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빨래방 가봤더니...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이네
평소엔 텅텅 비어있던 곳인데, 손님들로 북적... 한파가 우리에게 미친 영향
코로나 1년을 보내며 새로운 루틴이 만들어지고 있다. 마냥 집에서 뒹구는 것이 아닌 학습과 책 읽기와 나름의 홈트가 포함된 루틴을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한 주의 루틴도 만들어지고 있다. 월요일, 목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을 맞추며 살아가는 중이다.
주말의 중요한 루틴 가운데 하나가 걷기다. 밀린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하고 나면, 다시 한 주에 먹을 음식 등을 장봐야 한다. 중요한 주말의 과제는 걷기와 함께 이루어진다. 4주에 한 번 돌아오는 남편의 이발과 나의 염색도 주말 루틴의 하나다.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걷는다.
그러다 보면, 적어도 주말은 만보 걷기가 수월하다. 장을 보며 걷고 분리수거를 하며 걷고, 미용실과 이발소를 각각 따로 찾으며 걷는다. 서로를 기다리며 걷고, 그래도 모자란 걸음은 공원이나 집 주변을 걸으며 채우기도 한다.
지난 주중에는 매서운 한파가 있었다. 한파에 대비하는 관리실의 루틴도 있었던 것 같다. 하루 세 번 정도 한파에 대비하여 온수와 냉수를 흘려보내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되니 세탁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 방송도 이어졌다. 저층 세대는 물이 역류해서 위험하다고 했다.
그 밖에도 한파에 노출되어 엘리베이터 고장이 일어난다고 현관문을 닫아줄 것을 당부하는 방송도 여러 번 있었다. 새벽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비상벨이 몇 번 울렸고, 엘리베이터 수리 예정 안내와 완료 안내가 이어지기도 했다.
빨랫감 이고 지고 찾아간 빨래방... 그게 실수였다
나름 물을 틀어 놓는다고 하는데도 수도꼭지에서 흐르던 물이 어느새 고드름처럼 얼어붙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고 틀고를 반복하며 지난 한 주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빨랫감이 장난 아니게 쌓여 있었다.
주중 두세 번 정도는 세탁기를 돌려야 우리 가족의 빨래 문제가 해결되는데, 전혀 못 하니 세탁실은 빨랫감으로 터질 지경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주말엔 빨래방을 찾았다. 장마철에 이불 빨래를 제외하고는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보따리 들고나왔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쉽게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빨래방은 수용 인원을 초과해서 꽉 들어차 있었다. 각 가정에서마다 빨랫감을 커다란 백에 담아 두세 개씩 가지고 나왔고, 일을 끝내고 나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넘쳤다. 평소에는 텅텅 비어있던 빨래방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두어 시간을 밖에서 기다리다 결국 해결을 못 하고 되돌아 나왔다.
주말의 루틴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빨래방 방문과 두세 시간의 헛된 기다림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 손빨래 가능한 것만 빨아서 널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남편의 이발소였다. 남편이 항상 가는 단골집은 이발 속도가 빨라 늘 만족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 출입 인원이 6명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적고 나가라고 했다. 차례가 되면 전화를 주겠단다. 처음에 기다리는 시간을 묻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30분을 기다리며 동네를 돌다 더는 안 되겠다며 다시 들어가 물었더니, 더 기다리라고 했다.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이번엔 시간도 알려 주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내처 기다렸고,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 이발을 할 수 있었다.
빨래방이야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세탁기 사용이 어려운 가정이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발소가 붐비는 원인을 생각하다, 사우나 등의 시설이 문을 닫아 그곳에서 이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닐까 나름 진단을 내렸다.
코로나로 인해 늘 손님이 없다거나 빈 가게만 보다 주말에 인파가 넘치는 풍경은 낯설었다. 세상 모두가 숨이 넘어가면 안 되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어려운 곳이 있고, 그중 여유를 느끼는 곳도 있어야 세상이 둥글둥글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마지막 할 일을 하러 집을 나섰다. 장보기였다. 걷기도 병행할 겸 꽤 먼 거리의 마트까지 걸었다. 그런데, 이곳도 입구부터 사람이 넘쳤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일이 생겼다는 뉴스가 있었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 수가 있는 것일까. 겁이 났다.
미용실도 마트도 북적북적... 대체 무슨 일일까
사람은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혼란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결재를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다는 것, 매장 안에 물건이 많이 빠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상시의 마트 풍경과 다름이 없었다. 일단 마음을 놓기로 했다.
사람들의 이동 흐름을 따라 빠르게 우리가 필요한 것을 골랐다. 물건을 들고 걸어와야 와야 하니 많이 살 수도 없었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매장의 중간까지 이어진 줄을 천천히 따라가며 계산까지 마쳤다. 물건을 고른 시간보다 결재를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많은 곳만 찾아다니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유독 그런 곳을 찾은 것인지, 사람들의 주말의 루틴이 모두 비슷한 것인지.
마트의 붐비는 인파도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한파로 사람들이 꼼짝 안 하고 있다가 주말에 날씨가 조금 풀어진 틈을 타서 다시 한 주의 먹거리를 챙기느라 사람이 몰린 것이라고. 우리가 지나왔던 길이 모두 한파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일의 주요 원인이 코로나였는데, 코로나로 인한 것이 아닌 현상도 벌어진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겨울이 되면 한파 특수란 것이 있다고 했다. 한 주 내내 이상 한파로 수도관이 파열되어 수도관 교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쁘다는 소식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한 주 관리실에서 루틴처럼 방송했던 주의 사항도 그러고 보니 코로나 얘기는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코로나 상황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커다란 카테고리다.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한 가지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빨래방이나 마트의 넘치는 인파는 괜찮은 걸까. 좁은 장소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사람들...
통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입구에 적정 인원을 안내하고 거리두기를 당부하며 기다리게 한다면, 빨래방 안의 인파나 마트 계산대에 사람들이 몰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주말의 중요한 루틴 가운데 하나가 걷기다. 밀린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하고 나면, 다시 한 주에 먹을 음식 등을 장봐야 한다. 중요한 주말의 과제는 걷기와 함께 이루어진다. 4주에 한 번 돌아오는 남편의 이발과 나의 염색도 주말 루틴의 하나다.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걷는다.
지난 주중에는 매서운 한파가 있었다. 한파에 대비하는 관리실의 루틴도 있었던 것 같다. 하루 세 번 정도 한파에 대비하여 온수와 냉수를 흘려보내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계속되니 세탁을 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 방송도 이어졌다. 저층 세대는 물이 역류해서 위험하다고 했다.
그 밖에도 한파에 노출되어 엘리베이터 고장이 일어난다고 현관문을 닫아줄 것을 당부하는 방송도 여러 번 있었다. 새벽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비상벨이 몇 번 울렸고, 엘리베이터 수리 예정 안내와 완료 안내가 이어지기도 했다.
빨랫감 이고 지고 찾아간 빨래방... 그게 실수였다
나름 물을 틀어 놓는다고 하는데도 수도꼭지에서 흐르던 물이 어느새 고드름처럼 얼어붙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고 틀고를 반복하며 지난 한 주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빨랫감이 장난 아니게 쌓여 있었다.
주중 두세 번 정도는 세탁기를 돌려야 우리 가족의 빨래 문제가 해결되는데, 전혀 못 하니 세탁실은 빨랫감으로 터질 지경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주말엔 빨래방을 찾았다. 장마철에 이불 빨래를 제외하고는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보따리 들고나왔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쉽게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 빨래방한파로 세탁이 불가능해 빨래방을 찾았다. ⓒ 장순심
빨래방은 수용 인원을 초과해서 꽉 들어차 있었다. 각 가정에서마다 빨랫감을 커다란 백에 담아 두세 개씩 가지고 나왔고, 일을 끝내고 나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들이 넘쳤다. 평소에는 텅텅 비어있던 빨래방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두어 시간을 밖에서 기다리다 결국 해결을 못 하고 되돌아 나왔다.
주말의 루틴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빨래방 방문과 두세 시간의 헛된 기다림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와 손빨래 가능한 것만 빨아서 널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남편의 이발소였다. 남편이 항상 가는 단골집은 이발 속도가 빨라 늘 만족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실내 출입 인원이 6명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적고 나가라고 했다. 차례가 되면 전화를 주겠단다. 처음에 기다리는 시간을 묻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30분을 기다리며 동네를 돌다 더는 안 되겠다며 다시 들어가 물었더니, 더 기다리라고 했다.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며 이번엔 시간도 알려 주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내처 기다렸고,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 이발을 할 수 있었다.
▲ 컷트전문점컷트를 전문으로 하는 이곳도 사람이 많이 몰려 1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 장순심
빨래방이야 날씨가 영하로 떨어져 세탁기 사용이 어려운 가정이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발소가 붐비는 원인을 생각하다, 사우나 등의 시설이 문을 닫아 그곳에서 이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닐까 나름 진단을 내렸다.
코로나로 인해 늘 손님이 없다거나 빈 가게만 보다 주말에 인파가 넘치는 풍경은 낯설었다. 세상 모두가 숨이 넘어가면 안 되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어려운 곳이 있고, 그중 여유를 느끼는 곳도 있어야 세상이 둥글둥글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마지막 할 일을 하러 집을 나섰다. 장보기였다. 걷기도 병행할 겸 꽤 먼 거리의 마트까지 걸었다. 그런데, 이곳도 입구부터 사람이 넘쳤다. 오늘은 그런 날인가.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일이 생겼다는 뉴스가 있었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몰릴 수가 있는 것일까. 겁이 났다.
미용실도 마트도 북적북적... 대체 무슨 일일까
사람은 많았지만 다행스럽게도 혼란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결재를 기다리는 대기 줄이 길다는 것, 매장 안에 물건이 많이 빠져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상시의 마트 풍경과 다름이 없었다. 일단 마음을 놓기로 했다.
▲ 부천 대형 마트마트 계산대 대기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 장순심
사람들의 이동 흐름을 따라 빠르게 우리가 필요한 것을 골랐다. 물건을 들고 걸어와야 와야 하니 많이 살 수도 없었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매장의 중간까지 이어진 줄을 천천히 따라가며 계산까지 마쳤다. 물건을 고른 시간보다 결재를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많은 곳만 찾아다니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유독 그런 곳을 찾은 것인지, 사람들의 주말의 루틴이 모두 비슷한 것인지.
마트의 붐비는 인파도 나름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한파로 사람들이 꼼짝 안 하고 있다가 주말에 날씨가 조금 풀어진 틈을 타서 다시 한 주의 먹거리를 챙기느라 사람이 몰린 것이라고. 우리가 지나왔던 길이 모두 한파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일의 주요 원인이 코로나였는데, 코로나로 인한 것이 아닌 현상도 벌어진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겨울이 되면 한파 특수란 것이 있다고 했다. 한 주 내내 이상 한파로 수도관이 파열되어 수도관 교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바쁘다는 소식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 한 주 관리실에서 루틴처럼 방송했던 주의 사항도 그러고 보니 코로나 얘기는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코로나 상황은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는 커다란 카테고리다.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한 가지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빨래방이나 마트의 넘치는 인파는 괜찮은 걸까. 좁은 장소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사람들...
통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입구에 적정 인원을 안내하고 거리두기를 당부하며 기다리게 한다면, 빨래방 안의 인파나 마트 계산대에 사람들이 몰릴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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