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앞에서 주문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
초등학생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를 듣고... 온라인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교육 받았으면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이 도착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으로 자격증 과정을 신청했고 시험까지 봐서 취득한 것이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통제되고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인터넷 세상은 항상 열려 있었다.
접근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를 했던 것 같다. 매일 글을 쓰고, 기사도 올렸다. 상담 과정을 온라인으로 수강했고 팟캐스트 방송도 시작했다. 내가 담당하는 지역의 평생학습을 위한 강좌도 처음 기획하고, 줌을 통해 강의를 실현하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이었지만 이런저런 결과를 보니 놀고만 살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겁이 많던 사람이 더듬거리는 실력으로 하나하나 도전했다. 코로나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온라인 입문 경험은 미디어의 세계에 조금 더 발을 담그도록 이끌어 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참 쉽고 재밌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최근 도서관 겨울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보고 겨울방학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초등학생들과 이제 초등학교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도 많이 기획되어 있었다.
그중, 초등학생들을 위한 겨울방학 미디어 특강에 도서관 측의 양해를 구해 참여한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아이들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라 비디오와 오디오를 끄고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강의 내내 아이들처럼 참여하고 싶어 손과 입이 근질근질했다.
큰 주제는 '책으로 배우는 미디어 리터러시'였다.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아이들이 따라가는 것이 신기했다. 초등학생들의 활발한 소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서관의 프로그램답게 책을 가지고 미디어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각 차시마다 강의 주제에 맞는 동화책을 선정했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된 미디어 콘텐츠를 차례차례 배웠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강의 자체가 막연하게 궁금했지만 준비는 부족했다. 강의계획서를 미리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첫 강의이자 마지막 강의에 참여해야 했다.
첫 강의의 <그래, 책이야>에서는 미디어에 대해 알려주었다. 책과 인터넷 세상의 차이점을 몇 개의 문장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은 단 두 줄의 이모티콘으로 정리되는 마법도 보여준다. 참여하는 아이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강의가 끝나고 뒤늦게 강의계획서를 열어보았다. 관련 책 목록이 나왔고, 해당 차시에 배울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책에 관심이 생겨 바로 도서관의 책들을 검색해서 책을 모두 빌려 보았다.
두 번째 강의의 그램책은 박정섭의 <감기 걸린 물고기>였다. 가짜뉴스에 대한 것이었다. 지나고 보면 너무도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우리는 쉽게 속는다. 미디어의 세상은 특히 그렇다. 상식적 판단이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토록 쉽게, 단순하게 알려주는 책이라니.
세 번째 강의의 그림책은 셰인 벌리의 <내가 하고 싶은 일, 유튜버>다. 유튜버의 세계를 낱낱이 보여준다. 초등 5, 6학년을 위한 강의로 기획된 것을 생각한다면, 본론 단계에 적합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유튜버와 관련된 기본 내용, 영상 촬영, 전문 유튜버들과의 질의응답, 각종 용어와 보안에 관련된 것까지 깊이 있게 훅 들어간다.
네 번째 강의에서는 필립 드 케메테의 <아빠는 접속 중>으로 인터넷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펭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 중독의 단점과 그것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다섯 번째 강의에서는 스티브 안토니의 <안녕 블립>(Unplugged)을 가지고 로봇 블립의 언플러그드 라이프(Unplugged Life)를 그리고 있다. 컴퓨터의 세상이 아닌 낯설지만 새로운 자연의 세상에서의 재미와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역시 미디어의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미디어 공부라면 나이 드신 분들도 걱정할 것 없어 보였다. 코로나 상황이 되고 우리의 삶의 방법은 놀랍도록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 온라인 세상은 내게는 간단했다. 포털을 열면 나오는 것을 보는 정도였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나와는 먼 세상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내 일이 되고 나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배우지 않으면 정체되는 것을 바로 느꼈고 따라가지 못하면 실의와 좌절, 남모른 우울을 경험해야 했다.
온라인 세상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 없도록
내가 일을 하는 주민지원센터에는 다양한 민원인들이 찾아온다. 민원실 한쪽에는 컴퓨터 두 대가 놓여 있다. 민원인들의 급한 서류 작업을 위해 준비된 것이지만 대부분은 비어 있다. 그런데 이곳 컴퓨터를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있다.
적어도 70은 훌쩍 넘으신 어르신 세 분이다. 그분들은 거의 매일 시간대를 달리해서 찾아오고 두세 시간 정도를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검색하거나 한글 문서를 만들거나 편집하고는 돌아가신다. 물론 돋보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시고, 두 손가락만 이용하는 독수리 타법이지만.
그분들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인 듯 앉고 컴퓨터를 사용하시다 일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신다. 그분들을 보며 내가 느끼는 것은 70이 넘은 어르신도 매일 인터넷의 정보가 필요하고 문서 작업이 필요한 세상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인터넷의 세상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간다. 민원서류 무인 발급기의 사용도 어려워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마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다니엘처럼. 주인공 다니엘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겪는 과정은 미지의 세계로의 접근이다. 이웃의 도움으로 간신히 인터넷 신청을 마친 다니엘의 상황은 내가 처음으로 키오스크 앞에서 느꼈던 혼돈과 같은 것이었고 충분히 공감이 된 장면이었다.
온라인 세상 앞에서 주저하는 또 다른 다니엘은 없을까. 특히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환경은 변화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르다. 필요를 느끼는 대상도 사용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전 국민에게 사용을 강요하는 것처럼 시스템이 재구조화되는 것 같다. 그런데 배움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니 나이 든 사람에게 배움은 더 두렵고 익숙하게 활용하는 것은 점점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를 들으며, 동화책을 가지고 안내하는 것처럼 쉽고 천천히 접근하도록 이끄는 기회가 어른들에게도 주어지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좌절하지도 실의에 빠질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느리지만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80대 어르신은, 뒤늦게 한글 공부를 하고 요리책을 내셨다고 했다. 이제는 세상을 훨훨 난다고 말씀하셨다. 미디어 세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글 자모의 획을 처음 긋는 것처럼 첫걸음을 잘 안내한다면, 어르신들도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세상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시작은 관심과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어른들에게도 동화책 같은 쉬운 접근이, 그런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시간이었다.
접근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를 했던 것 같다. 매일 글을 쓰고, 기사도 올렸다. 상담 과정을 온라인으로 수강했고 팟캐스트 방송도 시작했다. 내가 담당하는 지역의 평생학습을 위한 강좌도 처음 기획하고, 줌을 통해 강의를 실현하기도 했다.
참 쉽고 재밌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최근 도서관 겨울방학 특강 프로그램을 보고 겨울방학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초등학생들과 이제 초등학교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도 많이 기획되어 있었다.
그중, 초등학생들을 위한 겨울방학 미디어 특강에 도서관 측의 양해를 구해 참여한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아이들 대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라 비디오와 오디오를 끄고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강의 내내 아이들처럼 참여하고 싶어 손과 입이 근질근질했다.
큰 주제는 '책으로 배우는 미디어 리터러시'였다.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아이들이 따라가는 것이 신기했다. 초등학생들의 활발한 소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도서관의 프로그램답게 책을 가지고 미디어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각 차시마다 강의 주제에 맞는 동화책을 선정했고,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된 미디어 콘텐츠를 차례차례 배웠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강의 자체가 막연하게 궁금했지만 준비는 부족했다. 강의계획서를 미리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첫 강의이자 마지막 강의에 참여해야 했다.
첫 강의의 <그래, 책이야>에서는 미디어에 대해 알려주었다. 책과 인터넷 세상의 차이점을 몇 개의 문장으로 보여준다. 심지어 한 페이지 분량의 내용은 단 두 줄의 이모티콘으로 정리되는 마법도 보여준다. 참여하는 아이들은 신기해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조오오아!"
존 실버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 잘 해보는 거다?"
존 실버는 단검을 빼어 들며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하! 하! 하!"
짐은 겁에 질렸습니다. 이제 끝장이었습니다. 그때입니다. 멀리서 배가
나타났습니다! 짐은 얼굴에 미소가 넓게 번졌습니다.
▲ 레인 스미스, <그래, 책이야> 중미디어로서의 책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장면 ⓒ 장순심
존 실버 : ^o^! ㅇㅋ? ㅋㅋ
짐 : : Ⅽ ! :Ↄ
▲ 레인 스미스, <그래, 책이야>몽키가 소개하는 책의 한 페이지를 동키는 짧은 두 줄의 이모티콘으로 정리한다. ⓒ 장순심
강의가 끝나고 뒤늦게 강의계획서를 열어보았다. 관련 책 목록이 나왔고, 해당 차시에 배울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책에 관심이 생겨 바로 도서관의 책들을 검색해서 책을 모두 빌려 보았다.
▲ 박정섭, <감기 걸린 물고기> 중미디어의 속성인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 장순심
두 번째 강의의 그램책은 박정섭의 <감기 걸린 물고기>였다. 가짜뉴스에 대한 것이었다. 지나고 보면 너무도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우리는 쉽게 속는다. 미디어의 세상은 특히 그렇다. 상식적 판단이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토록 쉽게, 단순하게 알려주는 책이라니.
세 번째 강의의 그림책은 셰인 벌리의 <내가 하고 싶은 일, 유튜버>다. 유튜버의 세계를 낱낱이 보여준다. 초등 5, 6학년을 위한 강의로 기획된 것을 생각한다면, 본론 단계에 적합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유튜버와 관련된 기본 내용, 영상 촬영, 전문 유튜버들과의 질의응답, 각종 용어와 보안에 관련된 것까지 깊이 있게 훅 들어간다.
네 번째 강의에서는 필립 드 케메테의 <아빠는 접속 중>으로 인터넷 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펭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 중독의 단점과 그것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다섯 번째 강의에서는 스티브 안토니의 <안녕 블립>(Unplugged)을 가지고 로봇 블립의 언플러그드 라이프(Unplugged Life)를 그리고 있다. 컴퓨터의 세상이 아닌 낯설지만 새로운 자연의 세상에서의 재미와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역시 미디어의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미디어 공부라면 나이 드신 분들도 걱정할 것 없어 보였다. 코로나 상황이 되고 우리의 삶의 방법은 놀랍도록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 온라인 세상은 내게는 간단했다. 포털을 열면 나오는 것을 보는 정도였다.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나와는 먼 세상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내 일이 되고 나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배우지 않으면 정체되는 것을 바로 느꼈고 따라가지 못하면 실의와 좌절, 남모른 우울을 경험해야 했다.
온라인 세상 앞에서 주저하는 사람 없도록
▲ 미디어 세상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 elements.envato
내가 일을 하는 주민지원센터에는 다양한 민원인들이 찾아온다. 민원실 한쪽에는 컴퓨터 두 대가 놓여 있다. 민원인들의 급한 서류 작업을 위해 준비된 것이지만 대부분은 비어 있다. 그런데 이곳 컴퓨터를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이 있다.
적어도 70은 훌쩍 넘으신 어르신 세 분이다. 그분들은 거의 매일 시간대를 달리해서 찾아오고 두세 시간 정도를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검색하거나 한글 문서를 만들거나 편집하고는 돌아가신다. 물론 돋보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시고, 두 손가락만 이용하는 독수리 타법이지만.
그분들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인 듯 앉고 컴퓨터를 사용하시다 일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신다. 그분들을 보며 내가 느끼는 것은 70이 넘은 어르신도 매일 인터넷의 정보가 필요하고 문서 작업이 필요한 세상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인터넷의 세상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간다. 민원서류 무인 발급기의 사용도 어려워하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마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다니엘처럼. 주인공 다니엘이 실업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겪는 과정은 미지의 세계로의 접근이다. 이웃의 도움으로 간신히 인터넷 신청을 마친 다니엘의 상황은 내가 처음으로 키오스크 앞에서 느꼈던 혼돈과 같은 것이었고 충분히 공감이 된 장면이었다.
온라인 세상 앞에서 주저하는 또 다른 다니엘은 없을까. 특히 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환경은 변화의 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빠르다. 필요를 느끼는 대상도 사용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전 국민에게 사용을 강요하는 것처럼 시스템이 재구조화되는 것 같다. 그런데 배움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니 나이 든 사람에게 배움은 더 두렵고 익숙하게 활용하는 것은 점점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를 들으며, 동화책을 가지고 안내하는 것처럼 쉽고 천천히 접근하도록 이끄는 기회가 어른들에게도 주어지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접근하는 것처럼 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좌절하지도 실의에 빠질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느리지만 극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80대 어르신은, 뒤늦게 한글 공부를 하고 요리책을 내셨다고 했다. 이제는 세상을 훨훨 난다고 말씀하셨다. 미디어 세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글 자모의 획을 처음 긋는 것처럼 첫걸음을 잘 안내한다면, 어르신들도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세상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시작은 관심과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어른들에게도 동화책 같은 쉬운 접근이, 그런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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