전이 딱 그렇다. 뉴스를 보다가 '정의당 vs 김남국' 이미지를 띄워둔 화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게 과연 당이 주력해서 싸워야 할 일인가 싶었다.

김남국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지 말란 말이 아니다. '유감이다' 정도로 비판 수위를 잡고 관심을 끊어버렸어야 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이 이낙연 대표나 김태년 원내대표 정도였다면, 사안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톤을 높여서 싸우는 게 맞다. 하지만 상대는 일개 의원인 김남국 한 명이다. 싸워야 할 다른 사안들이 많음에도 '정의당 vs 김남국'의 그림을 만들었어야 했느냐는 아쉬움이 든다.
 

▲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 간 설전을 다루는 MBC 뉴스 자료화면 ⓒ MBC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정의당은 유독 모든 전장에 병력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경중을 따지지 않고 대변하고 싶은 사람들의 편에서 나서야 할 모든 사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은 좋다. 항상 100%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자세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한정된 역량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보면 정치적으로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명확한 기준 없이 모든 전장에 병력을 배치하는 건 어느 한 전장이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느 한 전장도 제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없다고도 읽힐 수 있다.

③ 일관성 잃어버린 정의당... 변창흠 앞 왜 주저했나

세상만사를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로 바라보며 정치적 계산 없이 사회적 약자에 편에 서는 것.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정의당의 높은 호감도를 이끌어왔던 핵심이라고 본다. '정의당 데스노트'란 말이 "민주당 편인 정의당도 반대해?"라는 '민주당 2중대' 틀 안에서 나온 표현이긴 하지만, 이 표현이 통용될 수 있었던 건 분명 정의당이 가진 '옳고 그름'에 대한 일관성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구축한 일관성은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존 정의당이라면 조국 전 장관 논란이 터졌던 2019년 8~9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데스노트 문제를 일관성 있게 바라봤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선거법 개정을 놓고 정치적인 계산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정치 셈법이라며 뒤늦게 비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정당은 매사에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또한 정의당이 항상 교섭단체의 울타리 밖에서, 즉 비교섭단체로 존재하며 옳은 소리만 하고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부채 의식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당시 지도부의 판단은 일장일단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시 손상된 일관성은 보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번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경우 절대적인 비토가 '바로' 있어야 했다. 구의역 김군에 대한 발언은 정의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완벽히 대치되는 발언이기 때문에 그 뉴스가 나온 순간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요구했어야 했다. 정의당은 이런 상황에서 며칠을 머뭇거렸는데, 정치적 고민이 별도로 필요하지는 않은 시점으로 보여 정의당의 이런 판단이 아쉽다.

치밀한 전략에 근거한 정치적 판단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정치적 판단을 하기 위해선 일관성을 갖고 정의당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존폐 갈림길에 선 정의당,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반환점

정의당이란 정당은 영원한 정당이 아니다. 동력을 잃으면 언제든 노동계·시민사회계·타진보정당과 함께 진보대통합 등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정의당은 그간 심상정·노회찬으로 대표되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보적인 이슈에서 싸워왔지만, 지금은 뒤를 이을 마땅한 인물이 보이지 않고 당내 역량도 과거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상정이 멈추는 순간 정의당도 멈춰설 것이라는 말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의 정국에서 마주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새로운 반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할 마지막 기회다.

기회를 살리기 위해 두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하나는 '선수'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대표급의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막중한 의미를 가진 선거다. 동시에 당의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만큼 정의당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선거라고 본다. 존재감 없는 후보가 나서서 판을 흔들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최소 당대표, 혹은 그에 걸맞은 급이 나서서 2017년 대선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당 역시 존폐 위기감 속에 안철수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새로운 반환점을 노리고 있는 만큼, 정의당도 그 정도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는 '도시 비전'이다. 내년 선거에 성 평등 이슈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물론 중요하지만 선거를 결정지을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내년 보궐선거는 지난 10년간 쌓여왔던 개발에 대한 욕구, 박원순 시정에 대한 무색무취한 평가,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 차기 대선에 대한 기대감 등이 어우러진 선거다. 그러므로 서울이라는 초거대도시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잘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분명한 것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이 어떤 도시가 될 것인가, 그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또는 서울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것이란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외부 시각에서 정의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며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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