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자존감 떨어트리는 성과상여금, 그대로 둬야 하나
[주장] 부작용만 많은 성과상여금 제도, 균등하게 지급해야 한다
▲ 정부세종청사 ⓒ 최원훈
성과상여금 제도는 공무원이 1년간 추진한 업무실적을 평가하여 S, A, B, C 4등급으로 나눠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국민의정부 때 도입되어 2001년부터 성과상여금이 지급되었다. 도입 취지와 목적은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법무부 보호직 7급 공무원이고 대전소년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과상여금은 매년 3월이나 4월에 지급된다. 나는 2020년 업무실적을 평가받은 후 결정된 등급에 따른 성과상여금을 받게 된다. 즉 대전소년원 7급 공무원을 S, A, B, C 4등급으로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성과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다.
개인별 지급 등급은 성과급심사위원회가 근무성정평정 결과에 따라서 결정하여 지급순위 명부를 작성한다. 성과급심사위원회는 성과상여금 지급단위기관(또는 부서)의 장이 지정하는 위원으로 구성한다.
-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지침 (인사혁신처 예규 제67호, 2019.1.25)
대전소년원의 직원은 약 80여 명이다. 부서는 교무과, 행정지원과, 분류보호과, 의무과 4개 과로 구성되어있다. 교무과 직원 중 담임은 7호 의료처우 처분을 받은 소년원 학생들의 교육과 상담, 생활지도 업무를 한다. 교무과 사무실에서 행정업무를 맡은 직원들은 서무, 교육계획, 사회정착지원 등의 업무를 한다.
행정지원과는 말 그대로 교무과를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인사, 서무, 구입, 계약, 용도, 회계, 급식, 차량 운행 및 관리 등이다. 분류보호과는 법원 호송 및 학생 이송, 위탁생 교육 및 생활지도, 분류심사서 작성 등의 업무를 한다. 의무과는 의료학생 진료 및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 수업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성과급심사위원회는 각자 과가 다르고 업무가 다른 직원들을 평가해서 등급을 매겨야 한다. 누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열심히 했는지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소년원이 공공기관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는 가정과 학교에서 소외된 비행청소년을 세심하게 돌보고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을 통해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년원 구성원이 업무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또한 인간적으로 서로 신뢰하고 배려해야 한다. 소년들을 교화하는 일은 협력 없이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사회에서 소외되고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과연 소년원 공무원들의 업무를 평가하여 줄 세우고 등급을 매기는 것이 가능하며 유의미한 일일까?
공무원의 업무는 계량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적과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에서 조차 성과주의는 실패하여 일부는 폐기하기도 했다.
결국 계량화 할 수 없는 것을 계량화하여 등급을 정해야 하므로 이는 결정권자의 주관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고, 결정의 기준은 '세평'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세평'에 따른 평가가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일 수는 없다. 오히려 세평에 의한 성과 평가는 조직이 구성원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위험성을 내재한다. 의전과 전시행정에 능한 공무원이 국민에게 공공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공무원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격려가 아닌 자존감만 떨어트리는 성과상여금
" 2021년도 성과상여금 지급 등급 알림
귀하의 2021년도 성과상여금 지급 등급은 '○' 입니다. "
이메일이 도착했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노력한 결과는 단 하나의 문자로 표기된다.
문득 30여 년 전의 군생활이 떠올랐다. 당시 사병들은 군화나 야상, 속옷, 깔깔이, 수통, 야삽 등의 보급품에 등급을 매겼었다. S급, A급, B급... 새 보급품을 어렵사리 손에 넣게 되면 S급이라며 자랑하고 뿌듯해하던 전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자존감이 매우 떨어졌다. 성과상여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보다 모범을 보이고 기관과 조직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한 동료는 인정하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나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을지도 모를, 평소 일 안 하고 남에게 미루며 복지부동하는 동료를 떠올리면 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공무원은 어딜 가나 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등급을 받았는지 알 도리도 없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등급만 통보받는다. 투명성과 객관성을 근거로 하지 않는 제도는 조직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힘들다. 이러한 불신은 공동체 의식 저해로 이어져 조직의 경쟁력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성과상여금 제도는 순기능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성과상여금 제도 개선과 균등 지급을 주장하는 근거이다.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 조성'이라는 성과상여금 제도의 도입 취지와 목적에 따르자면, 자신의 위치에서 창의적·열정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을 정당하게 평가하여 격려하고,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영혼 없는 공무원은 가장 낮은 등급으로 평가하여 엄중 경고해야 할 것이다. 만약 본래 목적대로 시행할 의지나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균등 지급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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