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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가 탱크로, 화학비료가 화약이 된 농업기술

먹거리와 농업을 통해 본 현대 문명의 그림자 '전쟁과 농업'

등록|2021.02.01 11:47 수정|2021.02.01 11:47
지하에 매장된 석탄을 채굴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기차의 발명은 농업의 형태를 크게 바꿔놓았다. 여러 마리의 소와 말이 끌던 쟁기를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쟁기가 개발되었다. 그리고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달리는 무렵에 쇠바퀴를 단 최초의 트랙터가 개발되었다.

트랙터의 개발과 생산에는 농기계 회사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던 포드,벤츠,도요타등의 거대 자동차회사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20세기의 시작은 농업의 판도를 바꾼 트랙터와 같은 기계화된 농기계의 등장이었다. 큰 농지를 농기계가 대신하면서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진 농업은 세계인구를 늘어나게 하는 식량증산의 원동력이 되었다.

인구증가를 불러온 농업기술
 

▲ 전쟁과 농업 ⓒ 따비


<전쟁과 농업>은 농기계의 발달이 가져온 농업의 변화가 전쟁에 끼친 영향과 현재의 먹거리체계를 변화시킨 과정을 암울하게 밝히고 있다.

애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모양의 캐터필러(caterpillar)의 무한궤도 트랙터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탱크개발에 응용되었다.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기술로 만들어진 화학비료 공장은 전쟁을 참혹한 살육전으로 바꾼 대량살상 무기를 만드는 화약을 생산하였다.

일제강점기때, 일본은 북한(당시 조선)의 함흥에 수력발전소와 비료공장를 건설하여 생산한 전기로 화학비료와 화약을 만들었다.
 
'민간 기술을 군사 기술로 전용하는 것을 '스핀온spin-on'이라고 하는데요. 요컨대 트랙터가 스핀온을 거쳐 탱크로 변신한 것입니다. 내연기관과 캐터필러가 장착되어 있고 평평하지 않은 지형, 즉 부정지(不整地)에 특화된 것이 트랙터인데, 그 기술이 군사 기술로 쓰이기에 매우 적절했던 것입니다. 트랙터는 말하자면 '탱크의 어머니'인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전쟁에 쓰였던 살상용 독가스는 1차 세계전쟁에서 그 참혹함 때문에 전쟁 종식 후에 국제조약으로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대량으로 만들어져 남아있던 독가스는 농업용으로 전용되어 해충을 죽이는 살충제로 변신하였다. 신경을 마비시켜 죽이는 살충제는 농업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도시의 가로수에도 살포되었다.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카슨은 <침묵의 봄>을 출간하면서 화학농약이 인간의 건강과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

농업기업이 지배하는 식량의 무기화
 

▲ 농업의 양상을 크게 바꾼 트랙터 ⓒ 오창균


위험성이 알려지기 전까지 전쟁에서도 사용되었던 DDT(살충제), 고엽제(제초제)는 민간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가 중단된 화학물질이다. 그것을 생산했던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은 인체와 환경파괴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그 기술을 농업에 활용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화학농약과 비료생산에 이어서 종자(씨앗) 산업까지 진출하여 현재는 유전자를 조작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종자의 특허로 세계 농업시장을 두고 경쟁한다.
 
'세계 농업의 운명을 쥔  바이오화학 기업인 몬산토는 유전자조작 작물의 종자 90퍼센트를 쥐고 기아 박멸을 기치로 내걸고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 조지 부시 부자(父子)는 물론이고 수십 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 기업에 찬사를 보내며 아낌없이 협력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20세기 이후로 전쟁과 정치가 식량을 산업화하고 독점하는 기업에 의해 변질된 밑바탕에는 효율과 생산성을 강조한 자본과 그것을 밑받침하는 농업의 구조가 있었다. 인간의 식문화를 풍요롭게 해야 할 농업기술의 발전은 갈등과 분쟁을 불러왔고, 포식과 기아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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