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촛불 든 청년들 "7년 됐는데 세월호 진상규명 외칠지 몰랐다"
[현장]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이행' 촉구 촛불피케팅... 30일까지 매일 진행
▲ 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사진 속 좌측이 조형우씨, 우측이 안창준씨다. ⓒ 김종훈
"다들 먹고 살기 힘들고, 생활이 어려워 (세월호에 대해) 관심이 멀어진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상규명을 외치는 목소리까지 폄하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유가족들과 같이 하지는 못할망정 폄하하는 건 정말로 아닌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
25일 저녁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푸르메센터 앞에서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라는 피켓과 함께 LED촛불을 든 스물한살 청년 조형우씨가 <오마이뉴스>를 만나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라며 한 말이다.
이날 이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약속이행 응답을 촉구하는 촛불피케팅'에 참석해 6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들 중에는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있었다.
▲ 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 김종훈
유 위원장은 <오마이뉴스>를 만나 "어떻게 하면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책임지고 해내게 만들지 참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다시 촛불을 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정부가 경각심을 갖지 않을까, 다시 촛불 정신을 갖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할 수 없어 촛불을 꺼내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촉발된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정부 아니냐"면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차례 진상규명을 말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않으니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이렇게 촛불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분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이렇게 촛불을 다시 드는 걸 못마땅해 한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런 반응이 실제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와서 들어봐 달라는 거다."
유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하나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다"면서 "그 시간이 박근혜 정부에서 싸운 것보다 이제는 훨씬 더 길어졌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답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 말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 및 당대표 시절부터 수차례에 걸쳐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짐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14년 8월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열흘 동안 곡기를 끊은 적도 있다.
노란리본에 전구 단 경빈 엄마 "이렇게라도 해야 청와대에서 볼 것 아닌가"
▲ 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 김종훈
지난 2019년 11월 13일부터 440일째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는 경빈엄마 전인숙씨 역시 이날 촛불피케팅에 전구를 단 노란리본을 들고 동참했다.
전씨는 "촛불로 들어선 정부에서 다시 촛불을 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촛불을 든 것은 대통령을 욕하자는 게 아니라 진상규명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듣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기무사와 국정원의 사찰 증거가 명백한데도 특수단이 무혐의 처리했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대통령뿐이지 않느냐. 오늘 세월호 리본에 노란 전구를 달았다. 이렇게 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25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특수단 수사결과는 사실 다 이해가 안 되지만, 특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인정되나 기소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제가 스스로 (수사 경과를) 볼 수 있다면 기록까지 검토하고, 거기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검찰 특수단은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및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 의혹 등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2건만 기소하고 13건을 무혐의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특수단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2014년 당시 국정원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부분'에 대해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미행·도청·해킹·언론유포 등 구체적인 권리침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 김종훈
이날 함께 촛불을 든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는 제대로 하산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하산을 할 때는 미진했던 점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다, 없는 건 할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고 지지한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촛불피케팅은 오는 30일까지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청와대 앞 분수광장 및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건너편 푸르메센터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촛불피케팅을 준비했지만, '감염병 확산'을 우려한 경찰의 통제로 두 곳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