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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공개에 멕시코 열광...이 배우 때문이었다

[인터뷰] 영화 속 강력한 빌런, 기동대장 역의 카를라 아빌라

등록|2021.02.22 16:01 수정|2021.02.22 16:30
 

▲ 영화 <승리호>에서 선원들을 추격하는 기동대 대장 카밀라 역의 카를라 아빌라. ⓒ 카를라 아빌라


한국 최초 우주 배경 SF 영화로 알려진 <승리호>가 넷플릭스로 공개된 이후 국내 관객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극장 개봉이 아닌 190여 개국에 걸쳐 서비스되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행을 택한 결과일 것이다.

환경 오염으로 망가진 지구를 등지고 우주에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한 선택받은 지구인들, 그리고 그 안에 들지 못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모진 일을 해야 하는 비시민들의 이야기. <승리호>는 SF 장르적 재미를 담보하면서 일종의 계급 투쟁의 요소를 가미했다. 특히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파는 승리호 선원들이 뜻하지 않게 시민 이주 책임자 설리번(리처드 아미티지)에 대적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영화 중후반부 기를 쓰고 승리호 선원을 추격하며 위협하는 무표정의 기동대장이 있다. 극 중 이름은 카밀라. 승리호 선원들이 힘을 합쳐 대결해보지만 막강한 힘을 지닌 카밀라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표정 혹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선원 한 명 한 명에게 큰 타격을 주는 카밀라를 멕시코 출신 배우이자 모델 카를라 아빌라가 연기했다. 공개 직후 서울 망원동의 모처에서 만난 그는 실제론 매우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거 할 수 있어?" 감독이 묻자...

"영화를 보고 나서 울었다. <승리호> 사람들이 참 사랑스럽게 나왔더라. 그리고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작년 3월에 원래 한국에 오시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제가 카밀라와 정반대의 성격이다(웃음). 병아리 마음이랄까. 멕시코식 표현이다. 감성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을 두고 병아리 마음이라고 하거든. 병아리가 작고 귀엽잖아(웃음)."

2017년 3월 한국에 들어온 그는 각종 드라마 단역과 광고 모델일을 하며 한창 어학 공부에도 힘쓰고 있었다. <승리호> 오디션 제의는 이전 소속사의 SNS를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어떤 영화인지, 어떤 역할인지 모른 채 모놀로그 두 개를 준비해오라 해서 준비해 갔다"며 카를라 아빌라는 "<라라랜드>와 <히든 피겨스>의 한 장면을 했고, 그 이후 두 번인가 더 오디션을 봐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디션 과정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이 기동대장임을 알게 됐고, 경쟁자는 남자 배우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카를라 아빌라가 배역을 따냈고, 그 직후 강한 액션 장면을 위해 약 3개월간 액션 스쿨에 다니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준비해나갔다.

"멕시코에서 쿵푸와 가라데를 배워서 몸을 좀 쓸 줄은 알았다. 근데 당시 팔을 수술한 상태라 감독님께서 발차기 중심의 액션을 짜주신 것 같다. 근데 제가 무리해서 체중을 감량해서인지 대규모 촬영을 앞두고 무릎을 좀 다쳤다. 결국 그 장면은 다른 스턴트 배우가 했는데 많이 아쉬웠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장면이었는데…

처음에 감독님께서 몇 가지 레퍼런스를 주셨다.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를 보여주며 정말 할 수 있는지 묻더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 성격은 밝은 편이지만 할 때는 한다! (웃음) 무술 감독님이 영상으로 미리 제가 할 액션을 만들어서 보여주셨다. 스턴트 팀과 같이 합을 만들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연습을 반복했다." 

 

▲ 영화 <승리호>에서 선원들을 추격하는 기동대 대장 카밀라 역의 카를라 아빌라. ⓒ 카를라 아빌라

 
아무리 무술을 배웠다고 해도 강력한 액션을 소화하기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 대학교 때 치어리더였다. 몸쓰는 건 자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순히 앞에서 춤추는 치어리더가 아니라 '아크로바틱 팀'으로 역동적인 동작을 할 때 기둥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저는 하체 힘이 굉장히 좋다"고 그가 웃으며 답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인지 포털사이트 댓글 중엔 기동대장 카밀라가 사실 순이(극중 송중기가 맡은 태호의 딸)의 DNA를 복제해서 키운 인물 아니냐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카를라 아빌라는 "영화에 기동대장의 앞선 서사는 안 나오는데 그 댓글을 보고 기뻤다"며 당시 기분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기동대장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저 역시 연기할 때 승리호 선원들을 다 증오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통역사를 꿈꿨던 청춘

멕시코에서 학부생 시절 금융공학을 전공했고, 회사 생활도 했다. 프로그램을 활용한 데이터 베이스 만들기와 알고리즘 짜기가 특기일 만큼 재원인 그다. 물론 10대 초반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고, 춤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관심이 생겼으나 부모님의 반대도 심한 편이었다고 한다. 2017년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도 배우가 아닌 통역사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멕시코에서 나름 괜찮은 회사를 다녔고, 남자 친구도 있었고, 차도 있었는데 마음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좀 공허했다. 그러던 중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고, MC 아르바이트도 했다. 무대를 제가 좋아하고 있음을 느꼈다. 치어리더 할 때도 6개월 간 죽어라 연습한 뒤 무대 위에서 2분 동안 쏟아붓고 박수받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래, 일단 한국에 가보자! 멕시코 대학에선 언어 전공이 없거든. 한국엔 있더라. 가서 통역 공부를 하면 멕시코 회사랑 한국 회사를 연결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한국에서 모델일과 작은 배역을 조금씩 하면서 꿈을 바꿨다. 이젠 깨달은 거다. 내가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아주 작은 길부터 하나하나 만들고 있다는 걸. 엄마도 응원해주셨다. 처음엔 취미처럼 하라고 하셨는데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한다고 하니 축하해주시더라. 물론 힘든 일도 많았다. 나쁜 사람들이 돈을 적게 주거나 늦게 주기도 한다. 근데 멕시코 말에 이런 게 있다. 'aprendemos al vuelo!' 부딪히며 배운다는 뜻이다.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때 일단 절벽에서 떨어뜨리잖나. 그 순간 아기새는 나는 법을 배운다. 나 역시 그렇게 배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연예계 일을 하기로 했을 때 겪은 몇 가지 차별의 시선을 그는 묵묵히 이겨내고 있었다. 팔뚝에 살이 많다, 머리가 검은색이라 외국인 같지 않다는 등. 카를라 아빌라는 "무조건 내 것만을 고집할 순 없다. 그들도 변해야 하지만 나 또한 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승리호> 출연은 그에게 의미가 더욱 커 보였다. 멕시코에선 카를라 아빌라 관련 기사들이 꽤 나왔고, 가족들 또한 함께 모여 기뻐했다고 한다. 카를라 아빌라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며, 더 나은 비상을 위해 힘껏 날갯짓을 배우고 있었다.

"이모랑 할머니도 소리 지르며 <승리호>를 봤다더라(웃음). 제 SNS 개인 메시지로 멕시코 사람들이 많이 연락해 온다. 지구 반대편이지만 멕시코에서 케이팝, 케이드라마가 아주 인기가 많다. 한국 엔터계 진출을 꿈꾸는 여러 멕시코 사람들이 절 보고 뭔가를 실감하시는 것 같다. 셀마 헤이엑처럼 아시아와 할리우드에서도 알아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아직 한국 사람을 잘 모른다. 계속 배워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다른 문화를 흡수하는 게 빠른 것 같다. 정말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게 보인다. 멋있는 국가다.

새해 목표? 멕시코에선 월마다 1개씩 총 12개의 소원 리스트를 만들거든. 일단 하나는 이미 이뤘고, 다음은 드라마 출연이다(웃음). 지금 온라인으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다시 공부 중이다. 한국어도 좀 더 심화학습을 하고 싶어서 선생님을 구하는 중이다!"

 

▲ 영화 <승리호>에서 선원들을 추격하는 기동대 대장 카밀라 역의 카를라 아빌라. ⓒ 카를라 아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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