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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호떡에는 당연히 '이게' 들어갑니다

지역대표 특산물 사용해 찐빵과 호떡 만드는 최영선·권지후 부부

등록|2021.01.05 16:17 수정|2021.01.05 17:11
 

▲ 최영선·권지후 부부가 ‘예산황새쌀찐빵’과 ‘예산사과호떡'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김두레


평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는 요즘이다. 당연했던 것들이 아득히 멀어진 때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모두가 하루하루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새해에도 희망이 있다.

최근 예산터미널(충남 예산군) 앞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 최영선(56)·권지후(41) 부부, 새소망과 희망을 품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매서운 한파를 뚫고 찾은 부부네 가게 앞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퍼진다. 이들은 두달 전부터 이곳에서 겨울철 대표 간식 찐빵과 만두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만들면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는 특별한 인기메뉴가 있다. 바로 '예산황새쌀찐빵'과 '예산사과호떡'.

광시 황새쌀과 지역대표 특산물 사과를 활용한 메뉴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당진에 가면 해나루쌀로 만든 꽈배기가 인기 있더라고요. 저도 지역특산물을 제가 잘 만들 수 있는 빵에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오븐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찐빵과 호떡을 생각했어요."
 

▲ 광시황새쌀에 쑥을 넣어 반죽한 뒤 직접 삶은 팥을 가득 넣은 예산황새쌀찐빵은 특별한 겨울간식이다. ⓒ <무한정보신문>김두레



남편 최씨가 쌀찐빵을 하나하나 만들며 환하게 웃는다. 황새쌀찐빵은 밀가루로 만든 것보다 쫄깃쫄깃하고 식은 뒤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죽 만들기가 까다로워 쌀가루와 밀가루 비율을 찾는데 연구를 집중했단다.

사과호떡은 사과를 채 썰어 졸인 뒤 설탕과 함께 소를 만든다. 아삭한 식감과 달콤한 사과향이 입에 재미를 주고, 눈으로 직접 사과소를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다.

"예산에 사과가 지천이잖아요. 사과밭을 볼 때마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하는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역 특산물을 지역사람이 많이 이용하면 좋잖아요. 호떡은 통조림 사과를 쓰면 의미가 없으니 응봉에 있는 후배네 과수원에서 가져와 직접 졸이고 있어요. 특산물로 계속 뭔가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꽈리고추를 이용한 메뉴를 구상하고 있답니다."
 

▲ 찹쌀반죽 안에 채썰어 졸인 예산사과와 설탕으로 소를 채운 뒤 고소한 마가린에 구우면 달콤한 예산사과호떡 완성이다. ⓒ ⓒ <무한정보신문>김두레


포장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종이 그릇에 가지런히 담은 것부터,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에 붙은 귀여운 황새그림과 사과모양 스티커가 "나 일반 찐빵·호떡과 달라" 이야기 하는 듯하다. 황새그림은 그림 그리는 재미에 한창 빠져있는 부부의 아들이 직접 그려 더 애정이 간단다.

부부는 예산살이 10년차. 공주에 사는 장인어른이 예산이 살기 좋다고 적극 추천해 이사를 왔다. 이 가게를 새로 열기 전까지는 빵집을 운영했다. 이젠 예산에 푹 빠져 사는 찐(?) 예산 사람이다. 여유 있고 긍정적인 예산 사람들의 모습에 사람 사는 맛도 느꼈다.

"서울에 살 땐 차가 너무 많아 도로를 가도, 주차하는 것 하나도 참 어렵고 스트레스였는데 예산은 그런 게 없잖아요. 처음엔 예산이 시골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시골에서 아들딸을 어떻게 키우나 걱정했는데, 학부모들 교육열이 높고 관심도 도시 못지않게 커요. 아이 키우기도 좋은 거 같아요."

아내 지후씨가 생생한 경험담을 전한다. 자영업자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때인데, 눈이 반짝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가게를 이전할 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응원을 주셨어요. 오히려 힘이 났죠. 얼마 전엔 손님이 '예산사과호떡이랑 예산황새쌀찐빵을 보니 예산사람이라는 자긍심이 생긴다'는 말을 해주신 적 있어요. 정말 뿌듯하고 기분 좋았어요. 피곤을 싹 가시게 하는 힘이죠. 쌀찐빵이랑 사과호떡이 브랜드화돼 예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산물 관광상품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올해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길 바라요."

이웃과 함께하는 것,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가슴 속 저마다 뜨거운 소망 하나를 품고 사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새로운 한 해, 이들이 품어내는 달콤한 내음처럼 모든 이들이 달콤한 인생을 살아가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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