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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육적 구태를 깨기 위해서는 과감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주장] 파편화된 대학입시용 지식에 매몰된 우리교육,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한다

등록|2021.03.16 14:35 수정|2021.03.16 14:35
세상 모든 것이 변해간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교육이 가장 변화가 없다고들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교육만 정체되어 있다고 한다. 한때 교육은 가난에 찌든 나라를 살린 원동력이라고 치켜세워지기도 했다. 현재 교육은 홀대받고 있다.

나라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서, 명문 대학 입학에 목매는 교육 풍토가 나타났다. 덩달아 사교육도 번성했다. 가정마다 가진 자원을 총동원하여 일류 대학에 가려는 무한경쟁으로 이어졌다. 교육은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가정에 전가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능력이 모자라서, 노력이 부족해서 등의 이유를 들어 개개인에게 탓을 돌린다. 이제 교육은 가족 구성원의 안녕도 해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교육당국도 개혁, 변혁, 혁신 등 여러 이름으로 변화를 추구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효과는 없었다. 초중등 교육에서 아무리 혁신한다 한들 대학입시라는 커다란 깔때기에 걸러지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가 되고 만다.

여기에 특정 계층에 유리한 교육체제가 다양화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대표적이다. 특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체제를 정당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이 유명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은 더욱 넓어졌다. 교육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아닌 계층 장벽으로 빠르게 변질되었다.

요즘은 AI, SNS, 인터넷을 통해 온갖 정보와 지식이 손바닥 위에서 판치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대학입시에만 매몰되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파편화된 지식 위주의 교육이 의미가 있을런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동의 성장과 발달 과정을 무시한 반교육적 틀을 하루 속히 해체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도저히 깰 수 없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교육개혁은 가능하다고 본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우리 교육이 나갈 바를 결정해야 한다. 미래는 늘 불확실하기에 현재를 사는 우리가 교육의 미래를 설계해 보자. 이것저것 이유를 들어 우물거리고 따지다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1. 과감한 교육과정 개혁이 필요하다. 지식과 정보의 초연결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국가 주도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정책을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미래역량을 키우기 위한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도교육청에 넘겨야 한다.

교육과정 편성・운영권을 이양받은 시・도교육청도 기존의 국어, 수학, 사회, 영어, 과학 등의 교과 체제로 교육과정을 개발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의 고질병인 교과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21세기 융합・통섭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기존 교과서(국정도서, 검정도서) 정책에서 탈피하여 자유발행제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학교급별로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2. 사각형에 갇힌 학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네모난 교실‧책상‧운동장과 일자식 복도에 갇힌 학교 공간에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 창의력, 소통, 협업 등 같은 역량을 기대할 수 없다.

규격화된 틀에 갇혀 감시와 통제가 쉬운 교도소와 같은 곳에서 21세기를 꿈꾸긴 어렵다. 학교 구조와 공간을 학습, 쉼, 놀이, 창작, 협력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꾸어야 한다. 각종 첨단 교육시설뿐만 아니라 생태 전환적 관점에서 학교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3.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학교의 본업은 행정, 보육, 돌봄이기보다는 교육이다. 따라서 학교의 모든 활동을 교육활동 중심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전문가로서 교사는 오직 수업, 평가, 교육과정, 상담에 전념하여야 한다. 행정업무, 돌봄, 방과후활동 등은 별도의 전문인력이 담당해야 한다.

학교가 방과후활동이나 돌봄교실 등을 저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학교를 기반으로 한 돌봄, 방과후활동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 학교는 가장 안전한 공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근거로 한 지역과 지자체의 협력사업도 더욱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에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들의 업무 경계를 명확히 해야한다. 직종 간의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종 간 상호 협력하는 체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교사는 교육을, 행정직원은 행정을, 돌봄전담사는 돌봄을, 방과후강사는 방과후학교를 전담해야 한다.

4. 대학입시에 종속된 고등학교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우선 특목고나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 일반고등학교의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고등학교를 종합(융합) 고등학교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일반고등학교 학생이 외국어, 과학, 예체능, 정보, 기술 등 특화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고 학생이 각자의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제 확대와 더불어 대폭적인 시설(체육관, 도서관, 실험실, 연습실, 연구실, 공연실, 공작실 등) 지원도 필요하다.

5. 교육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학벌과 학력 차별 세태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고졸자와 대졸자 간의 임금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군입대후 복무에 대한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 군 복무 기간 중 다양한 평생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복무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일과후 시간을 활용하여 국가 기능자격, 학위 등을 취득하거나 창업(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수강하거나, 자기개발을 위한 동아리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대에서 취득한 자격증, 졸업장, 수강이력 등이 향후 취업이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모두가 언젠가 노인이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노후 대비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자식 바라지하고, 부동산 대출금을 갚고 나면, 정작 노후를 대비할 자금이 없게 된다.

국민 대부분이 퇴직 후 30년 정도는 자의든 타의든 더 일해야 할 처지이다. 국민 평생교육의 차원에서 재취업을 위한 기술, 자격,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 교육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평생교육기관을 설립하여 평생 학습하고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인생 2모작을 넘어 다모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무한 지식이 넘치는 세상에서 대학입시라는 단선적 교육체제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국가의 미래도 어두울 수 있다.

차근차근 개혁하면 되겠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여 목표에 도달한다고 하여도, 세상은 그보다 더 많이 변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고르디우스 매듭을 단칼에 끊어 버린 알렉산더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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