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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의 새로운 출발

신규 모바일 서비스 합친 '싸이월드Z' 출범... 싸이월드는 부활할 수 있을까

등록|2021.02.25 12:01 수정|2021.02.25 12:01

▲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반 미니홈피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온라인 갈무리


추억 속 싸이월드가 다시 돌아온다.

싸이월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싸이월드를 인수한 신규법인 싸이월드Z가 기존의 미니홈피, 클럽 서비스와 신규 모바일앱 서비스를 합쳐 2021년 5월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09년 기준 가입자 수 27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 SNS로 자리잡았으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해외 SNS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2016년부터 불거진 싸이월드 내의 임금체불 의혹은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의 기소로 이어졌고, 전 대표는 2020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정난과 대표의 구속으로 운영 불가 상태에 놓여진 싸이월드는 지난해 5월 결국 폐업 처리됐다. 사이트 접속마저도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신규법인 싸이월드Z가 싸이월드를 인수했고 다시 대중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싸이월드는 기존의 미니홈피 서비스와 신규 모바일 서비스를 합쳐 모바일 시대에도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2021년 3월에 서비스 재개 예정이었으나 신규 모바일 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2개월 연기된 5월에 서비스가 재개된다. 예정일을 2개월 이상 미룰 정도로 다시 돌아온 싸이월드는 사업시장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한 시대에 한번 더 새겨질 수 있을까.

한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싸이월드
 

▲ 싸이월드의 파급력이 높아지며 정치인 등 유명인들도 싸이월드를 이용해 대중들과 소통했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 온라인 갈무리


싸이월드는 1999년 8월 벤처사업가 6명이 클럽 서비스를 중심으로 출범시킨 인터넷 웹사이트다. 창립자 6명 중 1명인 이동형 대표가 같은 해 12월부터 대표로 취임해 싸이월드를 운영했다. 그러나 PC통신 서비스와 야후, 다음, 아이러브스쿨로 대표되는 1세대 인터넷 웹사이트의 흥행으로 인해 싸이월드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다. 2001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싸이월드는 그 해 9월 미니홈피 서비스를 개시, 개인홈페이지라는 인터넷 문화를 최초로 도입하였다.

미니홈피 서비스는 싸이월드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개인홈페이지라는 독특한 컨셉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용자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3년 가입자 400만명 돌파를 시작으로 2005년 1500만명, 2007년 2000만명, 2009년 2500만명을 기록하며 시대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서로 관계를 맺는 '일촌', 온라인 선물 형태의 아이템 '도토리', 일촌의 일촌과 서로 친분관계를 맺는 '파도타기' 등이 싸이월드가 낳은 인터넷 문화들이다. 이러한 인터넷 문화들은 인터넷 문화로 머물지 않고 나아가 2000년대의 시대적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싸이월드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유명인들도 싸이월드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젊은층이 선호하는 연예인들이 미니홈피를 개설했지만 이후에는 정치인들까지도 미니홈피를 개설해 대중들과 소통했다. 미니홈피의 일촌, 방문자 수가 유명인의 파급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이용될 만큼 싸이월드가 가진 영향력은 컸다. 미니홈피 최대 방문자 수를 기록했던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동방신기, 정치인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권영길 전 민노당 대표 등이 싸이월드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싸이월드는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 시대는 많은 대중들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PC 기반의 서비스를 이어오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SNS에 조금씩 그 자리를 빼앗기게 되며 영향력을 잃게 된다. 모바일 시대에 걸맞는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오래 지속됐던 전성기에 비해 몰락은 빨리 찾아왔다.

이에 싸이월드는 2015년 시스템 개편을 통해 기존의 미니홈피 서비스를 블로그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를 했으나 결국 혹평만 받으며 실패하고 말았다. 무작정 과거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마케팅은 시대의 변화에도 싸이월드를 꾸준히 이용하던 사람들마저 떠나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여러 신규 상품을 내놓으며 사업 유지에 힘을 썼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고, 싸이월드는 더 이상 현재의 시간이 아닌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싸이월드의 몰락을 불러온 건 임금체불 사건이었다. 2013년 12월 SK커뮤니케이션즈(주)에서 분리된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싸이월드는 정규 직원의 임금과 퇴직금마저 체불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27명의 싸이월드 직원의 임금과 퇴직금 4억 7000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됐고, 2020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대표의 실형과 재정난으로 싸이월드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2020년 6월 국세청은 직권으로 싸이월드를 폐업시켰다. 서버비조차 내지 못하고 있던 도메인은 싸이월드의 폐업과 함께 접속조차 불가능해졌고, 이 때문에 수 많은 대중들이 그 시대 자신의 추억을 담으며 웃고 즐겼던 싸이월드의 종말을 안타까워했다. 전 대표가 싸이월드 재개에 대한 사업적 의지를 내보일 때마다 대중들은 환호와 기대를 보였다. 투자자조차 제대로 유치하지 못했던 싸이월드의 서비스 재개는 마지막 순간까지 불확실해보였다.

싸이월드Z의 출발 '새로운 싸이월드'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던 싸이월드는 대중들의 성원과 함께 다시 기회를 얻었다. 신생법인 싸이월드Z가 10억원에 싸이월드의 기존 데이터와 서비스를 모두 인수했다. 인수 조건에는 전제완 대표가 직원들을 상대로 체불한 임금을 해결해주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새로운 법인과 함께 돌아온 싸이월드는 PC 기반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모바일 서비스로의 정착에 나선다. 기존의 미니홈피, 싸이룸 등의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새롭게 도입해 스마트폰에서도 앱을 통해 싸이월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 전략을 세웠다. 이 때문에 본래 2021년 3월 예정이었던 서비스 재개도 2개월 늦은 5월로 연기됐다. 이전까지 도입되지 않았던 싸이월드의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매우 크다. 모바일 시대에서 도태된 싸이월드를 떠났던 대중들이 과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한 싸이월드를 이전처럼 이용할지에 대한 예상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싸이월드의 서비스 재개가 단순한 사람들의 추억저장소 역할로 막을 내릴지, 기존의 SNS와 함께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할 지는 싸이월드가 내세울 사업적 전략에 달렸다. 이미 2015년 전문성 없는 개편을 시도했다가 이용자 수를 대거 잃은 바 있는 실패사례를 통해 과거의 감성과 현 모바일 시대의 기술을 융합시킨 특성을 선보이는 것만이 싸이월드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다.

단순한 인터넷 문화를 넘어 한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싸이월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옷을 입고 다시 대중 곁으로 돌아온다.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싸이월드는 현재의 시대에서도 유행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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