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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후보들, 이거 꼭 읽으셔야 합니다

[이런 시장을 원한다!] 인권기본조례 1조와 투표할 맛

등록|2021.03.13 19:52 수정|2021.03.13 19:52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되었다. 정당마다 후보자들이 확정되었고,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진행되는 선거이니 정치인들에겐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전임 시장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에 후속대책도 부재하고 공약도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한 표'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 국민의힘 홈페이지 ⓒ 국민의힘


보궐선거를 하는 이유도 기가 막히지만,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 집권여당은 마치 그 이유를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보이고, 보수야당은 "서울과 부산을 바꾸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적힌 슬로건) 정말 그들 뜻대로 더 이상하게 바뀔까봐 걱정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권과 젠더에 관한 공약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지만, 일자리·교통·가덕신공항 등 이슈가 전면에 드러나다 보니 사람을 살리고, 위하는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정책이 없다면,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정치꾼들의 파이 싸움 밖에 되지 않겠는가.

인권기본조례 1조라도 읽기를
 

'성소수자' 상징 깃발 흔들며2019년 10월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갯빛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퀴어문화축제는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 온 성소수자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인권과 존엄, 평등의 가치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것은 곧 인권을 반대하는 것이고, 퀴어문화축제가 시청광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거나(오세훈 후보), '보지 않을 권리' 운운하는 것(안철수 후보)은 곧 존엄과 평등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면서 퀴어문화축제 개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회피나 침묵(박영선 후보)으로 일관하는 것은 기만적인 태도일 뿐만 아니라 인권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여야 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소수자 인권을 희생양 삼고 있다. 소수 진보적 입장을 가진 후보들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 서울시장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부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 2019년 제3회 부산퀴어문화축제가 해운대에서 개최되려고 했으나 구청의 불허로 개최되지 못했고, 2018년에는 해운대구와 수영구 인권조례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였다. 거부할 권리를 넘어 모이는 것도 불허하고,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아도 된다고 인정한 이 결과에 대해 부산광역시는 그 어떤 입장을 내놓지도 않았다.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에서 출마하는 후보자라면 최소한 인권기본조례 제1조라도 읽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이 강제할 수 없는 규범이고, 차별금지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 삼아서는 안 된다. 이미 각 지역마다 인권기본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지자체장은 '모든'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인권 기본 조례', '서울특별시 인권 기본 조례' 모두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조례에서 규정하고 시의 책무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평가되지 못했고, 후보자들에게서 모든 시민이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어떤 정책과제를 수행해야 하는지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모든 시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해 행복한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서울특별시 인권 기본 조례' 제1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조성하여 인권도시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부산광역시 인권 기본 조례' 제1조, 이 조례들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약속이지만, 후보자들은 조례를 제정한 목적마저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미 존재하는 정책부터 실천에 옮기길

'서울특별시 인권 기본 조례' 제7조, '부산광역시 인권 기본 조례' 제4조에 의하면 서울특별시장과 부산광역시장은 시민의 인권 보장과 증진을 위해 인권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하고, 이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 10년이 된 조례인 만큼 벌써 두 번에 걸쳐 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였다. 2차 인권정책기본계획은 서울시의 경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이행해야 하며, 10개의 핵심과제와 100대 세부사업으로 구분되어 있다. 예상 투자규모도 2조 7천억 원이 넘는다.

핵심과제 중 서울시의 경우 성평등 문화 확산, 다양성 증진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편견 해소, 장애인 탈시설화 사업 추진 등이, 부산시는 원전안전 소통협의체 운영, 공공의료기관 확충,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명예회복 및 지원확대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이 눈에 띈다. 특히 서울시는 제2차 인권정책기본계획 이행 시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이다. 따라서 후보자는 본 계획이 어떻게 이행되어 왔는지, 그 결과에 대해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을 물론 새로운 인권정책기본계획에 담을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문제는 지자체장의 추진 의지다. 인권을 중요한 시정철학으로 세우지 않는 이상 인권기본조례의 영향력은 크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유명무실한 조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대표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인권정책기본계획을 거들떠보기라도 하겠는지, 걱정부터 앞선다.

투표할 맛
 

▲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앞과 외벽 등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서울시와 부산시에 시장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라면, 인권기본조례의 1조를 읽고, 이미 존재하는 인권정책기본계획부터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후보자라면 마땅히 해야 할 최소의 역할이다. 이미 제정되어 있고, 이미 마련된 문서를 읽는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지 않은가. 이는 곧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라는 요구이고, 보지 않을 권리를 거부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는 요구다.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은 선거지만,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부터 혐오와 차별을 묵인하지 않고, 인권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후보자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야 투표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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