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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환경운동 대부'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청사포 해상풍력발전기 건설 사업 찬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등록|2020.12.29 17:19 수정|2020.12.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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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상 선생님, 저는 해운대구에 사는 주민입니다.

구 선생님께서 청사포 해상풍력발전 건설 사업에 찬성했다는 걸 알게되면서 공개적으로 편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부산 환경운동 역사의 산증인인 선생님께서 청사포 해상풍력발전 건설사업에 찬성했다고 해서 매우 놀랐습니다.

탈핵 이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시대의 요구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원전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선생님의 찬성 의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제가 이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해양 생태계 파괴-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경관 훼손-수평선이 사라지며 ▲입지의 문제-즉 청사포 해안과 거주밀집지역과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건설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해상풍력 선진국이라는 영국·독일·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은 해안에서 최소 2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원거리 해역에 건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막대한 건설비용을 감수하면서 먼바다에 짓는 이유는 해양 생태계와 주민에게 끼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상풍력발전기가 건설된 해역의 해양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부산 환경운동의 대부인 선생님께서 이런 점을 외면한 채, 해상풍력발전 건설사업
에 동의했다는 데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30일 오후 2시 해운대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포럼은 사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참가자 모두가 찬성하는 입장이며, 시민단체인 주최 측 담당자역시 "풍력발전기는 꼭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포럼 주최 측은 찬성 패널로만 채운 이유에 대해 반대 패널을 섭외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궁색한 변명입니다. 반대 패널을 찾지 못했다는 그들의 말에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환경운동의 대부인 선생님께서도 이런 파행과 편파적인 진행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30일 열리는 포럼에 참석한다는 것은 구자상이라는 이름에 담겨 있는 부산환경운동의 역사를 빌려, 이 사업에 힘과 명분을 실어줄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선택입니다.

지난 27일 해운대구청장 명의로 주민이 찬성하지 않는 해상풍력발전기 건설은 있을 수 없다는 보도자료가 나갔습니다. 그 보도자료가 나온 의미가 무엇이겠습니까?
많은 해운대 주민이 이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청사포는 난개발로 훼손된 해운대에 마지막 남아 있는 자연촌락입니다. 그마저도 개발이 시작되어 환경을 생각하는 많은 이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청사포에 해상풍력발전기가 건설된다면 해운대의 모든 바다는 선생님이 평생을 바쳐 반대했던 난개발의 희생자로 마지막 숨을 거두고 말 것입니다.

탈핵 반핵 대체에너지 개발, 시대의 흐름입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의명분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점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의명분을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는 길은 매우 멀고 험난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유감스럽게도 대의명분이라는 가치와 추상을 가장 쉽게, 가장 빠르게, 가장 친자본적으로 해결하는 우려스러운 선택을 하신 듯합니다.

가치와 추상을 현실에 실현하는 길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려운 길을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 또한 선생님께서 모르시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상풍력발전기가 건설된 후 발생할 셀 수 없이 많은 문제와 그로 인해 해운대 주민 전체에게 끼칠 막대한 피해를 생각해보셨는지요?

청사포 바다에 기대어 평생을 살고 있는 해녀들과 어부들이 바다를 떠날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셨는지요.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가슴 벅찼던 많은 이들의 뜨거운 심장 박동소리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셨는지요.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선생님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의 잘못으로 후손에게 물려줄 청사포가 망가지고, 청사포에 담겨 있는 전설과 역사가 사라지고, 독특한 어촌문화가 사라지고, 종내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불어오는 바람개비의 소음 속에서 후손들의 귀는 찢어지고, 가슴 속에 남을 것은 오직 기계의 소음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참담할 뿐입니다.

포럼 참석은 선생님이 결정할 일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선택과 행동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12월 29일, 해운대구에 사는 미약한 아줌마로부터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청사포 해상풍력발전기 건설 사업 반대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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