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앓는 남자의 사랑... 가족도 몰랐던 '비밀'
[미리보는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 (주)제이씨엔터웍스
존 레논이 쓴 명곡 중 하나인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탄생 배경은 여러 가지다. 아들 줄리안 레논이 동급생 친구인 루시 오도널의 이름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형상화했다는 해석, 그리고 제목을 이루는 단어의 앞글자 조합 때문에 마약류인 LSD를 상징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 무엇이든 해당 노래가 여러 예술 작품에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숀 패과 다코타 패닝의 열연으로 유명한 <아이앰 샘>은 해당 곡을 OST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또한 아예 해당 노래를 작품을 아우르는 하나의 상징처럼 형상화해 놓았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진 자신을 집으로 끌고 와 정성스럽게 보살펴 준 루시에게 푹 빠진 데본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루시를 찾아 시드니로 떠난다. 형과 형수, 주변인들은 또 다른 환상을 본 것이라며 데본을 설득하지만 그에겐 들리지 않는다.
▲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 (주)제이씨엔터웍스
▲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이미지. ⓒ (주)제이씨엔터웍스
<그녀가 사라졌다>는 일종의 해리성 장애, 조현병을 예술적 감각으로 다룬 최근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조조 래빗>의 주인공 소년 또한 상상의 히틀러를 만들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는 했다. 한국영화 중에선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여성 주인공만 볼 수 있는 장국영을 설정해 비슷한 증상을 귀엽게 표현하기도 했다.
타자가 볼 수 없는 자신만의 존재는 희망일 수도 위협일 수도 있다. <그녀가 사라졌다> 속 데본은 두 가능성 모두를 느끼며 안도감과 불안감을 반복하면서 느끼는데 루시는 그런 그에게 일종의 구원자와도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존 레논의 아내 오노 요코가 그랬듯 말이다.
이런 심리적, 병리학적 요소와 함께 영화는 큰 틀에선 로드 무비의 요소를 끌고 온다. 호주 대륙의 양 끝인 퍼스에서 시드니로 향하는 여정에서 데본은 몇몇 특별한 사람들을 만난다. 데본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주면서 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런 다면성을 강조하면서 영화는 결국 스스로 자립해 가는 데본의 모습을 묘사한다.
한 인물의 성장은 곧 외부 환경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법. <그녀가 사라졌다>는 그 평범한 진리를 화면으로 구현했다. 다분히 가족주의적이고, 사회순응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데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조용히 미소짓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결코 가볍지는 않지만 유쾌한 한 사람의 여정이 준 깨달음
평점: ★★★☆(3.5/5)
영화 <그녀가 사라졌다> 관련 정보 |
원제: I Met a Girl 감독: 루크 이브 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릴리 설리반 수입: ㈜제이씨엔터웍스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러닝타임: 108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3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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