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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4단계 하청구조에서 노동자가 살아남는 법

10일로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 농성 진행한 지 300일

등록|2021.03.09 13:53 수정|2021.03.09 13:55
300일 동안 길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를 청소했고, 수하물을 분류했던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바닥 향한 경주

아시아나케이오(KO)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 아래에 있는 재하청업체다. 아시아나케이오 이외에 케이에이(KA), 케이에프(KF), 케이알(KR)이라는 회사가 있다. 일명 K시리즈, 이 회사들 역시 지상여객 서비스와 정비 서비스를 담당하는 재하청업체들이다. 이 회사들은 금호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K시리즈 밑에는 에이에이치(AH), 에이큐(AQ), 에이오(AO) 등 A시리즈 4차 하청업체가 있다.

대한항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 지상조업을 담당하는 한국공항의 경우 2019년 기준(고용형태 공시제 사이트)으로 간접고용 외주하청 노동자가 3107명이나 된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항공산업, 이제는 '국가비정규직산업'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바닥으로, 바닥으로 몰리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에어컨이 꺼진 비행기에서 땀에 젖은 옷을 말려가며 일했고, 불도 켜주지 않아 의자에 계속 부딪혀가며 바닥을 닦았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물도 안 마시며 일했다.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 그는 아시아나항공기 기내 청소를 하던 청소노동자다. ⓒ 유지영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손님이 남기고 간 과자, 빵, 초콜릿을 먹으며 일했다. 임금은 최저임금이었다. 무급으로 일한 시간도 있어 노조를 만들고 체불임금 소송을 걸었다. 노동자들은 다단계식 하청구조에서 숱한 차별을 겪었다.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계월 지부장의 얘기다.

"4년 전인가, 성과급을 처음 주었다.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정확히 얼마를 주었는지 우리에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우리는 10만 원을 줬다. 근속 1년 미만은 5만 원을 줬다. 남성조합원들은 원청이 쓰던 캐빈 버스나 트레쉬카를 이어받아 썼다. 원청이 고물차를 줘서 언제나 안전을 위협당했다."

재벌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다

금호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다. 박삼구는 자신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를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하면서 기내식 대란을 일으켰고 승무원 성희롱 의혹으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하기도 했다.

박삼구 이사장은 2019년 3월 경영실패의 책임을 지고 금호그룹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금호문화재단에서는 이사장으로 남아있다. 물러날 때 퇴직금 64억과 상표권 사용료 120억을 챙겨갔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지도 의문이다. 여전히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자신의 돈줄로 활용하며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도 계속 된다.

금호문화재단은 증여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 공익법인이다. 그런데 이 공익법인이 하청업체 6곳의 지분을 100% 소유하면서 '사람 장사'를 했다. 사람 장사로 번 돈은 어디로 흘러갔는가? 박삼구는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자신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했다.

금호문화재단은 2012년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뒤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박삼구의 금호타이어 우호지분은 늘어났다. 재단은 2015년 가을에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된 SPC 금호기업에 400억을 출자하기도 했다. 계열사 부당지원,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 박삼구 일가는 어떤 손실을 보았는가?

코로나19 이후의 항공산업

코로나19가 터진 이후로 항공산업은 크게 흔들렸다. 정부는 항공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1조 6000억 원, 2020년 1조 7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추가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고 있다.

정부 곳간이 열렸지만 수많은 항공산업 노동자는 임금삭감, 무급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를 당해야 했다. 의문이 남는다. 노동자 민중의 혈세는 과연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는가?

정부는 항공산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선정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케이오는 이 지원금도 신청하지 않았다. 케이오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체불임금 소송 때문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 없다고 했지만, 체불임금 소송은 고용유지지원금의 지급 요건과 무관하다.

케이오지부는 조합원들과 논의해서 소송 취하할 용의도 있다고 했고, 일부 노동자들은 '회사가 10% 내는 것도 부담스러우면 그 돈을 우리가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무기한 무급휴직을 밀어붙였고, 무기한 무급휴직을 거부한 8명을 정리해고했다. 애초 고용유지원금을 회사만 신청할 수 있게 만든, 노동자들은 신청할 수 없게 만든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무급휴직에 동의한 360여 명 중 필수유지업무자 빼고 대부분은 생활고 때문에 회사를 떠나 다른 직장을 알아봤다. 회사가 다시 불러주길 바랐지만, 희망고문이었다.

아시아나케이오 선종록 대표가 교섭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가 사표 던질 각오 하고 유급휴직 실시하려 했는데 원청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로부터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고. 만약 노동자들이 아시아나에어포트를 찾아갔다면? 아시아나에어포트 대표도 똑같이 말할 것이다. 자기가 사표 던질 각오를 했지만, 아시아나에어포트 위에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박삼구 이사장에게 엄청 욕을 먹었다고 할 것이다.

다단계 하청구조에 얽매여 있는 노동자들이 싸우기 힘든 이유다. 원청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자들이 아무리 원청의 책임을 얘기해도 고용노동부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방관한다.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권이 보장되어 있지도 않다.

정년 한 달 남았든 하루 남았든
 

▲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 전 지부장 ⓒ 김종훈


이제 남은 해고자는 5명이다. 이들은 앞에서 말했듯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해고 회피 노력도 없었고, 정리해고 대상자 기준도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해고 대상인지 기준과 평가 보여 달라고 하니 줄 수가 없다고 하더라, 동료들과 싸움으로 징계받은 사람도 일하고 있는데 7~8년 지각 한 번 안 하고 연차휴가 한 번 안 쓴 사람, 모범사원 표창받은 사람은 해고됐다. 에어컨을 틀게 하고 불을 켜게 하고 독성 화학 물질을 없애게 하고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한 민주노총 소속이다." (김정남 전 지부장)

돈이 없다던 회사는 김앤장 변호사들을 선임하여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고용노동부는 부당해고 판정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만 한다.

해고자 5명 중 김정남 전 지부장의 정년이 4월 말이고 기노진 회계감사의 정년이 5월 말이다. 다른 노동자의 나이도 많다. 김정남 전 지부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회사와 정부는 '정년도 얼마 안 남은 너희가 뭘 하겠냐'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년이 한 달이 남았든 하루가 남았든 부당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냐. 왜 항상 위기의 대가는 노동자만 치루나. 정부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면 최소한 해고는 금지해야 하는 게 아니냐. 노동자들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느냐."

10일은 이들이 거리에서 천막을 세 번 철거당하면서도 계속 농성을 진행한 지 300일 되는 날이다. 
덧붙이는 글 이용덕 시민기자는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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