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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빈집을 맡겼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외로운 청년 위해 도시락 배달, 책 제작... 위안과 소통의 공간 '코앤텍스트' 허예지 대표

등록|2021.03.09 09:03 수정|2021.03.09 09:03

▲ 코엔텍스트 허예지 대표 ⓒ 최시연


"잘 산다는 것은 결국 나를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죠."

허예지 대표가 만든 '코앤텍스트'라는 커뮤니티 공간은 이 문구에서 출발했다.

허예지 대표는 6~7년간 브랜딩과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다녔다. 그는 회사생활 하면서 회사가 원하는 글만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우울증이 찾아와 힘들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은 자신의 글을 쓰면서 그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2019년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프리랜서를 시작했다.

"프리랜서를 하면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는데,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느꼈던 것은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요. 사람에 대한 결핍, 관계에 대한 결핍, 공간에 대한 결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 일은 품이 많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공간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따뜻하고 아늑한 곳을 원하는데 그 공간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처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빌릴 수 있는 공간, 좀 더 수월하게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꾸준하게 공간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했답니다."

'빈집 프로젝트'로 찾게 된 공간

그 공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만들어졌다. 2018년경부터 전국적으로 빈집이 170만호를 육박했고, 인천도 약 4천 호에 달하는 빈집이 흉물로 방치됐다. 그래서 인천광역시가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빈집활용 프로젝트'였다.

청년의 아이디어를 통해 그 공간을 채워 넣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허예지 대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갖게 됐다.

그는 지금도 공간의 그 방향성과 운영 방법에 대해서 지금도 고민중이다.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게 뭐냐고요."

허예지 대표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사람들이 이 공간에 모일지다. 사람들과의 소통, 관계를 통해서 방향성을 가질 거라 기대하며, 일단 이곳에 오는 사람들과 많이 소통하려 한다.

허예지 대표가 가장 소통을 하고 싶은 이들은 마음이 힘들어 위로가 필요하거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거나, 자신을 재정립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이곳을 방문해 위안과 소통의 공간으로 삼길 바라는 것이 '코앤텍스트'의 방향이다.
 

▲ 청년들을 위한 소통과 위로의 공간인 코앤텍스트 7층 전경 ⓒ 최시연

  

▲ 코앤텍스트 8층 전경 ⓒ 최시연


커뮤니티 스튜디오 코앤텍스트

'코엔텍스트'는 삶 속에서 맥락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만든, 허예지 대표의 마음이 담긴 커뮤니티 스튜디오다.

지난해 몇 달 동안 코로나19로 다들 움츠려 있던 그 순간에도, 이곳에서는 요모조모 청년들의 마음을 열심히 섬세하게 살펴 나갔다.

코앤텍스트는 '나를 만나다, 내일(my job)로딩', '덕업일치, 좋아하는 걸 나의 일로, 개항장 러닝', '인천의 힙한 골목을 함께 걷고 뛰는 러닝크루, 산책밥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장 이색적이고 신선했던 프로그램은 '산책밥상'이다. 일반적으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편안한 관계'를 의미하는데, 낯선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 다는 것은 허예지 대표에게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저는 평소 밥을 먹을 때 소규모로 만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 마다 공통의 고민이나 주제를 가지고 밥을 먹을 때가 좀 많았어요.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제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는데 오늘 기분은 어떤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몸 상태는 어떤지 등 그런 질문들을 통해서 메뉴를 정하곤 하죠."

그런 경험들은 어느 순간 그로 하여금 공통된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결국 그는 밥 먹는 자리에서 각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 산책밥상 도시락 (당신의 집 앞으로 저녁을 배달합니다) ⓒ 최시연


산책밥상 프로그램 중 '당신의 집 앞으로 저녁을 배달합니다'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허 대표는 "배달 대상이 네 명이었는데 모두 집이 멀어서 팀원들이랑 택시로 이동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받은 분들의 반응은 "왜 이런 걸 주세요?"라는 것부터 "저 매일 배달시켜 먹는데 오랜만에 집밥 같은 거 먹네요, 너무 감사해요", "코앤텍스트는 뭐하는 단체예요? 이걸 왜 해주세요?" 등 다양했다. 그 중 '코앤텍스트는 어떤 곳이고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는데, 그런 관심과 궁금증이 위로와 격려로 다가와 좋았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으로 1인기업을 하는 청년, 대학생, 영상일을 하는 청년들에게 배달된 뜻밖의 따뜻한 선물인 도시락은 잠시라도 그들에게 큰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와 대화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하시더군요. 그분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것은 우리 청년들이 너무 외롭고, 너무 지쳐 있고,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있구나. 이것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지난해 10월, 11월 많이 했어요."

같은 듯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로 귀 기울이기 위해 준비했던 산책밥상. '밥 먹는 행위'를 통해 위로 받음과 동시에 '나를 표현해보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했다는 그의 마음이 참가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다.

코앤텍스트에서 발간된 결과물들

코앤텍스트는 지난 한 해 몇 권의 책을 출간했다. '동네출판인' 시즌 1, 2를 통해 엮은 각자의 이야기들을 코앤텍스트라는 이름으로 독립 출판물로 출간했고, 판매할 예정이다. 이 책으로 한 분은 브런치 작가가 됐고, 또 다른 한 분은 본인의 캐릭터를 가지고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늘어 마케팅을 하고 있다. 현재 '채식주의' 라는 앱 회사에 들어가 비건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허예지 대표도 '감정도 재활용이 되나요' 와 '당신만 모르는 비밀의 책' 두 권을 출간했다. 인천 이야기의 이모저모를 담은 'INCH'도 출간했다.
 

▲ 코앤텍스트에서 출간된 책들 ⓒ 최시연


허예지 대표는 지난 한 해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들과 소통했고 커뮤니티를 쌓으며 알찬 결과물을 보여줬다. 더불어 올 한해에도 청년들과, 소통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코앤텍스트는 배다리 초입 '솔빛메디컬' 건물 7~8층에 위치해 있다. 허 대표는 이곳에서 요가나 독서모임 등을 위한 공간대여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웨딩촬영 장소로도 어울릴 만큼 깔끔하고 화사한 이 공간은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좋은 글은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안간힘에서 나온다'라는 어느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허예지 대표에게 글쓰기는 결국 그녀를 그녀답게 해주는 매개체가 아닐까. 청년 또는 다른 많은 사람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며 자신을 탐색하고 성찰하기 위함이자, 그렇게 애쓰며 세운 자신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버팀목으로 내어주기 위한 그만의 안간힘이다.

"글을 짓는 목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글 짓는 걸 시작으로 곧 사람들에게 마음을 짓는 자재를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감을 찾는 건 나를 향한 관심으로 시작되기 마련이거든요. 사유의 시작은 머리가 아닌 연필을 잡은 손에서 시작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저와 함께 하는 모두가 '나'를 잘 쓰고 짓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이런 그녀의 바람은 이제 코앤텍스트라는 공간에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코앤텍스트 블로그 (https://blog.naver.com/co_n_text)
 

▲ 코앤텍스트 8층에서 바라본 전경(때마침 전철이 지나가고 있다) ⓒ 최시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I-View' 객원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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