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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까지 고기 뜯는 먹방...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방송사마다 포장만 다른 먹방이 지천... 좀 덜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등록|2021.01.28 16:49 수정|2021.09.02 20:12
어제 먹은 것을 떠올려 보았다. 아침은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시래기 된장찌개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었다. 점심은 국수를 삶아 비빔국수와 잔치국수를 먹었고, 저녁은 돼지 앞다리살을 김치와 같이 팬에 구워 네 가족이 함께 먹었다. 소박하고 간단한 식사지만 식탁은 즐거웠다.
 

▲ 나로서는?상상도 못할 두께의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먹는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 MBC


식사를 하며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매주 시청하다시피 하는 MBC의 <놀면 뭐하니?>였다. 이날 방송의 콘셉트는 '밥 한번 먹자'였다. '코로나 끝나면 밥 한번 먹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니 온라인으로라도 밥 한 끼 같이 먹자는 취지의 방송이었다.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두께의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토막'호크 스테이크로 만들어 먹는 등 방송 시간 내내 말도 안 되는 요리들의 '먹방 라이브'가 진행되었다. 그 장면을 무려 5만 명이 접속해 같이 먹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식사 이전에는 최근 새로 시작된 MBC의 <볼 빨간 신선놀음>의 재방송을 시청했다. 까다로운 입맛의 신선들을 만족시킬 저 세상 레시피를 찾는 프로그램이었다. 기상천외한 레시피와 요리 고수를 찾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방송 내내 본 것은 4명의 '신선 MC 군단'이 이것저것 먹는 장면이었다. 또 다른 종류의 먹방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먹방이 걱정스러운 건 나뿐일까

하나는 대놓고 먹망을 표방했고 다른 하나는 먹방은 아니지만 결국 먹방이었다. 요즘 TV를 틀면 수많은 요리의 향연과 이어서 먹방이 펼쳐진다. 편의점에 출시된다며 음식으로 경쟁하는 프로그램도 결국은 선택받는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내기 위해 출연자들이 가족, 친지들과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과정을 왁자하게 보여준다. 경연 당일은 심사위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화려한 재료들과 퍼포먼스의 결과인 음식을 선보이고 시청자들은 그들이 먹는 것을 시청한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런 먹방을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모든 방송에서 이렇게 계속 먹어도 되는 걸까. 누구는 그 방송을 보며 새로운 레시피를 얻고, 또 누구는 대리만족을 느낀다지만,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을까. 상실이나 외로움, 또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까.

지난해 한 방송에서 지구의 온도 1.5도에 대해 듣고 난 이후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느끼며 산다. 쓰레기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난 이후로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배출되는 양에 신경을 쓴다. 중고가게가 흔하다는 핀란드에 관한 책을 읽고 난 이후로 내가 입는 옷을 점검한다.

이후 미미하지만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배달을 지양하고 가능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버려지는 쓰레기가 없도록 음식물의 양에 신경을 쓴다. 먹을 만큼만 하고,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사려고 노력한다. 내일, 모레, 혹은 언젠가 먹으려고 음식을 사두지 않으려고 애쓴다. 무엇보다 밥상에 차려지는 음식의 양을 조절하려고 한다. 격식에 맞게 그럴듯하게 풍성하게, 그런 생각은 버리는 중이다.

작년에 비해 의류를 구매하는 횟수도 급격히 줄었다. 그래도 마음이 썩 편치는 않다. 더는, 혹은 아주 사지 않는 것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도 줄이려고 노력한다. 분리수거도 신경 쓴다. 분리수거가 가능한 것과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하는 것을 되도록 정확히 지키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먹방이 영 신경이 쓰인다. 저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 걸까. 한 사람이 에너지원으로 먹어야 하는 양을 초과해서 먹는 것, 그것을 오락이나 돈벌이로 삼는 것, 그것을 보며 대리 만족하거나 즐기는 것이, 그런 채널이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 자꾸 의문이 든다.

지구는 날마다 병들어 간다는데, 그게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또는 육식을 하기 때문이라는데 저렇게 먹어도 되는 건가. 방송이 지나치게 먹는 것을 권장하는 것은 아닌가.

방송을 보며 불편하다고 느낀 또 하나는 부엌의 환경이다. 사실 우리네 부엌은 tvN <신박한 정리>에 나온, 정리되기 이전의 부엌과 매우 닮았다. 그런데 먹방에 나오는 방송엔 다른 것이 있다. 그들의 부엌에 있는 수많은 종류의 양념이나 소스, 화려한 부재료가 우리 집엔 거의 없다.

지난 1년간 절제하며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집 부엌이 정리된다면 아마도 양념은 한쪽 구석에 나란히 놓일 몇 가지로 끝날 것이다. 방송에서 보이는 소스의 태반은 내가 이름도 모르는 것들이다. 비싸고 고급 재료라는 트러플은 한 번도 사본 적도 사용해 본 적도 없다. 자랑도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냉장고 속 환경도 우리 집과 많이 다르다. 김치 냉장고 사망 이후 하나의 냉장고로 생활하는 우리 집 냉장고는 그 안이 훤하다. 과일은 베란다에 놓고 먹을 수 있는 만큼만 그때그때 사 온다.

올해는 김장도 하지 않았다. 김치 냉장고가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김치가 떨어질 즈음에 한 가지씩 담근다. 채소 도매시장을 가면 사계절 채소가 넘친다. 김장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으로 깍두기도 겉절이도 총각김치도 담근다.

지구 온도의 상승, 방송국도 좀 걱정해줬으면 

코로나19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 환경과 코로나의 상관관계도 입증된 바 없다. 다만, 지구의 환경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영화 <컨테이젼>은 코로나19를 미리 경고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은 물론이고 확산 속도, 감염 경로, 사람들에게 닥친 혼란까지 지금의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서 보여주었다.

2011년의 영화가 2020년의 현실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그릴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지구의 환경이 변하는 흐름을 따라가면 감독의 눈에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의 바이러스 'MEV-1'은 동물을 통한 감염이었지만, 그 이전에 무분별한 난개발과 환경파괴의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네이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갈 때 식량 문제로 고통받는 인구가 3500만 명이고 2도가 올라갈 때 6200만 명, 3도는 18억 1700만 명이라고 한다. 환경 파괴는 기후 위기를 부르고 기후 위기는 식량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100년 전보다 1도 상승했다. 이제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지나치게 먹지 않기 위해, 과식을 부르는 먹방은 이제라도 그만 보여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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