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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윤석열 활용', 오세훈의 '윤석열 걱정'

[야권 비전발표회] 안 "윤석열 도울 수 있는 건 나", 야권합류 확신... 오 "나도 접촉해봤는데"

등록|2021.03.15 17:18 수정|2021.03.15 17:28

▲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오세훈-안철수 후보 비전발표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의 범보수 야권 단일후보를 두고 경쟁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을 어떻게 끌어안을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윤석열 전 총장의 존재가 야권의 통합에 기여할 것이라는 안철수 후보와 달리, 오세훈 후보는 자칫 야권 분열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15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나선 두 후보는, 15일 오전까지 팽팽했던 양측의 갈등(관련 기사: 안철수 "힘들 때 어딨었나" vs. 오세훈 "분열 잉태할 후보")을 봉합하려는 듯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오세훈 후보는 본격적인 비전 발표에 앞서 "사실 제가 사이가 서먹서먹한 걸 잘 못 견디는 성격"이라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제가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지켜보시기에 걱정하실만한 상황이 빚어졌는데, 안철수 후보 죄송하다. 제가 사과드리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국민 여러분 믿어주시라. 저희의 단일화 의지는 굳다"라고도 다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비전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발표가 아니라 '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두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을 십분 활용해 상대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오세훈 "윤석열과 함께하면 야권 분열 가능성 더 커"
 

▲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연대 진척 상황, 합류에 대한 확답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안 후보는 '더 큰 2번'을 외치며, 윤석열 전 총장을 야권연대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공언을 연일 했다.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도 강조해왔다. 그러나 15일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무런 교감도 없이, 단일화 막판에 불리한 여건에 처하니까 힘을 좀 발휘해보려고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폄하했다.

안 후보는 이날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해서 야권의 지지층을 더 넓혀야 한다"라며 "거기서 저는 윤석열 전 총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경험이 있다. 나도 정치권 밖에 있다가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라며 "윤 전 총장이 야권에 도움이 되는 어떤 형태로라도 자리를 잡을 때, 나는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나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윤 전 총장이 야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정권교체에 정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오 후보는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보였다. 오 후보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아직 정식으로 정치 시작을 선언하지는 않았는데, '그분과 함께 정치를 하게 되면 좀 더 야권이 커진다', 이런 표현을 (안 후보가) 썼다"라며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의견을 달리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만약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석열 전 총장 같은 분이 결합하게 되면 아마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분열될 수도 있고, 그 가능성이 더 크다"라며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있는 제1야당이 그 당(안철수+윤석열의 제3지대 정당)과 완전히 합쳐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그렇게 되면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내년 대선을 맞이하게 될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분열이 생기고,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어느 가능성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이 염려된다"라고 반복했다. 앞서 안 후보를 향해 '야권 분열'을 지적한 이유가 윤석열 전 총장 때문이었다고 밝힌 것.

안철수 "오세훈 걱정은 기우, 큰 야권 만드는 데 윤석열도 찬성"

 

▲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안철수 후보는 "그런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우리가 서울시장 선거를 이렇게 열심히 치르는 이유는, 목표는 정권교체다"라며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이렇게 노력하는 것들이 다 허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만에 하나 윤 전 총장께서 저와 함께한다고 제안을 주시면, 저는 그러면 지금 국민의힘과 이렇게 다 같이 함께 하자고 오히려 설득하고, 함께 하려는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전 총장께서 가지신 여러가지 고민‧우려, 저는 누구보다 잘 안다"라며 "그래서 더 큰 야권을 만들고, 반드시 정권교체가 될 수 있는 '통합된 야당'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오 후보도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반박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면서도 "저희 쪽도 사실은 간접적인 형태이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적어도 단일화 전까지는 야권 단일화 후보 어느 쪽도, 쉽게 얘기해서 함께 하는 모습이나 도와주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그분의 입장을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 내용 그대로가 바로 윤 총장께서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도 있다는 뜻 아니겠느냐"라며 "그러니까 큰 야권이 되는 데 본인도 찬성하는 입장이신 것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며 윤 전 총장이 야권 단일후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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