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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도 무릎 꿇린 장수 '예능 맛집', 존재감 재현할까

[리뷰] 500회 맞은 MBC M <주간 아이돌>, 예전 같지 않은 위상 속 부활 꿈꿔

등록|2021.02.25 08:09 수정|2021.02.25 08:16
 

▲ MBC 에브리원 인기 예능 '주간아이돌'이 24일 방영 500회를 맞이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슈퍼주니어, 몬스타엑스, 여자친구, 오마이걸 등이 500회 특집 초대손님으로 나섰다. ⓒ MBC플러스


아이돌 전문 예능 <주간 아이돌>(MBC 에브리원, MBC M 동시방영)이 24일로 방영 500회를 맞이했다. 지난 2011년 7월 문을 연 이래 케이블 프로그램으론 보기 드물게 10년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간아이돌>은 제목 그대로 매주 아이돌들의 끼와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줬다.

신설 당시만 해도 "그저 두달 안팎 정도 방송되다가 끝나겠지"라고 생각되던 이 프로그램은 새 음반을 발표하면 꼭 들러야 하는 '아이돌 예능 맛집'으로 성장했고 국내를 넘어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아이유도 거쳐간 원조 맛집, 2배속 댄스 등 인기코너 양산 
 

▲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의 한 장면. ⓒ MBC플러스


​<주간 아이돌>의 성장은 케이팝 아이돌의 성장과 때를 함께 하고 있다. 빅뱅, 아이유를 비롯해서 방탄소년단, EXO,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내로라하는 인기 가수들이 이곳을 찾았다. 갓 데뷔한 신인들에게 <주간 아이돌>은 연말 시상식 못잖게 꼭 출연하고 싶은 곳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수많은 채널의 각종 예능이 존재하지만 유독 <주간 아이돌>이 선호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프로그램이 아이돌·팬들 모두에게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 출범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유튜브의 인기가 높지 않았고 자연히 다채로운 영상 콘텐츠도 많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스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속속 등장한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좋은 반응을 얻긴 했지만 이는 극소수 인기 그룹에 한정되었다. 상대적으로 <주간 아이돌>은 좀 더 폭넓은 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고 출연 이후엔 해당 그룹 인기 상승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특히 '2배속 댄스' 등 재기발랄한 코너는 재미뿐만 아니라 퍼포먼스 실력을 가늠하는 일종의 잣대 역할까지 했다. 특히 2016년 그룹 여자친구가 보여준 2배속 댄스는 지금까지도 <주간 아이돌>이 배출한 명장면으로 기억될 정도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개인기와 춤 솜씨를 담은 영상은 소위 '짤방'을 양산했고 이는 국내외 각종 커뮤니티와 SNS로 확장되면서 케이팝 인기의 확산에도 한몫을 했다.

정형돈·데프콘 콤비 하차 후 위기 봉착
 

▲ '주간아이돌'의 정착에 큰 공을 세운 초대 MC 데프콘과 정형돈.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히트제조기' 등 스핀오프 예능이 제작되기도 했다. ⓒ MBC플러스


이처럼 <주간 아이돌>이 아이돌 그룹과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된 데엔 제작진들의 노력, 그리고 2018년까지 프로그램을 이끈 초대 MC 데프콘과 정형돈 콤비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치 넘치는 입담과 유머로 초대손님들과 마치 한 몸이 된 것 마냥 1시간 가량 즐겁게 놀아준 두 사람 덕분에 <주간 아이돌>은 MBC 에브리원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아이돌 예능 최고수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창 인기를 끌 무렵이던 2014년~2016년 사이엔 두 사람을 중심에 둔 스핀오프 예능 <히트제조기>를 3시즌에 걸쳐 방영할 만큼 큰 파급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기 마련이었다.

정형돈이 건강 악화로 자리를 비운 사이(2015~2016) 김희철(슈퍼주니어), 하니(EXID) 등이 빈자리를 메우며 위기 돌파에 나섰지만, 외주제작사 교체에 따른 데프콘·정형돈 두 MC의 하차(2018)는 <주간 아이돌> 최고의 위기가 되고 말았다. 이상민-유세윤-김신영 체제를 거쳐 조세호-남창희-황광희 3MC 구성 등 변화를 모색하긴 했지만 예전의 위상과는 멀어진 게 사실이다.

예전 같지 않은 위상,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주간아이돌'의 한 장면. JYP 박진영, 셀럽파이브 등 세대를 초월한 인물들이 등장해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 MBC플러스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 역시 <주간 아이돌>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 등도 자체 아이돌 예능을 제작해 방송 중이다. 이 밖에 V라이브 등 실시간 개인 생방송을 수시로 진행하는 등 다양한 접촉 기회도 많아졌다. 이렇다 보니 <주간 아이돌>만이 누리던 절대적 존재감도 예전 같진 않다.

다행히 만 2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황광희와 지난해 새롭게 가세한 은혁(슈퍼주니어)이 선전을 펼치면서 점차 안정적인 진행을 보이는 점은 희망적이다. 비록 전성기의 인기에선 한발 물러났다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에겐 '아이돌예능=주간아이돌'로 인식될 만큼 존재감은 여전하다. 

<주간 아이돌>이 기록한 500회는 케이블 및 아이돌 예능을 아우르는 영광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시청자들과 케이팝 팬들에 즐거움을 선사해 온 <주간 아이돌>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이제 첫 회 시작이다'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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