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잃어 실망" 백종훈 대구 수성구의원 민주당 탈당
"무소속으로 의정활동 할 것"... 수성구의회, 여야 동수로 바뀌어
▲ 백종훈 대구 수성구의원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 수성구의회
백종훈 대구 수성구의원(고산동)이 1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지역에서 선출직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이 탈당한 것은 의외의 일이다.
백 의원은 탈당의 변을 통해 "제가 처음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의원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고마운 정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를 두려워하던 대구를 바꾸는데 미약하나마 힘이 되고 싶어 교편을 내려놓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게 됐다"며 "그 후 당시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치러진 대선에서 지금의 대통령이 당선됐고 민주당의 불모지였던 수성구의회에서도 현재의 국민의힘보다 한 석이 많은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가 좀 더 나아지겠지, 대한민국이 좀 더 살기 좋아지겠지'라는 믿음으로 민주당 당원이자 의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2년여를 지나오면서 바라본 민주당과 대통령은 처음 했었던 약속들을 잊어갔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취임 당시의 약속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을 비롯한 많은 사건·사고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 비판했다.
또 "정당과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고 사상 유례없는 분열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면서 국민을 갈라놨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또 "여성 인권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던 광역단체장들의 연이은 성범죄와 함께, 우리편 감싸기를 위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면수심'과 '아시타비'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로 당 지도부에 바른 소리를 전달하고 문제를 지적했던 소장파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 다양성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친문이니 비문이니 하면서 라인과 계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회를 주지 않는 민주당은 더 이상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고산지역 주민들과 수성구민들에게 어떻게 봉사해야할지 고민해 보겠다"면서 "향후 저의 거취도 주민들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머물렀던 민주당과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국민들과 대구시민들에게 사랑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무거운 소식으로 인사드려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하다"고 끝을 맺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정치적 스승이자 멘토"
백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지나 촛불정부가 만들어졌는데 촛불정부는 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선택했던 민주당에 실망했다는 것이지 다른 당의 주장이 맞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부겸 전 의원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는데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 직접 찾아 뵙고 말씀드리기 어려워 편지를 보내 제 심정을 밝혔다"면서 "김 전 의원은 제가 모시는 정치적 스승이자 멘토"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의원님은 탈당하더라도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무소속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민주당 의원들과의 관계회복에도 노력하겠다. 지역민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대구 영신고와 고려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15년 김부겸 전 의원의 권유를 받아 정치에 입문했다.
백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수성구의회는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넘었지만 국민의힘과 의원 수가 같게 됐다. 수성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9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정당 의석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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