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중국 정부
[중국과 유가사상 ⑤] 소송과 교육
중국인들이 개인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매년 발표하는 통계연감에 따르면, 소송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중 민사와 행정소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법원에 접수된 형·민사와 행정소송 총 건수는 2009년 668만 8963건에서 2019년 1543만 9600건으로 증가해 130%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 중 민사소송은 같은 기간 580만 144건에서 1385만 2052건으로 증가해 139%의 증가율을 보였고, 이어 행정소송은 같은 기간 12만 312건에서 27만 9574건으로 증가해 132%의 증가율을 보였다. 형사소송은 2009년 76만 8507건에서 2019년 129만3911건으로 증가해 78%의 증가율로 집계됐다.
민사소송의 내용으로는 계약과 사무관리, 부당이득을 둘러싼 다툼이 1385만 2052건 중 916만 4560건으로 66%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 결혼과 상속을 둘러싼 다툼이 183만 6638건으로 13%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행정소송의 내용으로는 도시 건설을 둘러싼 다툼이 27만 9574건 중 4만 5626건으로 1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토지 등 자원을 둘러싼 다툼이 3만 506건으로 11%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권리의 제한
하지만 중국 정부는 소송을 통해서 개인의 권리를 찾으려는 중국인들의 욕망에 역행하며 비(非)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2019년에 발표한 중국 인민법원 다섯 번째 5년(2019~2023년)개혁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을 앞세워 소송의 증가량을 근원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해당 5년(2019~2023) 개혁은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비준을 받은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이에 따라 비소송 서비스 센터를 전국 각 지역의 인민법원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비소송 서비스 센터는 그동안 인민법원 내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비소송 분쟁해결 업무를 일원화하고 변호사들이 별도로 진행했던 비소송 분쟁해결 업무를 내재화했다. 현재는 시(市)와 현(縣)단위는 물론이고 향(鄕)과 촌(村)단위에까지 설치를 확장하고 있다.
비소송 서비스 센터에서는 소송 당사자와 판사, 변호사는 물론이고 관련 향현(鄕賢·마을의 어진 사람)과 지역의 인민조정원이 협의함으로써 비소송 분쟁 해결을 시도한다. 만약에 소송 당사자가 합의에 도달할 경우 그 내용을 공증하고 바로 이행토록 한다.
원칙적으로는 소송 당사자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비소송 분쟁 해결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비소송 분쟁해결을 진행하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분위기다.
소송의 근원적 처리
중국 정부가 이렇듯 중국인들이 원하는 것과 반대로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유가사상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중국 정부가 소송을 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내세운 과거의 경험과 여기에 적용되었다고 하는 모델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 정부가 내세운 과거의 경험은 펑치아오(楓橋) 진(鎭)의 사례다. 펑치아오진의 사례란 60년대 초 중국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시 주지(諸墍)현(현재는 주지시) 펑치아오진에서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인민들이 '소사(小事)는 촌을 벗어나지 않고 대사(大事)는 진을 벗어나지 않으며 아래에서 일어난 모순은 위로 전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풀어버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말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 주석이었던 마오쩌둥(毛澤東)이 1963년에 펑치아오진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지역에서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이 일은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적용된 모델이 '소송의 근원적 처리'라고 말한다. 소송의 근원을 분쟁이라고 했을 때 '소송의 근원적 처리'는 곧 분쟁의 처리가 된다. 분쟁을 처리해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쟁을 처리해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가사상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송에 대한 유가사상가들의 생각은 공자가 노(魯)나라에서 대사구(大司寇, 오늘날의 대법관) 지위에 있었을 당시 했다고 여겨지는 다음의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소송을 심리한다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다. 반드시 소송 그 자체를 없애야 한다.'
중국 남송(南宋)의 유가사상가 주자는 이 말에 단 주(注)에서 어떻게 소송 그 자체를 없앨 수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주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송을 심리한다는 것은 지엽을 다스리고 끝을 막는 것이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시작을 깨끗하게 하면 소송 그 자체가 없어진다.' 여기서 '지엽을 다스리고 끝을 막는 것'이란 개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다가 생기는 분쟁을 막는 것을 말한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시작을 깨끗하게 하다'라는 것은 애초에 개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하여 분쟁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개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유가사상은 정부가 나서거나 민간인 중에서 예(禮)에 박식한 어른이 나서서 예를 가르침으로써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예는 인간을 관계적으로 보고 인간관계를 수직·종속적으로 설정한다. 따라서 예를 가르치면 소수의 개인들은 권리만 누리고 다수의 개인들은 의무만 지게 되어 개개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된다.
회의적인 목소리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중국인들은 대체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송을 준비 중인 중국인 S씨는 중국 정부의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에 대해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작은 분쟁은 비(非)소송으로 해결할 용의가 있지만 큰 분쟁은 비(非)소송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라며 회의적인 뜻을 내비쳤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에 대해서 '소송을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소송을 해야 한다. 분쟁을 두루뭉술하게 해결하면 안 된다'라며 '각자가 법에 밝고 법을 통해서 정당한 이익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법치사회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법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열두 가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다.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이 순전히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덜고 사회적 갈등의 증폭을 막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국가의 사상을 주입시키거나 예를 가르쳐서 분쟁을 없애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협의를 하는데 있어서 향현과 인민조정원을 참여시키는 것은 예를 가르쳐서 분쟁을 없애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소송을 미연에 방지하기보다 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그 과정을 수월하게 하여 소송을 부담 없이 진행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의 권리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법원에 접수된 형·민사와 행정소송 총 건수는 2009년 668만 8963건에서 2019년 1543만 9600건으로 증가해 130%의 증가율을 보였다.
민사소송의 내용으로는 계약과 사무관리, 부당이득을 둘러싼 다툼이 1385만 2052건 중 916만 4560건으로 66%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 결혼과 상속을 둘러싼 다툼이 183만 6638건으로 13%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행정소송의 내용으로는 도시 건설을 둘러싼 다툼이 27만 9574건 중 4만 5626건으로 1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토지 등 자원을 둘러싼 다툼이 3만 506건으로 11%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권리의 제한
하지만 중국 정부는 소송을 통해서 개인의 권리를 찾으려는 중국인들의 욕망에 역행하며 비(非)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2019년에 발표한 중국 인민법원 다섯 번째 5년(2019~2023년)개혁의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을 앞세워 소송의 증가량을 근원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이다. 해당 5년(2019~2023) 개혁은 중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비준을 받은 것이다.
최고인민법원은 이에 따라 비소송 서비스 센터를 전국 각 지역의 인민법원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비소송 서비스 센터는 그동안 인민법원 내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비소송 분쟁해결 업무를 일원화하고 변호사들이 별도로 진행했던 비소송 분쟁해결 업무를 내재화했다. 현재는 시(市)와 현(縣)단위는 물론이고 향(鄕)과 촌(村)단위에까지 설치를 확장하고 있다.
비소송 서비스 센터에서는 소송 당사자와 판사, 변호사는 물론이고 관련 향현(鄕賢·마을의 어진 사람)과 지역의 인민조정원이 협의함으로써 비소송 분쟁 해결을 시도한다. 만약에 소송 당사자가 합의에 도달할 경우 그 내용을 공증하고 바로 이행토록 한다.
원칙적으로는 소송 당사자들이 원하는 경우에만 비소송 분쟁 해결을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비소송 분쟁해결을 진행하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분위기다.
소송의 근원적 처리
▲ 중국 중급인민법원의 선고공판 ⓒ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이렇듯 중국인들이 원하는 것과 반대로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유가사상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중국 정부가 소송을 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내세운 과거의 경험과 여기에 적용되었다고 하는 모델에 대해서 알아보자.
중국 정부가 내세운 과거의 경험은 펑치아오(楓橋) 진(鎭)의 사례다. 펑치아오진의 사례란 60년대 초 중국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시 주지(諸墍)현(현재는 주지시) 펑치아오진에서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인민들이 '소사(小事)는 촌을 벗어나지 않고 대사(大事)는 진을 벗어나지 않으며 아래에서 일어난 모순은 위로 전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풀어버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말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 주석이었던 마오쩌둥(毛澤東)이 1963년에 펑치아오진에서 일어난 일을 다른 지역에서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이 일은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적용된 모델이 '소송의 근원적 처리'라고 말한다. 소송의 근원을 분쟁이라고 했을 때 '소송의 근원적 처리'는 곧 분쟁의 처리가 된다. 분쟁을 처리해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쟁을 처리해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가사상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송에 대한 유가사상가들의 생각은 공자가 노(魯)나라에서 대사구(大司寇, 오늘날의 대법관) 지위에 있었을 당시 했다고 여겨지는 다음의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소송을 심리한다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다. 반드시 소송 그 자체를 없애야 한다.'
중국 남송(南宋)의 유가사상가 주자는 이 말에 단 주(注)에서 어떻게 소송 그 자체를 없앨 수 있는가를 밝히고 있다. 주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송을 심리한다는 것은 지엽을 다스리고 끝을 막는 것이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시작을 깨끗하게 하면 소송 그 자체가 없어진다.' 여기서 '지엽을 다스리고 끝을 막는 것'이란 개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다가 생기는 분쟁을 막는 것을 말한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시작을 깨끗하게 하다'라는 것은 애초에 개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하여 분쟁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개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유가사상은 정부가 나서거나 민간인 중에서 예(禮)에 박식한 어른이 나서서 예를 가르침으로써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예는 인간을 관계적으로 보고 인간관계를 수직·종속적으로 설정한다. 따라서 예를 가르치면 소수의 개인들은 권리만 누리고 다수의 개인들은 의무만 지게 되어 개개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지 못하게 된다.
회의적인 목소리
중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중국인들은 대체로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송을 준비 중인 중국인 S씨는 중국 정부의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에 대해서 "소송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작은 분쟁은 비(非)소송으로 해결할 용의가 있지만 큰 분쟁은 비(非)소송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라며 회의적인 뜻을 내비쳤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에 대해서 '소송을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소송을 해야 한다. 분쟁을 두루뭉술하게 해결하면 안 된다'라며 '각자가 법에 밝고 법을 통해서 정당한 이익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법치사회다'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법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열두 가지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중 하나다.
비소송 분쟁해결 시스템이 순전히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덜고 사회적 갈등의 증폭을 막으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국가의 사상을 주입시키거나 예를 가르쳐서 분쟁을 없애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면 그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협의를 하는데 있어서 향현과 인민조정원을 참여시키는 것은 예를 가르쳐서 분쟁을 없애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소송을 미연에 방지하기보다 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그 과정을 수월하게 하여 소송을 부담 없이 진행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의 권리는 반드시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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