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국제강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용노동부 '끼임사고' 막겠다더니... 50대 노동자 혼자 중량물 코일 포장 해체 중 숨져
▲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혼자 작업하던 노동자가 17일 6.3t 코일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의 모습. ⓒ 부산경찰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를 앞두고 철강업체인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또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원자재 창고에서 무거운 철강 코일의 겉포장을 혼자서 해체하다 산재 사고를 당했습니다. 동국제강에서는 지난달과 지난해에도 여러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등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닙니다.
노동자가 진 철강 코일의 무게 6.3t, 13t
A씨가 작업한 코일의 무게는 6.3톤, 천장 크레인에 걸린 코일도 13톤. 상당한 중량물로 사고가 나면 중상을 입거나 사망사고가 날 수 있는 자재들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공간에서 혼자 작업을 하도록 했던 걸까요? 현장에서 사고를 막을 2인 1조 근무 등 안전을 위한 조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회사 측은 A씨의 작업 과정에는 2인 1조 등의 규정이 없었다고 언론에 설명합니다.
동국제강에서는 몇 년 사이 이미 여러 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갔습니다. 부산공장은 1년 전에도 유압기를 수리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 곳입니다. 2018년에는 전기아연도금강판 생산라인에서 배관이 터져 화상을 입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포항공장에서는 지난 1월 구내식당으로 식자재를 납품하던 50대 B씨가 화물 승강기에 몸이 끼여 변을 당했습니다. 2019년 인천제강소에서도 크레인 신호수였던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대형 공장을 포함한 여러 현장에서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습니다. 노동건강연대 집계를 보면 올해 1월에만 65명의 노동자가 '추락', '끼임' 등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월에는 16일 기준 15명이 넘는 노동자가 출근 뒤 동국제강 A씨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모두 후진국형으로 불리는 산재 사고입니다.
▲ 2020년 2월 ~ 2021년 1월 월별 산재 사망 노동자 ⓒ 고정미
이런 논란에 국회 환노위는 오는 22일 국내 9개 기업 최고 경영자를 산재 청문회 증인으로 소환했습니다. 지난주 청문회 실시계획서를 공개했는데 이를 앞두고 동국제강 사고가 난 겁니다. 계속되는 산재의 문제점을 짚어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는데, 이번에 사고가 난 동국제강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산재 위험현장 핵심, 안전조치 약속은 어디로?
회사 측이 밝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 대응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지난해 흑자를 달성한 동국제강은 반복되는 사고에 올해 들어 안전 투자를 부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뒤늦은 대처에 A씨와 같은 현장의 노동자들은 오늘도 위험을 안고 일합니다. 그렇다고 사고의 처벌 등 제대로 책임을 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내년에야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 고용노동부는 '추락', '끼임', '보호구 미착용' 등 3대 치명적 위험요인에 대한 핵심 안전조치를 감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컨베이어 설비 교체작업에 나섰던 한 30대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다음 날입니다. 그 또한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동국제강 부산공장의 사고는 "'끼임방지 조처'가 사망사고 방지의 기본이자 핵심"이라던 고용노동부의 구호가 말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고용노동부는 경찰과 함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한다고 합니다. 노동자가 죽고 난 뒤에야 조사를 반복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뒷북 행정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우선 해당 공정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중량물을 취급 작업 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일하게 되어 있다.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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