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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많이 남는 작품" '스위트홈' 김남희의 진짜 속내

[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배우 김남희

등록|2021.01.05 11:46 수정|2021.01.05 11:46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 넷플릭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면이 더 많은 작품이었다. 질타를 받을까 오히려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서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만 저는 연기적으로 보완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국어교사 정재헌(김남희 분)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극 초반부만 해도 정재헌은 딱딱하고 재미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정직하고 바른 모습 사이에서도 살짝 보이는 위트와 유머는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물론 이는 배우 김남희가 보여준 연기의 힘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30일 온라인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김남희는 오히려 아쉬운 게 많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욕망에 잠식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 맞서는 그린홈의 입주민들을 그린 작품. 김남희는 칼을 들고 싸우는 국어교사 정재헌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정재헌은 말 끝마다 "신의 뜻입니다"를 반복하는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칼을 들고 괴물에 맞서 싸우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려 희생할 줄 아는 멋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드라마 팬들이 정재헌 캐릭터에 열광했던 까닭도 그래서였다. 그러나 김남희는 이러한 인기와 호평을 전혀 예상 못했다며 아쉬웠던 첫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정재헌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정적이거나 혹은 멋진 무사, 따뜻한 사람으로만 단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허당기도 있고 어리버리 할 때도 있고 위트가 있기도 하고. 그렇게 다양하게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 촬영 때는 (긴장해서) 경직되기도 했다.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촬영에선 연기가 잘 안 됐다. 극 중에서 윤지수(박규영 분)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이응복 감독님이 '네 연기가 이상한데 캐릭터가 묘하다. 그냥 이 콘셉트로 가보자'라고 하시더라. 후반부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더 좋은 포석이 될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다. 정재헌은 원래 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처럼 보였어야 했는데 제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게 사고칠 것 같은 인물로 비쳤던 게 아닌가 싶다. 진짜 (시청자분들이) 예쁘게 봐주신거다. 제 연기에 비해서."

이응복 감독은 김남희를 처음부터 정재헌 역할로 점찍어 뒀다고. 김남희는 "(이응복 감독에게) 이거 남희씨가 연기하면 잘하겠다, 문어체같은 대사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제가 연극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남희는 드라마에서 성경의 한 구절을 읊는다거나, "안 그래 고깃덩어리?"같은 어색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사도 담백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김남희는 "운 좋게도 좋은 캐릭터를 주셨다"며 "촬영팀 남자들도 다들 정재헌이 멋있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사람이 첫인상과 다를 때 더 매력을 느끼지 않나. 뻣뻣한 기독교인인데, 묘한 인상을 풍긴다.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낯선 여자에게 친한 척을 하는데, 점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목소리가 좋네, 칼을 쓸 줄 아네, 사람을 구하기 시작하네 이러면서. 저도 그렇게 생각했다. 표현주의로 연기하기 보다는 담백하게 안으로 담고 연기하려 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 넷플릭스


특히 극 중에서 생존 파트너인 윤지수(박규영 분)과의 로맨스는 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설레게 했다. 자유분방한 베이시스트 윤지수와 올바른 국어교사 정재헌은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괴물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그러나 김남희는 박규영과의 로맨스 연기에 대해 "남동생과 함께 연기하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규영이 저보다 어렸고,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다. 촬영 내내 함께 다녀야 하니까, 긴장을 풀기 위해 제가 먼저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박)규영이도 과감하고 자유롭게 연기했다. 서로 미리 상의하지 않고 연기하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고 생동감 있는 신을 많이 만들었다. 그 친구가 워낙 털털하다. 남동생과 연기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저희는 연기하면서 '러브라인'이라고 대놓고 연기한 장면은 마지막 장면 하나뿐이다. 위급한 상황 속에 남녀가 함께 다니면 자연스럽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나. 알게 모르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한건데, 그 감정을 정리하기도 전에 괴물을 만나고 위급한 상황을 만나니까 정신이 없었지. 관객분들이 애틋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저희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 애틋하고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정재헌 캐릭터의 인기에는 김남희의 목소리도 한 몫했다는 반응이 많다. 김남희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장점인 한편 컴플렉스였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목소리가 좋다는 소리는 연기를 시작하고나서 매번 들었다"면서도 "자꾸 듣다 보니까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배우여선 안 되는데 싶었다. 연기력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장점이지만 컴플렉스였지. 변성기 이후에 이런 목소리가 돼 버렸다. 또 연기 훈련을 하면서 발성을 배우게 되고 이렇게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남희는 정재헌 역을 촬영하기 전까지 몸을 쓰는 연기는 자신 없었다고 고백했다. 액션 신을 고민하던 그에게 이응복 감독은 "연기로 채우라"는 조언을 했다고.

"사실 몸을 잘 못 쓴다. 순발력이 떨어져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응복 감독님이 '액션은 우리가 만들어 줄  수 있다, 그걸(빈 곳을) 채우는 건 연기다'라고 하더라. 연기를 중심에 두고 액션을 하면 충분히 멋있게 나올 수 있다고. 현장에서 무술감독님과 리허설도 많이 하고 스텝 한 발짝 한 발짝까지 다 맞춰서 연습해서 그렇게 나온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정재헌은 그린홈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경비 괴물을 끌어안고 엘리베이터로 몸을 던진다. 김남희는 "(캐릭터가) 죽어서 더 화제가 되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죽은 만큼 아쉬워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장면의 숨은 비하인드를 고백하기도 했다.

"내가 한쪽 팔이 잘리는 신인데 그 장면을 촬영할 때 놀라웠다. 우리나라 CG나 분장술이 굉장히 발달했다고 느끼는데, 셔츠에서 팔을 안으로 빼서 넣고 연기를 했다. 이런 원초적인 방법으로 촬영하는구나 싶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안 그래도 몸에 붙는 셔츠여서 온몸이 조이는 기분이었다. 완력을 쓰면서 액션을 해야하는 터라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테이크를 딱 두 번 갔는데, 오히려 연습하느라 시간을 많이 썼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앞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악역이었던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로 분했던 김남희의 과거 필모그라피도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나는 모리 타카시와 정재헌의 캐릭터를 둘 다 너무 좋아한다. 가장 최악의 모습과 최선의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배우의 악과 선에 대해 경계하지 않으려 한다. 서브 텍스트나 (그 캐릭터의) 페이소스가 더 중요하지. 타카시할 때는 타카시가 가장 멋있었다 저한테는. 지금은 정재헌이 가장 멋있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지금, 김남희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스포트라이트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무명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세상에 나온 배우보다 나오지 못한 무명 배우들이 정말 많다. 저도 그 중의 하나였고 지금도 비슷하다. 그 배우들이 모두 꿈을 갖고 연기하고 있지만 (알려지기가) 쉽지 않다. 결국 배우라면 보이는 것들보다 연기가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으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나 갈망으로 계속 연기하려 한다.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잘할 수 있으려면 결국 연기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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