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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자의 건강을 찾기 위한 여정은 계속됩니다

[잃어버린 '건강'을 찾습니다] 플랫폼 노동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 후기

등록|2021.02.08 13:47 수정|2021.02.08 13:47
‘플랫폼(platform) 노동’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력이 거래되는 근로 형태를 말하는데요. 모바일 시장 확대와 코로나19 사태로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로 환경이 열악하여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윤진하 교수 연구팀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관리 체계를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플랫폼 노동건강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을 진행합니다. 더불어 기획 연재 ‘잃어버린 건강을 찾습니다’로,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기자말]
전문가의 아이디어, 시민의 목소리가 만나는 '아이디어톤 본행사'

지난 1월 20일(수) 연세대 백양누리홀에서 아이디어톤 본 행사에 참여하는 참여자(전문가)와 주요 스태프가 모였습니다. 보통 24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논의하고 결과물을 도출하는 해커톤 형식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디어톤은 오전 9시 30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를 꼬박 보내며 전문가의 아이디어에 현장과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 제안으로 숙성하는 날입니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이 시작되자마자 비대면으로 참여하는 온라인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 아이디어톤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되었다. ⓒ 연세대 윤진하 교수 연구진


아이디어톤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1부 아이디어톤이 열린 것을 축하하는 여러 메시지와 행사의 취지를 알리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참여자들은 사전행사에서 꾸려진 팀 안에서 일주일간 플랫폼을 활용해 비동기로 협업하며 아이디어의 윤곽을 그려냈지요. 그렇게 초안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플랫폼 노동자 당사자와 그들의 건강체계 개선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1차 발표 내용은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플랫폼 노동자(라이더, 가사관리사, 대리기사)로 구성된 자문단과 보건, 심리, 노동법, 기술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서포터즈가 참여자들의 아이디어에 현장의 목소리가 잘 담겼는지 학술적인 근거가 탄탄하게 마련됐는지 피드백을 주며 아이디어가 발전하는 데 함께하기 때문이죠.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포터즈의 코멘트를 받고 있는 팀, 온라인 참가자와 비대면으로 소통하며 최종 발표자료를 다듬고 있는 팀, 발표를 들으며 신중하게 자문지를 써내려가는 자문단, 아이디어톤이 열리는 행사장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전체 참가자 ⓒ 연세대 윤진하 교수 연구진


점심을 먹은 후 시작된 2부, 예정했던 2차 발표는 1차 발표를 중계하는 것으로 갈음하고 각 팀은 오전에 받은 피드백을 다듬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2부에서 흥미로웠던 순서는 줌 화상회의로 각 팀이 온라인 참가자를 만나는 시간이었는데요. 같은 장소에서 팀을 직접 마주하며 참여하지 못하지만 각 팀의 아이디어에 응원과 힘을 보태고자 모습을 드러낸 온라인 참가자들이 팀과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각 팀의 발표를 들은 온라인 참가자가 마음에 드는 팀의 줌에 입장하여 간단한 자기 소개와 함께 발표 내용이 어땠는지 코멘트를 남깁니다. 발표에서 듣지 못했던 부분에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역으로 각 팀도 온라인 참가자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각 팀에서 어떤 제안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셨죠? 수상내역과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수상내역과 팀별 제안
 

▲ 유튜브로 발표를 듣는 시민들이 빠띠 타운홀(townhall.kr)로 투표하면 실시간으로 점수가 집계되고, 시민들이 투표한 결과과 현황판에서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온라인 시청자의 코멘트까지 다각도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추가 개선 작업을 진행한 후 최종 발표가 시작됐습니다. 최종 발표가 끝나고 행사의 꽃인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이번 아이디어톤에서는 시민들과 전문 심사단으로부터 받은 점수를 배합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팀이 '노동존중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됩니다. 플랫폼 노동자와 시민들은 실시간 의사결정 플랫폼 '빠띠 타운홀'을 이용해 우수 제안에 투표를 했는데요.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학술상-3팀, 현장상-4팀, 노동존중상-2팀, 플랫폼노동자상-1팀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학술상] 3팀 '공간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지원 및 연계 체계 구축'
학술상은 학술적으로 유의미한 제안에 수여 하는 상입니다. 3팀의 제안은 이동 노동자 쉼터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기존에 마련된 자원을 한곳에 모으고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전문가 연계 상담, 건강관리 프로그램 전달, 안전 및 산재 교육 등을 실제로 이동 노동자들의 쉬는 곳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사회적 관심을 얻기 위해 플랫폼 소비자들과 함께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휴식 쉼터를 제공하는 캠페인도 제안했습니다. 노동자 건강검진을 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현장상] 4팀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안전기능 강화 방안'
현장상은 가장 현장에 잘 적용할 수 있고 혁신적인 제안에 수여 하는 상입니다. 4팀의 제안은 앱과 연동 가능한 Open-API 개발하여 이동 노동자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사용하는 플랫폼이면 어디에서든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배달, 차량 공유, 이동 서비스, 가사 관리사 등 플랫폼 노동자는 기존의 법과 보호 관리 방법 적용 한계가 있음을 명확하게 꼽았습니다. 구축된 앱에서는 플랫폼 노동자가 온라인 기반 교육, 정보 전달체계 구축, 휴식 계산, 차량 정비 알림을 받을 수 있고, 플랫폼 사업주에게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Open-API 개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상] 1팀 '플랫폼을 위한 노동자에서 노동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플랫폼 노동자상은 플랫폼 노동자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히 전달하고 노동자 중심으로 사고한 제안에 수여 하는 상입니다. 1팀은 '플랫폼 노동자 온라인 마당 제작 앱'으로 새로운 직종의 노동자가 생길 때마다 직종을 추가하고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했습니다. 해당 앱에서는 노동자들의 주요 이슈에 대한 정보, 상담, 금융 지원, 커뮤니티 등이 제공됩니다. 무엇보다 플랫폼 노동자가 접근하기 쉽고, 그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하여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노동존중상] 2팀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향상과 안전 강화 방안'
노동존중상은 플랫폼 노동자의 현재 위치를 진단하고 앞으로 서야 할 곳을 제언하며 플랫폼 노동의 전체 시스템을 조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한 팀에게 수여 하는 상입니다. 가장 높은 점수와 응원을 받은 2팀은 특히 코로나로 수입이 많이 감소하고 플랫폼 산업에서도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대리운전 기사에 집중해서 접근했습니다. 크게 건강, 안전, 인프라 세 분야로 나뉘어 예방 중심의 건강 증진 활동, ICT 기술을 접목해 안전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대리운전 쉼터를 방문하고 현안에 대해 다각적으로 바라보며 총체적으로 접근한 점이 매우 우수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됩니다

여러분의 성원과 협업 없이는 이렇게 의미있는 성과를 맺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경중없이 16명의 전문가, 10명의 서포터즈와 자문단 그리고 비대면으로 참여한 수많은 시민들이 네 가지 아이디어를 같이 만들어 낸 것이죠. 이번 아이디어톤에서는 빠띠가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축소판 같았습니다. 현안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와 사회에 많은 구성원이 모여 집단지성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증명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더 많이, 더 자주 열릴 수 있도록, 더 나아가 시스템으로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활동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체계 개선을 위한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올해 첫걸음을 내디딘 아이디어톤이 정책과 실제 사례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플랫폼 노동건강 아이디어톤 사전행사(사전 OT)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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