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시 옛 모습(동해시청 누리집) ⓒ 동해시청
동해시청 동남쪽에 있는 샘, 찬물내기
동해시는 옛 명주군 묵호읍과 옛 삼척군 북평읍을 묶어 1980년 시가 되었다. 묵호읍은 묵호항을 중심으로 한 어촌이고 북평읍은 뒤뜨르(삼척 시내로 보면 북쪽에 있는 들)라는 말에서 보듯 농촌이었다. 묵호읍과 북평읍 중간 지점이라고 할 샘골(천곡동)에다 도로를 내고 시청과 교육청, 경찰서, 소방서, 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기관을 열고 은행, 터미널을 열었다. 말 그대로 산을 깎아내고 개울을 덮어 허허벌판 같은 데다 새롭게 시가지를 낸다. 그곳이 바로 지금의 천곡동이다.
한자로는 '냉천(冷泉)'이라고 하는데 요즘엔 '냉천'보다 '찬물내기'를 더 많이 쓴다. 토박이말이 한자말을 밀어낸, 드문 사례라고 하겠다. '내기'는 움직씨 '난다'를 이름씨꼴로 쓰면 '나기'가 되는데, 시골내기, 풋내기, 냄비에서 보듯 역행동화가 일어나 '내기'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복수초, 이름마저 차가운
이 찬물내기 둘레 산비알에 '복수초'가 자란다. 복수초는 대개 3~4월에 꽃을 피우지만 이곳에서는 1월부터 꽃을 피운다. 요즘엔 얼음 사이에서 피는 꽃이라고 '얼음새꽃'이라고 하거나 눈을 삭이고 올라오는 꽃이라고 '눈삭이꽃'이라고도 하는데, '얼음새꽃'이 더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 얼음새꽃과 찬물내기 ⓒ 이무완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이윤옥)을 보면 '복수초'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학자인 모리 다메조(森爲三)가 쓴 <조선식물명휘>(1922)에서는 우리 말 이름 없이 'Hokuju-sò フクツソウ(후쿠주소) 側金謹花(측금근화)'로만 적었는데 1937년 조선박물연구회 식물부가 편찬한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와서 '복수초'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 이 땅 곳곳에 이 풀이 자랐을텐데, 해마다 어느 꽃보다 먼저 샛노란 꽃을 피워 봄을 알렸을텐데 어찌 우리 이름이 없었겠는가. 애초 <조선식물명휘>는 우리 말이 서툰 일본학자가 쓴 데다 알뜰히 이름을 찾으려는 마음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그 뒤 <조선식물향명집>을 낸 우리 식물학자들이 지역말을 찾아 우리 이름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좀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늦었지만 '복수초'라는 살벌한 이름보다는 '얼음새꽃'이라는 이름을 쓰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얼음을 녹이고 피는 풀꽃 특징도 잘 잡은 이름이다.
※ '복수초'를 한자로는 '福壽草'로 쓴다. 글자로만 보면 행복(福)과 장수(壽)를 뜻하는 것이지만 '앙갚음, 되갚아줌' 뜻이 있는 '복수'란 낱말도 있어서 꽃 이름으로는 아름답지 않다. 일본에서는 복수초말고도 원일초(元日草), 삭일초(朔日草)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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