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차우찬의 재계약이 유희관과 이용찬에 미칠 영향

[KBO리그] 계약금 없이 인센티브 강화, 남은 미계약 선수는 2명

등록|2021.02.03 18:12 수정|2021.02.03 18:12
스프링 캠프가 시작된 이후, 아직 캠프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의 계약 소식이 여전히 들려오고 있다. 아직 FA 시장에 남아있던 선수 3명 중 한 선수의 계약 소식이 3일 들려왔다.

LG 트윈스는 이날 구단 발표를 통해 프리에이전트(이하 FA) 선수인 차우찬과 2년 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렸다. 다만 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지급되는 별도의 계약금은 없으며, 보장되는 금액은 매년 3억 원의 연봉으로 도합 6억 원만 보장된다.

대신 매년 7억 원의 인센티브가 걸렸다. 경기 출전 횟수와 성적에 비례하여 챙길 수 있는 인센티브는 2년 도합 14억 원으로, 차우찬이 인센티브를 모두 챙길 경우 최대 20억 원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전반기만 등판, 부상으로 인한 연봉 대폭 삭감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여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이런 형태의 계약은 대개 부상 등으로 인해 꾸준한 활약을 장담하기 어려운 선수들의 사례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에 난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LG와 첫 FA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에는 4년 도합 95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4년 동안 99경기에 출전하여 572이닝을 던졌고, 40승 30패 평균 자책점 4.6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4년의 성적을 뜯어보면 시즌마다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G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7년에는 28경기 175.2이닝을 던지면서 10승 7패 평균 자책점 3.43에 157탈삼진을 기록했다. 다승 부문에서 10승으로 아쉽기는 했지만 다른 지표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차우찬은 영 좋지 않은 쪽으로 반전을 보였다. 29경기 170이닝을 던지면서 12승 10패를 기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몸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평균 자책점이 2017년 3.43에서 2018년 6.09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실점 및 자책점 부문에서 무려 119실점 115자책으로 리그 최다 실점 투수의 불명예를 떠안은 것이다.

2019년에는 29경기 168.1이닝 13승 8패 124탈삼진 평균 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2018년 최다 실점 선발투수의 굴욕을 경험했던 것을 감안하면 나름 많이 좋아진 성적이었고, 2019년까지만 해도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개막이 6주 정도 늦춰졌고, 이로 인해 선수들이 컨디션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3월 말 개막에 맞춰 일정 투구수를 던질 수 있을 만큼 몸 상태를 맞춰야 하는 선발투수들의 어려움이 컸다.

스프링 캠프 종료 후 시범경기가 취소되면서 선발투수들은 투구수를 늘리는 훈련을 잠시 멈춰야 했다. 이 과정으로 인해 리듬이 깨져 2020년 시즌 성적에 영향을 받았던 투수들이 있었을 정도였고, 부상 우려도 있었다.

차우찬 역시 컨디션에 영향을 미쳤고, 7월 2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등판했다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이 날 경기에서 타자 1명만 상대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차우찬은 포스트 시즌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시즌 아웃 되었다. 전반기 13경기 64이닝 5승 5패 평균 자책점 5.34의 성적보다도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컸다.

보장 금액 6억 원, 인센티브 14억 원의 의미

선수의 입장에서는 FA 시장에 다시 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끝낸 것이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보통 FA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마지막 시즌의 성적인데, 성적을 내기 위한 몸 상태가 불안하면 새로운 계약을 따 내기 힘들다.

이로 인해 차우찬의 계약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2021년 개막에 맞춰 마운드에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 할 수 없는 상황. 선수 입장에서는 일단 계약을 한 뒤 운동에 집중해야 했고, 팀의 입장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해야 했다.

보통 FA 계약에는 일정한 시기에 지급되는 연봉과 인센티브 외에도 계약금이 있다. 그러나 이번 차우찬의 계약에는 계약금은 없고 인센티브의 비중이 상당히 많다.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어깨의 상태가 불안하기 때문에 경기에 출전했을 경우 조건부로 지급하는 금액을 최대한 늘린 것이다.

투수들의 계약에 인센티브가 붙게 되면, 대개 경기 출전 횟수와 이닝에 따라 인센티브가 비례하게 된다. 일정 경기 수를 넘기거나 일정 이닝을 넘기면 챙길 수 있는 인센티브가 추가되는 방식으로 여러 단계의 기준점을 설정한다.

일단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차우찬은 예방 차원으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했으며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LG 1군 캠프는 2군 경기장인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리고 있는데, 차우찬이 바로 1군의 훈련 프로그램을 맞출 수 있을지는 몸 상태를 확인한 다음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재활 중인 차우찬이 1군 투수들의 기본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맞출 수 있으면 그대로 이천에서 훈련하면 된다. 그러나 만일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면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로부터 별도의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다행히 김용일 코치는 이전에 어깨 수술 이력이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전담 트레이닝 코치를 맡은 적이 있다.

부진에 에이징 커브까지... 계약이 쉽지 않은 유희관

은퇴를 선언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제 FA 시장에는 2명의 투수만 미계약 선수로 남았다. 왼손 투수 유희관과 오른손 투수 이용찬만 남은 것이다. 두 선수 모두 나이나 성적 저하 또는 부상 우려로 인하여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

유희관은 두산 베어스 출신 역대 왼손 투수들 중 97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베어스 출신으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투수는 유희관이 처음일 정도로 그 동안 유희관이 두산에 기여한 바는 크다.

그러나 유희관은 최근 성적의 하락이 가장 큰 불안 요소다. 안 그래도 다른 투수들에 비해 공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공의 회전이 조금만 밋밋해지거나 제구가 조금만 흔들려도 상대 팀 타자들에게 치명타를 맞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유희관은 매년 피안타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188.2이닝(4위)을 던진 2017년에는 무려 228피안타를 허용한 적도 있었는데, 실점 및 자책점 부문에서도 104실점 95자책으로 이 부문 2위를 기록한 시즌이었다. 던진 이닝이 많아서 평균 자책점이 4.53이었을 정도다.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매년 꾸준히 풀 타임 시즌을 보내긴 했다. 그러나 2018년 평균 자책점이 무려 6.70에 달했고, 2019년에는 3.25를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다시 5.02를 기록하는 등 평균 자책점에서 그 기복이 심했다.

유희관이 계약을 빨리 끝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는 최근 성적의 하락세를 들 수 있다. 2020년에도 27경기에 등판하긴 했는데, 2019년 166.1이닝에서 2020년 136.1이닝으로 그 역량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2020년 포스트 시즌에서는 선발로 한 번 등판했다가 1회가 끝나기도 전에 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거기에 만 34세(1986년 생)의 적지 않은 나이가 2020년 성적 하락과 더불어 계약이 지연되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FA 시장에서는 아직 만 35세가 되지 않아서 A등급을 받았지만, 에이징 커브가 드러난 모습으로 인해 유희관의 향후 진로에는 의문 부호가 붙게 됐다.

FA를 앞두고 토미 존 서저리, 이용찬의 계약도 무소식

이용찬은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는 것이 계약이 늦어지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2020년 5경기만 등판한 뒤(26.2이닝 1승 3패 평균 자책점 8.44) 팔꿈치 인대 수술(이하 토미 존 서저리)로 인해 시즌 아웃 되었다.

만 32세(1989년 생)의 다소 애매한 나이인데 토미 존 서저리로 인해 아직 재활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용찬은 FA 시장에 나왔다. 2019년 프리미어 12 참가 등의 국가대표 등록일수가 반영되면서 FA 자격을 얻기 위한 서비스 타임을 채웠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여름에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갔기 때문에 재활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용찬은 빠르면 5월이나 6월에 복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이용하던 트레이닝 센터의 이용도 힘들었고, 추운 국내에서 이뤄지는 캠프에서 재활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유희관과 이용찬의 원 소속 팀이었던 두산의 입장에서는 차우찬과 마찬가지로 계약을 쉽게 진행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센티브 비중이 큰 차우찬의 계약 소식은 남은 두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일 유희관과 이용찬의 몸이 건강하다면, 시즌 중 최대한 빠르게 전력에 합류하여 경기 결과로 보여주면 된다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다. 만일 출전 경기가 줄어들 경우에 대비하여 최대한 손해를 적게 보는 금액을 보전하고, 경기에 출전 할 수 있게 된다면 추후 인센티브로 더 주면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두산은 최근 재정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천의 베어스 파크를 매각한 뒤 임대 형식으로 이용하는 상태다. 이번 FA 시장에서 투자한 금액들도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활용한 것인 만큼 금전적인 손해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일단 두산은 유희관과 이용찬 두 선수와 여전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보장된 금액을 최대한 늘리고 싶겠지만, 두산그룹의 사정이 그렇게까지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차우찬의 계약 소식이 유희관과 이용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