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정치권·시민사회, 일본에 '한국산연 청산 철회' 서한
회사 오는 20일 폐업... 경남대책위 "돈으로 해결 아니라 일터 지키기"
▲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는 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켄전기는 야만적 해산 청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여기 사람이 있다. 일본 '산켄전기'가 '한국산연 위장폐업'으로 사람을 쫓아내겠다고 하는 이곳에 사람이 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6개월째 거리에 서서 '해산·청산 철회 투쟁'을 진행하며 이같이 외치고 있다.
한국산연 노동자들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3차례의 사업부 철수, 7차례의 구조조정으로 동료를 떠나보내고, 이제는 자신의 차례를 마주한 노동자가 있다"며 "구조조정 싸움으로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 해 암을 얻고도 투쟁에 나선 노동자가 있다"고 했다.
이어 "2017년 정리해고 투쟁 끝에 복직하고, 3명의 자식을 위해 현장으로 일하러 간다고 좋아했지만 해고의 개념조차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집으로 보내는 해고예고장에 불안해하는 늙은 노모에게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가 있다"며 "그러나 반드시 이 공장을 내 손으로 돌리겠다는 노동자가 있는 이곳이 한국산연이다"고 말했다.
▲ "한국산연, 청산 철회하라"'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는 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켄전기는 야만적 해산 청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오해진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일본 자본인 산켄전기는 지난 7월 한국산연 해산을 결정했고, 회사는 오는 20일 폐업을 앞두고 있다.
노동자 16명이 남아 '청산 철회 투쟁'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는 한국산연 앞에서 6개월째 천막농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본 원정 투쟁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노동자들은 서울과 부산에 있는 일본 대사관·영사관 앞을 찾아가는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일본에 있는 시민·노동단체는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연대 투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측에 '항의서한' 전달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노동·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일본 다카시 와다 산켄전기 대표와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고 있다.
경남대책위는 지금까지 종교 지도자와 진보정당 대표, 국회의원에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이 '한국산연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문을 일본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는 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켄전기는 야만적 해산 청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경남 130여개 단체, 일본측에 '항의서한' 보내기로
경남지역 130여개 단체는 일본측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산연 청산철회 생존권보장 경남대책위'는 7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의서한 계획을 밝혔다.
항의서한에는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 하원오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 김성만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노창섭 정의당 경남도당 대표,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대표, 송미량 노동당 경남도당 대표가 참여했다.
또 백남해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신부), 문현숙 경남여성연대 대표, 황철하 6.15경남본부 대표, 하춘수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신부, 김영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 김산 창원민예총 회장, 박덕선 경남작가회의 회장, 이정옥 경남녹색당 위원장, 유현석 창원YMCA 사무총장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항의서한을 통해 "한국산연 노동자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일본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며 한일 간 건전한 경제 관계를 악화시키는 한국산연 폐업조치를 철회하고 한국 노동자들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고, 1976년 체결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일본 기업으로서 산켄전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귀사가 한국산연 폐업을 철회하고 한국인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등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남대책위는 회견문을 통해 "폐업을 철회하고 노동자는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에 대한 동의이자,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한결같은 마음의 실천이다. 우리의 요구를 외면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산켄전기는 한국산연 폐쇄를 결정하면서 엘지(LG) 계열사인 'EK'(구 지흥)를 인수하고, 엘지와 합작으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한국산연 위장폐업'이라 보고 있다.
오해진 지회장은 "회사는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 일터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하원오 대표, 조형래 본부장, 박봉열 위원장, 홍지욱 지부장, 조용병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지난 4일 창원고용노동지청과 간담회를 갖고 "산켄전기의 실질적인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과 교섭을 할 것"을 요구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한국산연 사측과 계속 만나고 있으며 노조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청산철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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